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신입회원 세미나
2016 하반기 신입회원 세미나 후기
신입회원 세미나가 9월 27일, 10월 6일, 13일, 21일 매주 한번 씩 네 번에 걸쳐 진행되었어요.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를 읽어 와서 발제를 하고 책 내용을 나누기도 하고,
그 주에 있었던 따끈따끈한 시사 뉴스들을 가지고 토론하기도 했어요.
가가, 라룰, 김모드, 뭉클, 후추, 햄보, 영동, 하나, 우주, 손현정 이렇게 10명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여성혐오가 얼마나 오래되고 뿌리 깊은 것인지, 그래서 우리 자신을 비롯해 여성혐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는 것.
그리고 ‘남성 연대’와 여성/남성에 다르게 적용되는 이중 기준 같은 것들에 대해 토론했어요.
가족이나 친구 같은 가까운 관계에서 겪었던 경험들을 나누다보면 두어 시간이 훌쩍 넘곤 했지요.
사회와 여성들의 변화 속도에 비해 개인 남성들의 문화적 지체가 너무 심각하다는 것에 좌절과 성토가 오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최근 SNS를 중심으로 페미니즘을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에 위안과 희망을 느끼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세미나를 하는 중에 트위터에서 ‘#000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로 유명인들의 성폭력 행위가 폭로되기 시작했습니다.
세미나에 참여하고 있는 한 회원이 ‘행동하는 첫사람’이 되었던 이야기도 전해 주었어요.
학교 정문에 물길 포스트잇 ‘교수님 그발언 노오답’을 학교 벽에 붙이자 그 옆에 ‘창피합니다’, ‘지금은 21세기~’라는 포스트잇들이 이어서 붙기 시작했다고 해요.
이렇게 온오프라인을 넘어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고 있는 페미니즘을 맘껏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참여했던 두 회원의 후기로 전달합니다.
라룰
신입회원이 된 지 한 달 만에 운 좋게! 참여하게 된 세미나. 여성분들과 주로 생활하지만 다른 분들도 알고 싶다 하는 마음에 바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세미나가 4번뿐이라 좀 아쉬웠지만.... 한 달이 엄청 빨리 가더라고요. 세미나 할 때마다 열심히 적고 듣고 했던 기억이 나요. 다들 굉장히 본받을 점이 많은 분들이어서 많이 배워가는 시간이기도 했고, 저의 짧은 식견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ㅎㅎ 이야기를 시작하기만 하면 3시간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지나가지?! 하는 느낌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ㅋㅋㅋ 처음 세미나를 했을 때, 이름보다 닉네임으로 자기소개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학벌, 나이, 직업을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놀랐죠. 저의 수십 년 간 살아온 문화에서는 한두 살 차이로도 언니오빠 누나동생을 확실히 하는 게 정석 같았으니까요.... 이런 문화들로 상처받고 있던 차에 민우회의 문화를 접하니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는 민우회 문화가 아닌 사회의 문화가 되었으면 ㅎㅎㅎ 세미나 끝나고 하던 뒷풀이도 너무 좋았어요!! 음식도 맛있고....ㅎㅎ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매주 보던 분들과 헤어지는 건 아쉬웠지만 언젠가 또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일주일에 한 번, 예방주사> _우주
일주일에 한 번, 가뭄에 단비 같았던 신입 회원 세미나 ‘환절기’가 끝났습니다. 함께 책을 읽고, 각자의 생활 속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나눴던 4주 동안, 저는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환절기’는 신입 회원으로서 처음으로 참여하는 세미나이기도 해서 시작하기 전부터 기대하고 설렜는데, 4회 모두 출석한 결과, 앞으로도 계속 함께 연대할 동지들이 있는 한, 저는 더욱 당당하게, 또 즐겁게 살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번 ‘환절기’ 세미나에서, 우리는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읽었습니다. 특히 ‘호모소셜, 호모포비아, 여성 혐오’, ‘비인기남과 여성혐오’ 같은 장을 읽으면서, 저자가 일본의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여성 혐오 문제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동아시아 혹은 더 나아가 전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세미나가 진행되는 와중에, 각자의 일상에서 겪는 폭력, 그리고 SNS 등을 통해 퍼진 각 계의 여성혐오 및 성폭력에 대한 폭로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물론 이 모든 일을 직간접적으로 겪는 것이 괴롭고 힘들긴 합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말하기 시작한 ‘첫 사람’들로 인해, 두 번째 사람, 세 번째 사람들이 말을 꺼낼 수 있게 됐습니다. 저 역시 과거에 당하고 그냥 넘어갔던 성희롱 및 여성혐오 발언, 성추행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사과를 요구해 사과를 받기도 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하거나 생각만 하고 지나갔을 텐데, 세미나를 통해 내가 인지하는 사실에 대해 언어화하고 행동하는 습관이 조금 더 길러진 것 같습니다.
매일 매일 너무나도 많은 일이 일어나고,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게 극한이라 생각되지만, 그래서 우리는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되겠지요. 일상에서 여성인 내게 폭력을 가하는 모든 것을 거부합니다. 그건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차별적 발언부터 내가 소비하는 문화, 나와 맺어진 사적, 사회적 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는 걸.
지난주는 세미나가 끝난 뒤 맞는 첫 주였고, 목요일 저녁 시간, 왠지 아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민우회 사무실에서 회원 및 활동가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야 할 것만 같았거든요. 한 주 동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던 이들이 모여 하는 ‘속 풀이’에 가까웠던 세미나 ‘환절기’는 실로 감기에 걸리기 쉬운 때에 맞은 예방주사였습니다. 각자 나눠주신 힘 있는 눈빛과 목소리들을 지금도 가끔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환절기를 넘어 겨울이 가까워졌습니다. 우리 모두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하고 조금만 더 버텨 봐요. 우리는 서로의 용기니까요. |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