[공동성명] 법무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하지 말라 : 법무부의 성폭력 법률 개정 과제에 대한 악착같은 ‘모두 반대’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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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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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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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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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하지 말라
: 법무부의 성폭력 법률 개정 과제에 대한 악착같은 ‘모두 반대’ 규탄한다
법무부는 2023년 1월 26일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 중 <형법상 강간죄 개정 검토>과제를 ‘반대’ 한다며 좌초시켰다. 같은 날 UN 제4차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UPR)에서 한국 정부는 “형법상 강간죄개정 권고받은 바를 이행하고 있는가?”, “강간죄 규정이 좁은데 피해자 지원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국회에서 계류하고 있다’며 국제인권 수준에 못미치는 현행 강간죄에 대한 개정 의지가 없는 것은 국회인 것처럼 답했다. <형법상 강간죄 개정> 과제에 대해 검토가 아니라 개정 반대라고 극구 강조한 것은 법무부 였다.
이에 더해 법무부는 2023년 2월 10일자 기사에 따르면, 언론 기자의 질의에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성폭력 관련 법률 개정’ 5개 과제를 “모두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폭력 관련 법률 개정 5개 과제는 무엇인가. 1) 형법 297조 강간죄 개정 2) 형법 제32장 제목 ‘강간 및 추행의 죄’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죄’로 개정 3) 성폭력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 과거 성 이력을 증거로 채택하는 것 금지하는 조항 신설 4) ‘성적수치심’ 용어 개정 5) 메타버스 등 온라인에서 사람을 성적 대상화 해 괴롭히는 것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 신설이다. 두 번째 과제의 현실성과 필요성은 한동훈 장관도 지난 2월 8일 제403 국회 제4차 본회의 대정부 질의에서 ‘성폭력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죄 라는 것을 인정했다. 세 번째 과제는 19세미만 진술녹화 증거능력 위헌 결정 이후 법무부가 입법예고 한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과정에 대한 법률개정에서도 다뤄지고 있는 필요성이다. 네 번째, 다섯 번째 과제는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전문위원회에서 권고했던 개정과제다. 첫 번째 과제인 비동의 강간죄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하지만, 앞선 대정부 질의에서 법무부 장관은 “동의 없는 성관계는 당연히 범죄입니다” 라고 하였고 이는 강간죄 개정의 근본적인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법무부가 성폭력 범죄 근절과 피해자 보호를 본분으로 둔 이상, 당연히 견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미 인지하고 인정하고 있던 성폭력 법률 개정과제의 현실성과 필요성을 모두 무시하고, 배척하고, 삭제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법무부는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성폭력 무고죄 강화’는 검토하면서, 오랜 현실 변화를 반영하는 ‘형법상 강간죄 개정’은 검토조차 두려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 성폭력 관련 법률 개정 5개 과제는 법무부의 ‘검토 조차 반대’라는 입장으로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향이 전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의 이러한 행보는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할 뿐 아니라 “폭행·협박을 수반하지 않은 기습 추행이나 강요, 지위 이용 등의 상황에서 성추행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고, 강간(강간미수 포함) 피해 역시 폭행·협박이 없는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정부 조사에 기반한 현실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게다가 법무부의 비논리적 성폭력 법률 개정과제 ‘모두 반대’는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주요 국가 과제를 ‘갈등을 조장하는’ 과제로 전락시키고 있다.
일례로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법무부의 이러한 문제적인 입장을 지적한 국회의원들은 남초 커뮤니티에 좌표가 찍히고 갈라치기와 조리돌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유죄율 90%는 낙인이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고소한 피해자들에 국한된 것’, ‘비동의 강간죄 개정 논의는 20년 동안 멈춰있었던 논의’, ‘성폭력 판례들이 동의여부를 묻는 것으로 바뀌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가’ 등 성폭력 현실을 적확하게 짚으며 질의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법무부 장관과 친하냐”는 진영논리에 입각한 공격을 받는다. 피해자 의사에 반했음에도 최협의의 폭행협박에 이르지 않아 무죄가 선고된 판결 현실을 짚으며, 지난 대정부 질의에서 비동의 강간죄를 피고인에게 입증책임을 돌려 억울한 사람을 양산하는 법으로 규정지은 한동훈 장관 발언을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법 전문가한테 예의없다”는 공격을 받는다. 법무부가 쏘아올린 ‘검토 조차 반대’ 라는 입장은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논의에 기반하고 그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편파적이고 갈등에 의존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다.
법무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하지 말라. 대검찰청 2021년 범죄분석 통계 25,131건의 성폭력 사건에서의 피가해자 관계는 타인 59.1%, 고용관계 1.8%, 친구 등 9.0%, 애인 5.4%, 친족 3.0%, 이웃지인 14.9%으로 분류됐다. 수사기관에 접수된 성폭력 사건 현황과 달리, 현실에서는 아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이 84.2%로 대다수이며(2021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 직장 내 위력 관계, 친밀한 관계, 친족-가족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여전히 법의 문턱을 제대로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현실을 바꾸어나가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법무부는 현실을 호도하지 말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제 역할을 다하라. 시작에 불과한 변화의 요구, 이미 시작된 변화의 요구를 가로막지 말라. 다시 한번 요구한다.
- 형법 297조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하라
- 형법 제32장 제목 ‘강간 및 추행의 죄’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죄’로 개정하라
- 성폭력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 과거 성 이력 증거 채택을 금지하라
- ‘성적 수치심’ 용어를 폐기하라
- 메타버스 등 온라인에서 사람을 성적대상화하고 괴롭히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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