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하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_기사제목에 또! 또! 또! ‘여성’만 표기됐다!
민우ing
기사제목에 또! 또! 또! ‘여성’만 표기됐다!
윤소(이윤소) | 여는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 평소 혼자서 좋아하던 여성이 운영하는 분식집으로 술을 마시고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A(60)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검거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이날 오후 1시43분께 인천 중구의 분식집에서 B(53·여)씨를 흉기로 … 〈짝사랑 여성의 분식집에서 흉기 휘두른 60대 검거, 살인미수〉(2019년 11월 4일, 뉴시스)
기사를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 사건 자체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사가 쓰인 방식 때문이었다. 왜 기사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쓰일까?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60대는 왜 성별이 표기되지 않았을까? 괄호 안에 남성은 나이만, 여성은 나이와 ‘여’가 표기될까?
언론에서 사건·사고를 보도할 때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성별이 강조되고, 특히 여성일 경우 그 경향이 뚜렷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성차별적 성별표기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보고자 미디어운동본부는 기사제목을 모니터링 했다.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네이버 랭킹뉴스 사회면 기사 1~30위 사건·사고 기사제목을 살펴보았다.
남성의 성별만 표기한 기사제목보다
여성의 성별만 표기한 기사제목이 3.4배 많았다
2018년 10월 연합뉴스는 “기사 작성 시 독자가 내용을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으면 성별을 표기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정말 반가운 발표였다. 그 뒤로 연합뉴스는 바뀌긴 했다. 적어도 뉴시스처럼 기사 본문 괄호 안의 ‘여’는 사라지긴 했으니까. 하지만 기사제목은 여전했다.
〈만취 승객, 여성 택시기사 무차별 폭행 후 도주〉(2019년 2월 10일, 연합뉴스)
〈아내 폭행 60대, 야산서 한 달간 도피행각…실신상태 발견〉(2019년 2월 15일, 연합뉴스)
〈광주 여성 집 침입 시도 30대, 15분간 피해자 지켜보고 범행〉(2019년 6월 22일, 연합뉴스)
여전한 것은 연합뉴스 뿐만이 아니었다. 네이버 랭킹뉴스 사회면 사건·사고 기사제목 모니터링 결과, 피해자의 성별만 표기된 기사제목은 261건(51.7%), 피의자(가해자)의 성별만 표기된 기사제목은 67건(13.3%)으로 피해자의 성별만 표기된 기사제목이 약 4배 정도 많았다. 피해자와 피의자(가해자) 구분 없이 성별로만 분석해보면, 여성의 성별만 표기한 기사제목은 221건, 남성의 성별만 표기한 기사제목은 65건으로 여성의 성별만 표기한 기사제목이 3.4배 많았다.1)
〈“죽어서라도 복수”…친구 아내 성폭행 30대 결국 ‘징역형’〉(2019년 1월 7일, 뉴스1)
〈프로포폴 꽂힌 채 숨진 20대 여성 발견…동거인 의사 구속영장〉(2019년 4월 19일, 서울신문)
〈“채팅앱으로 만난 女, 모멸감 느끼게 해” 오산 모텔 살인사건 전말〉(2019년 6월 4일, 국민일보)
여성의 성별만 표기한 기사제목을 살펴보면 피해 상태를 드러내거나 가해자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에 제공되는 수많은 기사 중에서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서 선정적인 제목을 뽑고,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대목이나 충격적인 내용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여성의 성별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사의 선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여성 피해자를 부각하는 기사제목은 여성 인권에 대한 무관심과 함께 가부장주의적이고 선정적인 여성묘사를 반복하는 견고한 프레임을 형성한다.
일부 기사의 본문에는 피의자(가해자)의 성별도 함께 표기되었다. 그럼에도 기사제목에 피해자의 성별만을 표기한 것은, 기사제목에서 가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결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지적되어 온 여성을 ‘예외’ 남성을 ‘보편’으로 간주하는 언론의 성차별적 관행과 더불어 ‘피해자로서의 여성’을 소비하는 문화, 가해자의 대다수가 남성임을 가리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성별 표기 여부 |
기사 건수 |
|
피해자(여) |
201건(39.8%) |
261건 (51.7%) |
피해자(남) |
33건(6.5%) |
|
피해자(여/남) |
27건(5.3%) |
|
피의자(여) |
20건(4.0%) |
67건 (13.3%) |
피의자(남) |
32건(6.3%) |
|
피의자(여/남) |
15건(3.0%) |
|
피해자(여)-피의자(여) |
36건(7.1%) |
177건 (35.0%) |
피해자(여)-피의자(남) |
70건(13.9%) |
|
피해자(여)-피의자(여/남) |
23건(4.6%) |
|
피해자(남)-피의자(여) |
23건(4.6%) |
|
피해자(남)-피의자(남) |
12건(2.4%) |
|
피해자(남)-피의자(여/남) |
6건(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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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여/남)-피의자(여) |
2건(0.4%) |
|
피해자(여/남)-피의자(남) |
5건(1.0%) |
|
합계 |
505건 |
그렇다면 기사제목의 성차별성을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
첫 째, 성별을 표기하지 않았을 때 기사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전해지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성별표기를 하지 않는 것이 기사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에도 여성의 성별을 표시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으로 남성 중심적인 사고를 강화한다.
둘 째, 피해자를 선정적으로 호명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만취 상태 발견된 여중생 임신 4개월…‘성폭행 피해 주장’〉 (2019년 2월 11일, 국민일보), 〈[Pick] 동창 9살 딸 ‘상습 성폭행’한 50대 남성…징역 12년〉 (2019년 3월 31일, SBS) 등에서 여중생, 9살 딸이라는 단어는 사건의 잔혹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누가 피해자인지’를 강조하며 사건을 가십거리로 전락시키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셋 째, 성차별적 단어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여교사, 여검사처럼 기사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에도 전문직 여성들을 지칭할 때 ‘여○○’으로 표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언론사마다 가이드라인을 가지는 것에서 나아가 전체 언론의 표기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서두에 성별표기 방식이 달랐던 연합뉴스와 뉴시스의 사례처럼 일부만 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언론사들의 노력과 함께 시민들 또한 꾸준히 문제제기하는 목소리를 내야한다. SNS에서는 2015년부터 ‘#뉴스기사_남성성별_표기운동’ 해시태그 액션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성차별적 성별표기 기사제목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이다. 이러한 해시태그 액션과 꾸준한 문제제기들이 있어왔기 때문에 연합뉴스의 발표도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 함께 끊임없이 지켜보고 요구합시다!
자세한 보고서 내용은 QR코드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사건·사고에 있어 피해자의 상대어는 상황에 따라 가해자, 피의자, 용의자, 피고인 등이 될 수 있다. 이번 모니터링에서는 이를 구분하여 표기하지 않고 피의자(가해자)로 표기하기로 정하였다.
참고문헌: 김훈순,「한국 언론의 젠더 프레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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