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하반기-함께가는 여성] 회원 이야기_퇴근 후 페미니스트들이 망원동으로 모이는 이유
회원 이야기
퇴근 후 페미니스트들이 망원동으로 모이는 이유
단(박해연) | 여는 민우회 액션회원팀
제 별칭은 ‘단’이에요. 이번에 영어이름도 Dan으로 했어요. 멋지죠?
올해 회원모임은 새롭게 개편되었어요. 다양한 단기 모임을 개최했습니다. 상반기에는 10개, 하반기에는 11개의 모임이 진행됐어요. 새로운 시도였던 만큼 회원모임에 대한 소회를 소식지에 담고 싶었어요. 물론, 직접 참여했던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의미가 있겠죠?1). 이번 글을 통해 추억을 되새겨보거나 내년 모임에 대한 기대를 가져보시길!
단: 대부분 민우회 회원모임은 평일 저녁에 진행합니다. 보통 평일 저녁은 맛있는 저녁 한 끼를 하거나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인데요. 이런 소중한 시간을 포기하고 망원동으로 모이는 회원들의 마음은 무엇일까요?
은솔. 페미니즘과 퀴어 의제들에 꾸준히 관심 갖고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던 차에… 퀴어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지내는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지 궁금했어요.
호락. 남성래퍼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한국힙합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눌 친구가 필요했어요. 랩을 배우고, 페미니즘 주제로 믹스테잎도 만들었는데요. 과정에 동료가 없어 외로웠거든요.
은하수. 젠더감수성 부족한 사람들 때문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린다. 맞은편 사람이 어떤 빻은 소리를 할지 신경 곤두세우지 않고 편안하게 페미니즘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단: 회원들이 ‘(민우회)첫 만남은 문화충격이었다’, ‘좋긴 하지만 익숙해지는데 오래 걸렸다’와 같은 말씀을 해주실 때가 있어요. 민우회 회원모임의 독특한 특징은 뭘까요? 이런 얘기를
듣다보면 민우회가 다른 모임과 얼마나 다를까 궁금하더라고요.
한별. 나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없는 공간 은하수. 성별/나이와 같은 위계에 따른 발언권이 다르거나 하지 않고 각자가 1명의 몫으로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감능력과 배려가 있고 언행에 주의를 기울인다.
보스레이디. 민우회는 무례한 남성분들이 없어서 더 편한 게 있긴 해요.
단: 일상 속 새로운 시도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삶에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매주 페미니스트들과 만나는 민우회원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을 물어봤습니다.
호락. 페미니즘은 제게 복음이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사회와 주변의 냉담한 반응에 씁쓸한… 모임이 위로가 많이 됐어요. 혼자만 느끼는 부정적 감정과 문제의식이 아니라는 점에서요.
은하수. 내 주변엔 페미니스트가 많지 않았다. 모임 와서 일주일치 페미니즘 산소를 공급받고 버티곤 했다. 지금 내 동년배들 다 페미니스트다. 덕분에 좋은 사람들 많이 알게 되었다.
은초. 평소에 제가 예민하고 가끔 과민반응 한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듣고, 아니라는 걸 깨닫고 마음이 편해졌어요.
보스레이디. (힙합이라는 매개체로)각자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순간. 서로 깊이 공감하고 진심으로 상대방이 행복하길 바랐던 순간.
물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 구나’라는 생각. 서로 너무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그것도 신기했고요. 각자 일상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해가고 있는 것도 알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한별. 채식 소모임에서 다 같이 비건 브로셔를 만들기로 한 것! 마지막 모임에는 인쇄 기념으로 맛있는 비건 식당에 가기로 했어요!
단: 민우회의 조직문화 속 ‘나’와 일상 속의 ‘나’는 어떻게 다를까요? 민우회는 성평등한 조직문화 실천을 위한 ‘민우회원 약속’을 지키고 있는데요. 모임이 어느 정도 진행된 지금, 회원들은 민우회의 조직문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물풀. 지위/나이로 판단 ‘당하는’ 경험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때마다 민우회 조직문화가 얼마나 중요하고 핵심적인지 느낄 때가 많아요. 일상에선.. 아주 초초/예민하답니다…^^
은솔. 민우회에선 나의 다양성이나 정체성, 페미니즘 고민을 스스럼없이 드러내지만, 직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날 드러냈을 때 안전할 수 있느냐, 생계/생존을 위협당하지 않을 수 있느냐라는 확신의 유무가 다르게 느껴져요.
호락. ‘일상’에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모른 척할 때가 많아요. 저만 유별나게 보이는 게 무서운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해, 조금이라도 말하려고 하는데 여전히 떨리고 두려워요.
단: 2019 회원 모임을 마무리 하면서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한별. 민우회원이 되고 난 후 처음 느낀 감정은 ‘떨림’이에요. 우리가 만들어갈 변화를 상상해보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앞으로도 이 마음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우리는 연결되어있으니 언제 어디서든 꼭 만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함께 걸어 나갈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벌써부터 내년 상반기 소모임을 기다리는 나, 이상한가요?
은초. 소모임 함께 해요! 재미도 있고 유익도 합니다!
은하수. 페미니스트들과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경험은 언제나 즐겁고 힘이 난다.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편안한 존중감 속에서 온전히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누렸으면 좋겠다.
물풀. 좀 더 친해지고 싶어요! 제가 동네가 망원인데.. 동네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히히 감사해요!
올해 회원 모임 개편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장기모임들이 사라지면 회원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새로운 모임에 흥미를 잃지 않을까 등등. 하지만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었고 답변을 받아보니 마무리도 잘 된 것 같아요. 내년에는 저도 회원모임에 참여하게 되는데 너무 기대돼요! 여러분들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페미니스트들을 위한 좋은 모임으로 인사드릴게요. 안녕!
1) 인터뷰는 서면인터뷰로 진행했고, 보스레이디(Fㅔ미점프), 호락(Fㅔ미점프), 물풀(5월 한 달, 고전읽기), 은솔(타임워프), 은초(잇쇼니 페미), 은하수(씬 넘버원), 한별(채식(하고 싶은) 페미 모임)님께서 참여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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