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겨울 [민우ing] 시간제일자리로 여성의 '경력단절',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가 발표한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
올해 6월 정부는 현재 60%에 머물러 있는 고용률을 올린다는 목표로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이하 로드맵)>을 냈다. 로드맵 상에서 주요하게 고려한 대상은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대에 높아지고 30대에는 낮아졌다가 다시 40-50대에 높아지는 M자 커브형으로 그려진다. 30대에 낮아지는 이유는 보통 임신‧출산‧양육 때문이라고 분석되어 왔다. 정부 로드맵 역시 이러한 분석과 상황을 반영하여 일도 하고 아이양육도 병행할 수 있도록 시간제일자리1)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여성들이 임신‧출산‧양육 때문에 ‘경력단절’되는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다면 무엇 때문인지 그리고 정부에서 제시하는 시간제일자리가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거나 메울 수 있는 방안으로 효과적일지 의문이 들었다. 정말 정부가 상정한대로 여성들이 양육 때문에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기 어려워서 시간제일자리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인지 살펴보고자 ‘경력단절’이전부터 재취업 현실까지 여성들의 일 경험을 들었다. 이를 통해 여성노동의 현재를 파악하고 시간제일자리, 노동시간단축 등 정부 로드맵 상의 문제와 여성노동권의 방향성을 토론하는 자리 <‘경력단절’ 여성은 누구인가? 현실과 어긋난 정부정책의 방향키를 다시 잡다>2)를 마련했다.
시간제일자리, 과연…?
토론회에서 중요하게 던져지고 이야기되었던 질문은 ‘경력단절’의 대책으로서 정부가 내세우는 시간제일자리의 문제점과 시간제일자리로 과연 여성고용률이 높아질지에 대한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토론회 당일에 고용노동부에서 시간제일자리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며 ‘경력단절’ 여성층에 무게중심을 두어 집행할 것을 발표했다.3) 이에 발맞추듯 대기업들과 은행권에서도 시간제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최근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나서서 ‘경력단절’ 해결의 “가장 유력한 대안4)”이라면서 시간제일자리와 여성을 연결 짓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번 토론회에서 장지연님은 정부의 시간제일자리 정책에 대해 큰 물음표를 던지며 시간제일자리의 허와 실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먼저 현재 여성노동자 5명 중 1명이 시간제로 일하고 있지만 여성고용률이 오랜 시간동안 제자리걸음인 상황과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기존 시간제일자리의 열악성5)에 대해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노동자 본인이 권리적 차원에서 일하는 시간을 실제로 ‘선택’ 가능해야 양질의 시간제일자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지금의 정부정책으로는 오히려 나쁜 시간제일자리만 늘어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서 김원정님은 로드맵 상에서 여성을 유휴인력으로서 가사와 병행하는 특수집단으로 상정한 것을 지적하며 여성고용정책과 관련해서 지난 15년 동안 나왔던 정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다 이전 정책들이 목표달성을 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경력단절’ 여성과 시간제일자리를 연결한 현 정부정책 역시 마찬가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경력단절’ 여성의 케이스를 일반화하여 시간제일자리를 ‘여성직군’처럼 분리해서 매칭하는 정책으로는 지금의 여성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경력단절’을 포함하여 여성노동을 보는 프레임 자체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정부의 시간제일자리확대 발표 이후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노동계는 이 흐름을 막기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 정부의 ‘공공부문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과도 다른데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근로조건이 열악한 일자리만 양산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70%라는 수치에만 급급하게 목표를 두고 불안정한 시간제일자리에 여성을 ‘활용’하여 고용률을 올리려는 정책으로는 여성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여성노동을 바라보는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토론회에서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기 위해서 ‘시간제일자리’가 아니라 다른 대안과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여기에서 다른 대안이라 함은 새로운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여성노동을 바라보는 관점, 프레임의 전환을 뜻한다. 그간 여성노동정책으로 대표적인 일․가정양립제도의 패러다임을 여성에만 초점 맞추지 않고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제 집행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고 고용 상 성차별부터 없애는 등 만연한 여성노동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한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여성 ‘경력단절’의 이유로 알려진 임신‧출산‧양육이 표면적인 계기였을 뿐 다른 이유들도 ‘경력단절’에 작용하고 있음이 보고되었다. 여성들의 일 경험을 들어봄으로써 알게 된 ‘경력단절’의 구체적인 이유는 직장 내 성차별, 비정규직 계약만료 등으로 불안정한 여성노동문제로부터 기인된 것이다. 기존의 여성일자리가 탄탄하고 ‘비전’이 있다면 일과 양육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노동자의 경력과 일 경험이 현재와는 달랐을 것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여성들은 ‘시간제일자리’보다는 지속가능한 노동,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정책이 가야할 방향은 단일한 틀이 아닌 보다 다각적인 차원에서 여성노동문제를 이해하는 것이다.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노동 욕구를 제대로 읽어내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하게는 기본적으로 여성노동권이 실질적으로 보장 가능하도록 정책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정책의 방향키는 숫자로 목표를 삼을 게 아니라 현실 속의 여성노동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1) 시간제일자리는 ‘시간선택제일자리’로 불리고 있다. 정부에서는 시간제일자리가 부정적 어감 때문에 이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며 ‘선택’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드러내어 사용하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등 노동권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현실 속에서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자발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기존의 시간제일자리와 다른 지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선택제가 아닌 시간제일자리로 본 글에서는 표기한다.
2) 박봉정숙 공동대표의 사회로 ‘경력단절’ 경험을 가진 여성들 19명의 목소리를 담은 분석보고(강선미 여성노동팀 활동가)와 원주-춘천지역 ‘경력단절’ 여성의 일욕구와 여성재취업기관의 교육 및 일자리연계 현실을 드러낸 분석보고(정유선 원주여성민우회 대표)를 하고 정부 로드맵 비판은 김원정(한성대 여성학 강사), 시간제일자리에 대해서는 장지연(한국노동연구원), 노동시간단축 방향성은 박제성(한국노동연구원)님이 주제별 발표를 진행했다.
3) <[시간제 일자리 대폭 늘린다] 전체 60~70% 경력단절 여성 선발>, 서울경제, 2013.11.13
4) <방하남 장관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경력단절 여성 중심”>, 파이낸셜뉴스, 2013.11.19
5) 월임금은 전일제 일자리의 26%, 최저임금 미만으로 받는 경우도 30%, 사회보험가입률은 10%인 현실. 적정임금수준 및 보험가입 여부를 고려한 양질의 시간제일자리는 현재 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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