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가을 [아홉개의 시선] [보육]에 관한 속풀이한마당 <톡(까놓고) 톡(talk) 할 말 있어요>
[아홉개의 시선]
[보육]에 관한 속풀이한마당 <톡(까놓고) 톡(talk) 할 말 있어요>
여는 고양파주여성민우회
본부, 지부 공동기획으로 시작된[보육]사업 매년 9개 지부와 본부가 하나의 이슈를 선정하여 공동캠페인을 진행하는 사업으로 올해의 이슈는 ‘보육’이다.
. 진행하면서 도무지 이 사업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지 유난히 난상토론도 많이 한 사업이다. 민우회가 왜 [보육]문제를 주 사업으로 해야 하는지 원론적인 질문에서부터 활동회원들 중에 실제 이 보육당사자가 많지 않다는 난감함까지... 게다가 주 진행자인 나 또한 둘째가 고등학교 2학년이다 보니 [보육기의 어려움]이란 건 아주 멀리 지나와 버린 작은 터널일 뿐이고, 더구나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내가 감당해야 할 지극히 개인적인 책임과 능력으로 여기는, 사회나 공공에 대고 삿대질을 하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소심한 시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사업이 꾸려지고 진행되었으니 이를 두고 맨땅에 헤딩이라 하던가. 민우여성학교의 주제를 이 사업의 내용으로 배치하여 진행하고 이후 후속모임을 꾸려내고 이후 작은 모임들을 모아모아 보육 관련 그룹별 릴레이 수다회를 진행하는 과정 또한 만만찮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7월 23일 화요일, 일산동구청 대강당에는 아주 독특한 판이 준비되었다. [톡(까놓고) 톡(talk) 할 말 있어요!!] 라는 다소 도전적인 제목의 속풀이 한마당으로 보육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고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한 고양시민들의 대규모 수다회가 바로 그것. 야심차게도 주중 오전임에도 100석 규모 대강당이다.
과연 이 자리가 다 채워질까? 더구나 장맛비도 이렇게 많이 쏟아지는데... 오겠다고 했던 엄마들이 정말로 다들 올까? 릴레이 수다회 때 만났던 분들은 모두 시간이 안 된다고 했는데 말이다. 의원들과 공무원들만 자리를 채우고 정작 당사자는 몇 명 없는, 내용은 없고 허울만 그럴듯한 우리들만의 행사가 되는 건 아닐까. 오~~~ 안돼! 안돼!! 지금 한쪽에서 한울타리 샘들이 열심히 만들고 있는 100인분의 샌드위치는 어떡하지? 오만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시간이 임박해지면서 정말 고맙게도 (눈물나게 고마웠어요 ㅠㅠ) 동네를 돌며 전단지 붙이고 어린이집 유치원 방문하여 가정통신문에 넣어 주십사 전단지를 놓고 나오는 등 수많은 발품과 말품에 감동(?)했을까? 속속 모여들어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고 정말 자리가 다 채워졌다.
첫 발언자로 나선 6살 아기엄마는 준비되지 않은 엄마로 겪었던 좌절감과, 모유를 먹이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아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웠던 기억을 이야기하며 누군가 모유를 먹이지 않아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다면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예비 엄마 아빠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고, 육아기 엄마들이 경험을 나누고 같이 위로 받을 수 있는 자리를 찾기 힘들다고도 말했다.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와 씨름하며 아이를 벽에 던지고 싶을 만큼 극도의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또 다른 발언자의 목소리에는 많은 아기 엄마들의 격한 공감을 담은 한숨이 보태졌다.
장애아를 양육하면서 일반적인 양육스트레스에 더하여 장애라는 특수한 상황이 가져다주는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활동보조인 제도와 관련하여 시정되어야 할 점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특히 육아휴직중인 아빠의 생생한 경험에 격한 공감이 있었고, 공동육아를 선택한 아빠의 이야기에 부러워했다. 어린이집 시설과 교사 발언 때 살짝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였는데 각자 경험도 다르고 입장도 다르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분위기였다. 3시간동안 휴식 없이 계속된 수다에 모두들 집중하는 모습은 또 다른 놀라운 경험이었다.
고양시장, 부시장을 비롯한 시의원, 도의원, 공무원들도 대거 참여하여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관심을 보였고, 고양시의 보육환경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발언을 하여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공염불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특히, 최봉순 부시장은 현장에서 나온 발언과 제안들에 대해 조목조목 답변을 하였는데 무료 육아카페나 장난감 도서관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더 많이 설치되도록 하겠으며, 보육제도의 홍보와 시설 관리 감독도 철저히 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제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운영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하며, 그동안 여성관련 정책에 관심을 가져왔던 최초의 여성부시장으로서 고양시가 보육친화도시, 여성친화도시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테니 힘을 실어달라는 발언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발언한 어느 엄마의 이야기처럼 아이를 낳은 모든 여성들의 고민이었던 보육문제가 아이가 커가면서 더 이상 내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시점이 온다. 나 역시도 그 시기를 겪어왔음에도 나와는 먼 이야기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니까. 그러나 나의 과거가 내 이웃에 사는 또 다른 여성의 현재 모습일 수 있으므로 모든 여성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바꾸어 가는 운동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이 보육사업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이후 사업은 보육당사자들의 욕구를 더 상세히 파악하는 설문조사가 남아있고, 그간의 진행결과들을 모아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보육정책 토론회]도 준비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고양파주여성민우회가 팔 걷어 부치고 앞장서 가며 지역 내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길에 함께 하며 소시민인 나도 조금씩 민우회 활동가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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