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봄 [민우ing] 디지털TV와 우리들의 매체 선택권
디지털TV와 우리들의 매체 선택권
이윤소(윤소) 여는 민우회 미디어 운동본부
얼마 전 디지털TV를 가진 한 활동가가 TV 화면 절반이 자막으로 가려져 TV를 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냐고 문의했지만, 그것은 의무가 아니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안테나를 샀지만, 안테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또 다시 TV를 제대로 시청할 수 없었단다. 미디어 운동본부 사무실에 있던 안테나를 빌려주고 확인해 본 결과 TV가 잘 나와 똑같은 안테나를 다시 구입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시설 개보수를 하겠다고 공지를 했다고 한다.
이 활동가는 TV를 케이블 방송, 위성 방송, IPTV 등의 유료방송 가입 없이 직접 수신하여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을 겪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구들이 유료방송 가입을 통해 방송을 보고 있기 때문에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됐는지, 디지털 전환은 또 뭔지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장점과 현실
디지털 전환이 되면 고화질의 HD 방송을 누릴 수 있다. 구형 아날로그 TV를 가지고 있더라도 실제로 확인해본 결과 이전보다 훨씬 좋은 화질로 TV를 시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화질의 HD 방송을 누릴 수 있는 실제로 국민은 많지 않다. 고화질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텔레비전을 통해서 직접 수신을 하거나 유료방송의 디지털 상품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0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디지털TV를 이용해 직접 방송을 시청하는 가구의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그리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2012년 9월말 케이블TV의 전체 가입자 중 디지털 방송 상품 가입자는 33.1%뿐이고, 나머지 66.9%에 해당하는 천만 명 가량이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이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이후 수치의 변화를 고려한다 해도, 디지털 전환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유료방송 대신 직접 수신
물론 엠넷, 티비엔 등의 채널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유료방송을 가입해서 TV를 보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KBS1, KBS2, MBC, SBS, MBC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시청자가 TV가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유료방송에 가입을 했다면 이제라도 과감하게 가입을 해지해 버리고 직접 수신을 시도하는 것은 어떨까?
난시청 지역이라서 어차피 유료방송에 가입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는 난시청 지역이 아닐 수 있다. 아날로그 방송 신호와 디지털 방송 신호는 특성이 달라, 디지털 전환이 된 이 시점에서는 TV가 잘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확인해 본 결과이니 직접 확인을 해보셨으면 한다.
사는 곳이 아파트라면 관리사무소에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졌는지 물어보자. 갖추어져 있다면 디지털TV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로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고, 아닌 경우라면 안테나를 사서 설치하면 된다. 물론 아파트가 아닌 곳에 살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아날로그TV를 가지고 있다면 안테나와 컨버터가 필요하다. 안테나와 컨버터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DTV코리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길!)
국민의 매체 선택권을 위한 디지털 전환 정책 감시
사실 직접수신을 하길 원하고 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하더라도,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안테나와 컨버터를 설치하는 선택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료방송은 전화 한통이면 우리에게 달려와 주지 않던가! 하지만 생각해 보자. TV가 나오지 않아 유료방송에 가입을 한 사람이라면 수신료와 유료방송 이용료를 모두 내며 이중부담을 해온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가구라면 유료방송 이용료의 부담이 컸을 것이다.
미디어운동본부에서 디지털 전환 정책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왔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든 자유롭게 매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국민들에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날로그 난시청이 계속 되어 왔던 상황에서는 TV를 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유료방송을 가입해야만 했지만, 디지털 전환이 된 이후에는 난시청 상황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직접 수신을 하는 가구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된다. 물론 아직 직접 수신 환경 개선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홍보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직접수신을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매체 선택권이나 무료 보편적 서비스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제라도 직접수신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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