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콘텐츠 어디까지 봤어요?] 탐험을 떠나는 여성들, <서던 리치: 소멸의 땅>
페미니즘 콘텐츠 어디까지 봤어요? ②
: 탐험을 떠나는 여성들, <서던 리치: 소멸의 땅> 글 / 라임 |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는 것, 많은 SF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팀을 이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는 수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어 왔다. 팀원들은 주로 배려심 많은 사람, 불 같은 성격을 가진 군인, 이성적인 학자,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사람 등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자 사연을 한가지씩 마음에 품고 있기 마련이다. <서던 리치 : 소멸의 땅>도 이러한 모티프의 변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눈 여겨 볼 만한 부분이 한 가지 있다. 그건 탐험에 참여한 팀원이 모두 여성이라는 것이다.
생물학 교수 레나(나탈리 포트만 분)는 3년전 정체불명의 물체가 등대로 떨어졌으며 그 이후로 등대를 중심으로 알 수 없는 무지개 빛으로 뒤덮인 지역(The shimmer)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지역으로 수많은 군인들이 탐사를 떠났지만 돌아온 사람은 오직 레나의 남편뿐. 남편이 그 임무에 지원하게 된 이유를 직감한 레나는 과학자들로 이루어진 팀에 합류해 탐사를 떠나게 된다.
[편집자주] 드라마 <서던 리치: 소멸의 땅> 중
영화는 팀원 전원이 여성인 이유에 대해 긴 설명을 하지 않는다. ‘모두 여성이군요’ 라는 레나의 말에 팀원들은 ‘과학자들이죠’ 라고 답하고 넘어간다. 마치 지금까지의 많은 영화들이 탐험대 중 남성이 대부분인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았던 것처럼. 극중 남성의 역할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남성들이 주축이 되었던 이전의 탐사대는 실패한 과거의 상징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돌아온 남편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레나의 죄책감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며, 행복했던 플래쉬백 속에서만 살아 움직인다. 수많은 남성서사에서 주인공의 동기부여 대상으로 존재하던 여성들이 연상되는 지점이다.
보통 개척과 탐험의 이야기에서 여성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관객인 나의 입장에선 탐험영화의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다.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서사 안에서라면 좀 더 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탐험이란 장르에 그 동안 배제되었던 여성의 관점을 더한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이런 의문들을 서던리치를 보며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편집자주] 드라마 <서던 리치: 소멸의 땅> 중
화려하면서 기괴한 영상과 함께 훌륭한 SF호러 영화로서의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서던리치 : 소멸의 땅>. 페미니스트이자 장르영화 팬이라면 크리스마스 선물박스처럼 느껴질 것이다. 극장은 아니지만 조명은 어둡게, 사운드는 크게 해 넷플릭스를 켜고 서던 리치의 세계 속에 빠져보자. 탐험대의 일원으로서 여정에 참여하는 느낌이 든다면, 탐험하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볼 수 있다면 그로써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드라마 <서던 리치: 소멸의 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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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라임 (민우회 회원)
2015년 민우회에 가입한 이후 3년째 소모임 '본다큐' 활동을 하는 중이다. 넷플릭스를 항상 켜놓는 편.요즘은 <꼴찌마녀 밀드레드>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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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페미니즘 콘텐츠 어디까지 봤어요?>는 여전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연애각본으로 포장하거나 여성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관념을 재생산하고, 다양성을 보장하지 않는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에 질린 페미니스트 시청자들이 기존의 방송이 아닌 새로운 매체를 통해 페미니즘 콘텐츠를 발굴하는 기획연재입니다. 민우회 다큐소모임 <본다큐>의 회원들이 각 1회씩 맡아 올해 총 3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1편 보러가기: 자기만의 방식으로 좋은 여자들, <Good Girls> - http://reurl.kr/40011C47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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