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10월호 [민우ing]<참좋은 식당>조례로 ‘상생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뜨겁게 논하다!
<참좋은 식당>조례로 ‘상생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뜨겁게 논하다!
이소희(바람) · 여성노동팀
‘성미산 밥상’같은 ‘동네 식당’이 곳곳에 있다면?
요즘 엄마는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며 이곳저곳 통증을 호소한다. 급기야 엄마는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동네 병원을 다녀온 엄마는 그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의사의 간단한 말에 본인도 그 말은 할 수 있겠다며 답답해했다. 엄마는 몸 상태가 근본적으로 어떤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사무실 활동가들이 좋게 평하는 **한의원을 소개해주었다. 나도 진료를 받았었는데 의사는 양손 진맥을 잡아 보고, 갱지에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몸을 그리고 몸 상태에 대해 천천히 말해주었다. 그의 충분한 설명이 만족스러웠고, 만족스러운 설명은 내 몸을 어떻게 살펴야할지 가이드가 되었다. 엄마가 한의원을 다녀온 날 저녁에 “엄마 어땠어? 선생님이 뭐래?”하고 물었다. 엄마는 “그냥 몸의 기력이 다 쇠해서 기력을 채우라 카데.”라고 답할 뿐이었다. 엄마는 그곳 방문도 만족하지 않았지만 일하기 좋은 병원이라는 인상을 깊이 받았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이 딱 지켜지고, 쉬는 시간도 충분히 있고, 과하게 일하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그곳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민우회 사무실이 있는 성산동에도 이런 인상을 주는 ‘동네식당’이 있다. ‘성미산 밥상’은 낮 12시에 오픈 해 2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는 직원들 휴게시간으로 문을 열지 않고, 일요일은 반드시 쉬는 날로 정해두었다. 하루 12시간 풀로 일하고, 휴게시간도 없고, 주휴일도 없는 식당에 비해 ‘성미산 밥상’은 일하는 사람들이 일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또 ‘성미산 밥상’을 찾는 마을 사람들은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진 건강한 음식을 마음 편안히 먹는다. ‘성미산 밥상’이 이런 조건을 갖출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성미산 밥상’은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함께 식당을 오픈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자본’의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고 대안적 실천을 하며 공생의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마을에도 이런 ‘동네식당’이 곳곳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굴 없는’ 자본에 대항하는 대안적 경제시스템을 만들자! 어떻게? <참좋은 식당>조례로!
현재 시장 구조에서 음식점 영업자의 안정적인 소득도, 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도, 소비자가 원하는 좋은 먹거리도 기대할 수 없다면, 이들 간의 관계를 상생의 원리로 재조직함으로써 변화를 모색할 수는 없을까. 지난 9월 6일 ‘상생하는 마을공동체를 위한 <참좋은 식당>조례(이하 <참좋은 식당>조례)’ 만들기 포럼을 통해 구체적으로 찾아보았다.
<참좋은 식당>조례는 음식점 영업이라는 경제활동을 지역공동체에 기반하여 새롭게 조직해보자는 의미에서 제안된 것이다. 음식점은 지역사회 구성원들과의 다층적 관계를 통해 운영되며 지역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새롭게 조직하는 원리를 지역 차원의 조례를 통해 실현하고자하는 것이다.
노동 관련법에 따라 차림사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노동친화적인 식당’, 각종 폐기물의 배출을 최소화하고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환경친화적인 식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사용하고, 지역주민에게 우선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역친화적인 식당’을 <참좋은 식당>조례를 통해 발굴하고 지정하고자 한다. 또한 영업자, 종사자, 소비자 간의 상호 존중과 배려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자 한다. 일례로 종사자 성희롱 예방교육,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 소비자가 편하고 쾌적하게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시설 등이 마련된 식당이 참좋은 식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참좋은 식당>조례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당신의 목소리를 듣다!
포럼은 ‘노동친화’, ‘환경친화’, ‘지역친화’, ‘상호존중 문화 조성’이라는 네 박자를 갖춘 식당을 발굴하고 지정하기 위해 조례가 어떤 모습으로 갖춰져야 하는지 구체적인 안을 그려나가는 시간이었다. 참좋은 식당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참좋은 식당이 되기 위한 선정 기준, 참좋은 식당을 활성화하기 위한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시민사회단체의 역할까지 다양한 아이디어와 현실성을 고려한 조례안을 세부적으로 공유하였다.
포럼의 패널로 성북구, 마포구의원과 춘천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녹색당 사무처장이 참가하였고 각 지역에서 지역운동을 만들어가는 운동단체의 활동가들도 참석하였다. 관광 산업이 활성화되어 음식점업이 지역 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참좋은 식당>조례가 지역공동체를 새롭게 조직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며, 조례가 제정되면 해당 지역 음식점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의 고용현황에 대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다. 또한 <참좋은 식당>조례가 실제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조례에 대해서 지방자치단체의 충분한 이해와 교육이 필요하고, ‘식품위생과’, ‘일자리·지역경제과’, ‘여성정책과’와 같은 각 부서간의 협력을 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한다는 의견과 함께 서울시차원에서 <참좋은 식당>조례를 만들어 자치구로 적극 확산할 수 있는 넓은 그림을 그리자는 의견도 있었다.
인권적 노동환경이 지켜지고 지역과 환경을 생각하는 식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주민참여가 필요하고, <참좋은 식당>조례가 그 통로가 되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되었다. 조례에 제시된 ‘시민의 권리와 역할’을 강화하여 주민과 해당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평가자 입장에서 참좋은 식당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는 마을공동체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주체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자는 것이다. 조례를 통해 주민과 시민사회단체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서로 연대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간다면 즐거운 일들이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지방자치단체를 감독자로서 위치하는 것보다, 영업자-종사자-소비자를 조직하고 각 주체의 역할을 연계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 역할로 설정해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처럼 포럼은 <참좋은 식당>조례를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다듬고, 살을 붙여나가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지난 3년 동안 식당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누구의 노동으로 먹고 사는가를 인지하고, 밥 짓는 노동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참좋은 식당>조례는 식당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종사자라는 구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노동자, 사업주 그리고 지역사회 운동단체들이 각 당사자의 문제이자 지역사회 공동체의 사안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회적 의미를 전달하였다. 그렇다면 이제는 해당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가 제정되고 실행되기 위한 움직임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포럼을 마치고 이런 상상을 해봤다. 오후 3시에 밥 먹으러 갔는데 휴게시간이라 그 시간엔 영업을 안 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쉬고, 정당한 임금을 받는 식당에서 밥을 먹은 고객들이 여기는 “참 좋은 식당이네!”라고 하루빨리 일상에서 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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