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감시/정책

모니터보고서-<도가니> 그 후, 지상파 3사는 성폭력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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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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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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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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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0
[언론 보도문]
<도가니> 그 후, 지상파 3사는 성폭력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가?
영화 <도가니>는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다. 이 사건이 2011년에 더 큰 화제가 된 이유는, 많은 이들이 막연히 추측하던, 혹은 외면하던 사건을 영상으로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아동 성범죄 사건 조사의 부실함과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국민들을 분노케 만들었고, 이들로 하여금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행동에 나서도록 추동하였다. 이렇게 영화가 일으킨 분노는 결국 정치권 법조계까지 움직이게 만들었고, 이와 관련된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다.
사회에 이러한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지만 아동 성폭력 장면이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묘사된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러한 문제점은 TV 뉴스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선정적인 재연 장면을 방송하고, 해당 범죄를 필요 이상 상세하게 설명하여 시청자들에게 극심한 불안감을 심어주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영화 <도가니> 개봉 이후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본격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 9월 27일부터 10월 26일까지 한달동안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를 모니터하고, 성폭력(성폭행, 성추행만을 대상으로 함) 관련 뉴스가 어떻게 보도되고 있는지 분석해 보았다.
-선정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성폭력 사건 보도 행태
성폭력을 보도할 때 주의해야할 점은 이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거리로 보도하거나 피해의 내용을 너무 자세히 선정적으로 묘사하지 않도록 하는 것임. 물론 이는 영상에서도 지양되어야할 부분인데, 이러한 영상의 문제점은 MBC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났음.
9월 28일 <솜방망이 징계 절반이 복귀>, 10월 5일 <백만여명 성범죄조사>에서는 아이의 허벅지를 만지는 손을 보여주었음. 아동성범죄를 다룰 때에는 보도가 선정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유의했어야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이러한 장면을 재연까지 해서 보여준 것은 문제로 지적할 수 있음. 가장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느껴지는 뉴스는 10월 24일 <직접 쓴 수기 공개>는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가 쓴 수기를 소개하는 꼭지였는데, 피해자 수기의 배경화면으로 멍든 얼굴, 배변 주머니를 찬 모습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음. 이는 모두 시청자들로 하여금 성폭행 상황이 연상되도록 하는 영상으로 성폭력 관련 사건보도에서 피해야할 선정적인 화면 구성이었음.
MBC는 화면의 문제와 더불어 피해상황, 성폭행 상황을 자세하게 서술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꺼리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했음. 해당 뉴스들은 모두 성폭행 사건의 과정, 결과에 대해 구체적이고 불필요하게 상세히 묘사하는 선정적인 보도태도를 보였음.
특히 아동 성범죄에 대한 보도는 호기심을 줄 수 있는 어떤 묘사도 지양되어야 함에도, 10월5일 <백만여성 성범죄 조사>에서는 “애들...만지는 거, 어떤 때는 너무 세게 해서 아프다고 그러고...”라는 식의 인터뷰를 보도하여 오히려 성애 장면을 연상시키는 보도를 하였음. 10월 12일 <위험한 만남, 부킹>에서는 집단 성폭행 과정을 \"(여자를) 업고 들어간 남자는 안에서 안 나오고,한 명씩 번갈아 들어가고.\"이라는 종업원의 인터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려냈음. 피해자에게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인터뷰내용을 가감 없이 들려주어 오히려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피해자에게 또 한 번의 고통을 줄 수 있는 보도를 하였음.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재생산하는 보도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재생산할 수 있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됨. 하지만 MBC 10월7일 <주한미군 또 성폭행>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불필요하게 자세히 서술하여 피해자가 성폭력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보도를 하였음. 또한 MBC 10월14일 <나홀로 아동 성폭행>에서는 성폭력 당한 아동은 돌봐줄 어른이 없었다는 상황을 설명하며, ‘성폭력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딸을 가진 부모가 아이를 조심시켜야 한다’는 환경을 강조함. 가해자의 범죄사실과 잘못된 사회제도보다 피해자의 환경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본말이 전도된 보도를 한 것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성폭력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때 지양해야 할 태도 즉, 앞서 지적한 선정적 화면 구성, 자세한 범죄 상황 묘사와 더불어, 성폭력의 원인과 예방을 모두 여성에게 전가시키는 보도행태를 보인 방송사가 MBC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함. 또한 MBC 뉴스데스크는 성폭력 관련 보도 건수도 가장 많았음. 이는 MBC가 성범죄 관련 꼭지를 자극적으로 제작하고 자주 등장시켜 시청률을 올리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도록 만들었음.
이러한 보도의 문제점이 발생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로 인해 성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임. 그러기에 성폭력 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피해자의 인권, 피해자 중심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함.
영화 <도가니>의 성공은 일명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었음. 영화 <도가니>가 했던 이러한 역할은 지상파 3사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임. 하지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서 성폭력 보도에 대한 감시를 수년간 지속한 결과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들의 개선이 미흡했고, 이번 모니터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것들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언론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지상파 방송의 역할과 책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음. 성폭력 보도에 있어 이들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보도 행태를 피하고, 성폭력 보도에 있어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이를 준수한다면 영향력과 신뢰도에 의심받고 있는 지상파 방송 뉴스가 이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임.
