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정치권 성폭력 논란에 대한 입장
[논평]반복되는 정치권 성폭력 논란, 후보검증은 필요조건일 뿐
- 당을 막론하고 여성인권수준 각성하고 성평등정책을 우선과제로 삼아야
2012년 4월 11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성폭력과 관련된 다양한 수위의 사건들이 후보자의 자질문제와 엮여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과연 사퇴할 문제인지 아닌지, 누가 더 문제인지를 묻는 언론과 여론을 마주하며 우리는 사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괴롭고 힘들었다. 이유는 이렇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 사건, 저런 사건이 터지고 또 터지는 가운데 점심시간에 누군가가 이렇게 소리쳤다. “이 사람도 싫고, 저 사람도 싫어. 다 똑같아”.
반인권적 발언, 행위와 관련되어 현재 어떤 당도 자유롭지 않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주요 당들이 모두 도마 위에 올랐다.
그리고 우리는 기억한다. 성희롱 발언을 한 국회의원 제명이 18대 국회에서 무산되었다는 사실을.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는 국회의장에 의해서 말이다. 딱 이만큼이 현재 정치권의 현실이다.
마치 성폭력 금지에 대한 대단한 의식이 있는 것처럼 너도 나도 상대 후보의 성폭력 발언, 전력 등을 폭로하고 심판하자고 하지만 이는 선거 때문이지 진정 그들이 성폭력 없는 사회,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의지가 있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정치에 이용되는 성폭력 사건,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각 당과 후보자들이 눈앞의 금배지를 위한 정치적 계산이 아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 그리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정책을 발표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한 번쯤은 보여주길 말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상황에 단 한명의 정치인이라도, 단 한 정당이라도 부끄러움을 느끼기를, 그래서 진퇴여부에 반응하는 임시방편이 아닌 정당을, 국회를, 정치를 성평등하게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계획, 성평등을 주류화하는 비전과 정책을 내놓길 말이다.
사건이 있을 때마다 쫓아낼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기억에서 사라진다 싶으면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으로는 이런 사태의 반복을 막을 수 없다. 계속되는 정치권의 반인권적 발언과 행위는 이미 언급조차 귀찮을 만큼 도를 넘었으며, 임시방편적 해결로는 아무것도 변화되지 않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진흙탕이 되었음에도 어떤 정당도 자기 반성이 없다. 어떤 정당도 성평등을 핵심과제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 어느 정당 선거공보를 보아도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없다. 성폭력,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해답은 뻔한 듯 하지만 결국 성평등 사회를 만드는 데 있음에도 말이다.
우리가 요구하고 싶은 것은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로 가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과 비전이다.
정당과 언론은 후보사퇴냐 아니냐를 우리에게 묻지 말라.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우리 사회에 무슨 질문을 던져야 할지 스스로 생각해보기를 촉구한다.
선거일이 하루 남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다.
성폭력 없는 성평등 사회,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어느 누가, 어떤 정당이 만들어갈 수 있는지, 즉 성평등한 국회와 국가를 누가 만들어갈 수 있는지 매의 눈으로 골라내는 일 말이다.
2012년 4월 9일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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