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가을 [민우ing] 종편(종합편성채널)을 아십니까?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서는 안 되는 5가지 이유”
“젖비린내가 난다”
“대가리가 여물지 않았다”
“사망자가 중국인이어서 다행이다”
위의 인용문들은 누구 개인의 SNS에서 따온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모두 놀랍게도 방송에서 나온 말이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서는 안 되는 5가지 이유”와 “젖비린내가 난다”는 종편의 한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윤창중씨가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를 비난하고 폄훼하는 내용을 여과 없이 그대로 내보낸 것이다. “대가리가 여물지 않았다”라는 말은 북한 미사일 위기 때 종편에 출연한 한 출연자가 북한 김정은 비서에 대해 한 말이다. “사망자가 중국인이어서 다행이다”라는 말은 지난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때 종편의 한 진행자가 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한 말이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은 2008년 신문사들의 경영난 타개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대기업과 신문사의 보도채널, 종편, 지상파방송 진입 허용을 놓고 미디어법 논의를 시작으로 2009년 7월 여당인 새누리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로 탄생 되었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는 TV조선, 채널A, JTBC, MBN 등 무려 4개의 종편 채널을 허가 하였고 이에 그치지 않고 의무 재송신 채널로 지정, 독자적인 광고영업 가능, 방송발전기금 한시적 유예 등 종편들에게 많은 특혜성 선물을 안겨주기 까지 하였다.
이에 힘입어(?) 종편은 편파, 왜곡, 막말 방송을 하면서 세대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방송을 거리낌 없이 해 오고 있다.
편파 방송의 경우 이미 18대 대선 선거방송심의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종편이 전체 법정 제재 19건수 중 13건의 제재를 받았다. 특히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총 6건(법정제재 5건, 행정지도 1건)으로 단일프로그램 중 가장 빈번하게 심의규정을 위반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서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는 후보등록일 직후(2012년 11월 27일~12월 2일)부터 종편의 대선관련 대담 프로그램인 <신율의 대선 열차>(TV조선), <박상규의 대선 스타일>(채널 A), <집중 보도 대통령의 자격>(JTBC)을 모니터링 해 보니 ▲안철수 문재인 두 후보의 단일화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단일화 흠집내기 ▲정당들의 네거티브 선거전을 비판하는 듯 하면서 오히려 이를 확대 재생산하여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배가시키고 ▲진행자의 편파적인 진행 및 화면으로 의도적으로 박근혜 후보 띄워 주기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왜곡 방송의 경우 대표적으로 5.18 북 개입설을 들 수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은 이미 유네스코에서 국내외 검증 절차를 거쳐 '북한군 개입설'이나 '폭동설' 등은 허위라고 결론짓고 2011년 5월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 결정을 했다. 그럼에도 채널A는 한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자신이 북한에 남파된 특전사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인터뷰를 여과 없이 방송하여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였다. 이는 시청자는 물론이거니와 관리감독기관인 방송위의 눈치조차 보지 않고 멋대로 방송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뿐만 아니다. 종편은 주요 이슈 물타기에도 일가견이 있다. 국정원 선거개입이 불거지자 재빨리 새누리당이 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제기한 노전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종편은 하루 평균 7꼭지씩 다루면서 사실 검증 없는 의혹을 확대 재생산 하였다.
이렇듯 안하무인 방송하던 종편이 곧 재승인 심사를 받게 된다. 재승인 심사란 종편처럼 승인절차를 거쳐 방송을 할 수 있게 허가 받은 경우 방송법 제17조(재허가 등)에 의해 방송을 계속하게 위해서는 3년 마다 한 번씩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 이 심사에서 탈락될 경우 방송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이번 재승인의 주체이자 종편을 관리 감독해야 할 방통위는 지금까지 종편 감싸기에만 급급한 모습만을 보여주어 이번 재승인 심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지에 대해 미디어운동본부를 포함한 미디어운동단체들은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서는 지난 8월 21일에 민주당 유승희 의원실과 공동으로 바람직한 종편 재승인 심사 방안 모색을 위한 <종편 재승인 심사,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 나왔던 중요한 논의들을 정리 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심사는 종편이 ‘하겠다고 한 것’, ‘해 왔던 것’, ‘앞으로 할 것’을 총체적으로 평가 하여 방송에 적합한 사업자인지를 가려내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하겠다고 한 것’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승인 과정에서 받은 종편 사업자의 사업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평가가 필요하다. 초기 사업자 선정 시 심사 항목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가능성,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 조직 및 인력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 재정 및 기술적 능력,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 등이다.
만약 이것들이 제출된 사업계획과는 달리 잘 지켜지지 않았다면 이는 승인을 받기 위한 허위 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므로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둘째, ‘한 것’에 대한 평가는 그동안 종편을 운영하면서 했던 방송내용, 프로그램 편성 내용, 경영, 방송통신위원회 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던 것에 대한 시정 여부, 시청자 서비스 등을 평가 하면 될 것이다. 또한 방통위는 종편 승인 시 9가지 승인 조건을 내걸었다. 만약 이러한 승인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다면 이는 승인 취소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할 것’에 대한 평가는 재승인 심사를 받으면서 종편들이 제출한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보면 될 것이다. 이러한 사업계획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에 비추어 정말 잘 이행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현 평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넷째, ‘과락제’를 두어야 할 것이다. 지상파 방송 재허가처럼 1000점 만점에 650점만 넘으면 무조건 재허가가 승인되는 것은 곤란하다. 왜냐하면 이처럼 절대 평가가 이루어질 경우 정말 큰 문제가 되는 방송의 공정성 부분들이 다른 항목과 섞여서 그대로 묻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방송의 공정성 부분, 편성의 편중, 시청자 보호 등의 중요한 항목에서 하나라도 점수에 미달할 경우 재승인에서 탈락 시켜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에 방통위 종편 승인 4가지 정책 목표였던 ‘융합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 / 방송의 다양성 제고를 통한 시청자 선택권 확대 / 콘텐츠 시장 활성화 및 유료방송시장의 선순환 구조 확립 / 경쟁 활성화를 통한 방송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종편이 기여하고 있는지 여부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만약 위의 4가지 목표에 종편이 부합하고 있지 않다면 부합하도록 해야 하거나 이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이들의 일부라도 정리해야 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종편 재승인시 반드시 평가해야 할 것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종편은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가지 특혜를 받고 출발했다. 그 특혜를 받을 만한지에 대한 꼼꼼한 점검이 이번 재승인 과정에서 필요하다.
이러한 기준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통위가 이번 재승인 심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겠다는 의지이다. 방통위는 재승인 절차를 법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요식행위가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질 좋은 방송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운동본부도 이번 종편의 재승인 과정 및 결과가 문제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필요할 때마다 의견을 낼 예정이며 이와 더불어 종편 모니터링도 꾸준히 할 것이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미디어운동본부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미디어운동본부의 문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