■ 문의 :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 / T. 02-734-1046)
<도가니> 그 후, 지상파 3사는 성폭력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가?
영화 <도가니>는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다. 이 사건이 2011년에 더 큰 화제가 된 이유는, 많은 이들이 막연히 추측하던, 혹은 외면하던 사건을 영상으로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아동 성범죄 사건 조사의 부실함과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국민들을 분노케 만들었고, 이들로 하여금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행동에 나서도록 추동하였다. 이렇게 영화가 일으킨 분노는 결국 정치권 법조계까지 움직이게 만들었고, 이와 관련된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다.
사회에 이러한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지만 아동 성폭력 장면이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묘사된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러한 문제점은 TV 뉴스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선정적인 재연 장면을 방송하고, 해당 범죄를 필요 이상 상세하게 설명하여 시청자들에게 극심한 불안감을 심어주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영화 <도가니> 개봉 이후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본격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 9월 27일부터 10월 26일까지 한달동안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를 모니터하고, 성폭력(성폭행, 성추행만을 대상으로 함) 관련 뉴스가 어떻게 보도되고 있는지 분석해 보았다.
-선정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성폭력 사건 보도 행태
성폭력을 보도할 때 주의해야할 점은 이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거리로 보도하거나 피해의 내용을 너무 자세히 선정적으로 묘사하지 않도록 하는 것임. 물론 이는 영상에서도 지양되어야할 부분인데, 이러한 영상의 문제점은 MBC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났음.
9월 28일 <솜방망이 징계 절반이 복귀>, 10월 5일 <백만여명 성범죄조사>에서는 아이의 허벅지를 만지는 손을 보여주었음. 아동성범죄를 다룰 때에는 보도가 선정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유의했어야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이러한 장면을 재연까지 해서 보여준 것은 문제로 지적할 수 있음. 가장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느껴지는 뉴스는 10월 24일 <직접 쓴 수기 공개>는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가 쓴 수기를 소개하는 꼭지였는데, 피해자 수기의 배경화면으로 멍든 얼굴, 배변 주머니를 찬 모습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음. 이는 모두 시청자들로 하여금 성폭행 상황이 연상되도록 하는 영상으로 성폭력 관련 사건보도에서 피해야할 선정적인 화면 구성이었음.
MBC는 화면의 문제와 더불어 피해상황, 성폭행 상황을 자세하게 서술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꺼리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했음. 해당 뉴스들은 모두 성폭행 사건의 과정, 결과에 대해 구체적이고 불필요하게 상세히 묘사하는 선정적인 보도태도를 보였음.
특히 아동 성범죄에 대한 보도는 호기심을 줄 수 있는 어떤 묘사도 지양되어야 함에도, 10월5일 <백만여성 성범죄 조사>에서는 “애들...만지는 거, 어떤 때는 너무 세게 해서 아프다고 그러고...”라는 식의 인터뷰를 보도하여 오히려 성애 장면을 연상시키는 보도를 하였음. 10월 12일 <위험한 만남, 부킹>에서는 집단 성폭행 과정을 \"(여자를) 업고 들어간 남자는 안에서 안 나오고,한 명씩 번갈아 들어가고.\"이라는 종업원의 인터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려냈음. 피해자에게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인터뷰내용을 가감 없이 들려주어 오히려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피해자에게 또 한 번의 고통을 줄 수 있는 보도를 하였음.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재생산하는 보도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재생산할 수 있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됨. 하지만 MBC 10월7일 <주한미군 또 성폭행>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불필요하게 자세히 서술하여 피해자가 성폭력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보도를 하였음. 또한 MBC 10월14일 <나홀로 아동 성폭행>에서는 성폭력 당한 아동은 돌봐줄 어른이 없었다는 상황을 설명하며, ‘성폭력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딸을 가진 부모가 아이를 조심시켜야 한다’는 환경을 강조함. 가해자의 범죄사실과 잘못된 사회제도보다 피해자의 환경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본말이 전도된 보도를 한 것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성폭력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때 지양해야 할 태도 즉, 앞서 지적한 선정적 화면 구성, 자세한 범죄 상황 묘사와 더불어, 성폭력의 원인과 예방을 모두 여성에게 전가시키는 보도행태를 보인 방송사가 MBC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함. 또한 MBC 뉴스데스크는 성폭력 관련 보도 건수도 가장 많았음. 이는 MBC가 성범죄 관련 꼭지를 자극적으로 제작하고 자주 등장시켜 시청률을 올리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도록 만들었음.
이러한 보도의 문제점이 발생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로 인해 성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임. 그러기에 성폭력 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피해자의 인권, 피해자 중심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함.
영화 <도가니>의 성공은 일명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었음. 영화 <도가니>가 했던 이러한 역할은 지상파 3사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임. 하지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서 성폭력 보도에 대한 감시를 수년간 지속한 결과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들의 개선이 미흡했고, 이번 모니터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것들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언론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지상파 방송의 역할과 책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음. 성폭력 보도에 있어 이들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보도 행태를 피하고, 성폭력 보도에 있어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이를 준수한다면 영향력과 신뢰도에 의심받고 있는 지상파 방송 뉴스가 이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임.
■ 문의 :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 / T. 02-734-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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