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다방] 살림, 잘 살고 있었노?
살림, 잘 살고 있었니?
살림을 생각하면 솟대가 떠오른다. 언젠가 살림이 작삼 모임 때 성미산에서 나뭇가지 주워와 솟대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다. 손이 야물지지 못한 나는 솟대가 끼워지지가 않아서 낑낑거렸고, 결국 살림이 다 만들어주었다.
일주일 전, "살림, 점심 시간에 너네 사무실에 갈께" 며 무턱대고 날을 잡았다. '4개월 만에 회계사 시험에 붙었대~ 살림 천재래~' 라는 각종 소문과 루머가 작삼 안에서 퍼져가고 있었다.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고 천재일 경우 친해지기 위해 살림을 만났다.
우와 살림 전문직이야
여의도 순복음 교회 뒷편에 사무실에 위치해 교회 근처에서 만났다. 핵안보 정상회의에 맞춰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플랑이 휘날린다. 아오 이교회 증말. 투덜투덜 대고 있는 사이, 아 저기 오는 바바리 입은 직장인이 살림일까. 아 살림이었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얼굴이 좋아졌네. 아 살이 좀 올랐나?"
살림이 낯설었다. 괜히 입꼬리가 씰룩거렸고, 살림도 나와 비슷한 표정으로 "우리 뭐 먹을까?" 했다. 좀 걷다가 낙지 수제비집을 발견했다. 나는 전날 회식 때문에 속이 깔깔했고 낙지 국물 먹을 생각에 맘이 좀 들떴다. 살림이 수제비를 사주었고 해물탕을 먹을걸 살짝 후회하기도 했다.
여의도 공원을 걸었다. 아이스 커피 두 잔을 샀다. 내가 샀다. 이유는 1,500원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살림은,
"진짜 햇볕 보는게 오랜만이다. 3월 내내 주말 없이 일만 한다. 볕 좋은 날 여유있게 소풍 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맞어맞어. 그런 시간이 꼭 필요하지"라고 답했다.
멍때리며 살림과 이얘기 저얘기 널을 뛰다가, 나는 아 이거 인터뷰하러 왔지라는 생각이 다시 들어 "요즘 낙이 뭐야?"라고 물었다. 살림의 요즘 최고의 낙은 야근하고 집에가는 택시 안이라고 한다. 밤10시 이후에 택시비는 회사에서 내주기 때문에 택시에서 미터기가 보이지 않고 야경이 보인다고 했다. 밤택시에서 살림은 무슨 생각을 할까.
맞어 맞어
"삼성 같은 데서 하루 1시간만 모든 직원들이 파업을 해도 기업이 바뀔텐데."라고 했고 "그 한시간이 막 점심시간이야 ㅋ"나는 이런 농담을 쳐보았다. 하지만 살림은 진지했다.
"그 한 시간 모든 사람이 연대하기 왜 어려운걸까?"라고 말하며 경제구조, 자본주의에 대해 짧게 얘기했다. 나는 경제학을 잘 몰라서 마냥 살림이 하는 말을 끄덕거렸다. 이건 느낌인데 맞는 얘기 같았다.
"회계사 일은 어때?"라고 물었다. 회계사 일은 주로 개인적이란다. 사무실은 독서실처럼 생겼고, 사람이 하도 많아 가끔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저 아저씨는 누구지'라고 생각했단다. 업체에 나갈 때 하는 팀작업이 있긴 한데 그 팀원이 몇 개월간 같이 일하기 보단 며칠 일하고 다시 팀이 바뀌어서 공동체로서 같이 일하는 느낌은 받기 어렵다고도 했다.
"나중에 민우회 감사 해주면 되겠다."고 했더니,
지금 수습기간이라 할 수 있으려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민우회에 도움 줄 수 있으면 뭐든지 요청해달라고 했다. 살림은 취업 하자마자 민우회 회비를 인상했다. 그러기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회원들을 보면 나를 돌아보게 된다. 환경단체, 시민단체, 공부방 등 후원하는 단체도 많았다.
고민이 뭐여
살림은 "꼬깜은 요즘 고민이 뭐야?"라고 물었다.
나는 속으로 '이런 질문 해줘서 되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술술술 이야기했다.
"가능하다면 지금 일을 배워 나중에 시민단체에서 예산 감시와 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가끔 북디자인도 해보고 싶고 다른 것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하고 싶은게 많은 사람이 갑이다.(우와 이표현썼다) 나도 하고 싶은게 많아지고 싶다. 아. 흐린데 봄은 봄이다. 강바람 쐬니 숙취도 날아가는 것 같았다.
@ 괜히 찍어본 손. 손에 털이 있구나
이제는 헤어질 시간.
"그래도 너네 사무실 보고 갈께"라고 이야기하며 사무실을 보았다.
나는 "와 살림 너 성공했구나!" 했더니 살림 표정이 어색했다.
사무실 앞에 택시가 주루룩 서있었다. 살림은 저 택시들이 아까 이야기한 법인 카드를 기다리는 택시라며 무섭게 생겼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무섭게 생겼다.
민우회를 떠올리면 2010년에 송년회 때 명치랑 했던 공연 장면이란다. 승짱이 노래 부르고 나무가 무슨 이상한 피리 불었던가 했는데 그 느낌이 정말 좋다고 했다. 아 그러고보니 나도 그 때 생각나. 주먹밥이 되게 맛있었고, 뒷풀이 때 만취했던 것 같아.
살림이 5월이 되면 여유가 생긴다고 새로운 사람들이 많아 조금은 낯설지만 명치와 작삼 때 만나자고 했다. 나는 꼭 와야되 여의도랑 성산동 완전 가깝잖아라고 답했다.
살림이 요즘 노래 뭐 들어? 해서 아 나 하이킥ost 들어 라고 말하려는 찰나, 신호등이 바뀐다.
곧 보자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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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이너뷰 이제야 보네. 며칠전 좀 한가해져서 명치 다시 할수 있단 말 듣고 반가웠는데..이건 막 막 바쁜때구나. 꼬 뭐야 웃어버렸잖아. 천재로 확인될경우 친해지기 위한 인터뷰. 사심 갑~!! ㅋㅋ
모두들 안녕!!^^; 오랜만이야 다들 너무 보고싶어요~~ 벚꽃이 지고 나서야 여유가 생기네요 곧 만나러 갈게요 라일락이 지기 전에!!!
^^ 아아~~ 살림 *^^* 방가방가...
잘 살고 있었구나...
합격과 취직 추카추카하고 늘 건강해야해..알쮜?!
와~~살림.. 저렇게 보니까 진짜 직장인 같다.. ㅋㅋㅋ 반가워..살림!!! 살아 있었구낭.
^^ 하긴 직장생활이 다 전쟁이지 뭐.. 언제 얼굴보나?..
살림 작삼이었는데ㅋㅋㅋ
곧, 보자. 살림- 살림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 건강 잘 챙기며 지내기!
살림 보고싶다. 어색해하지 말고 함께 해! 명치:) 히히.
역시 꼬의 의식의 흐름대로 글쓰기와 짧은 문장들은 멋져부려! '-'b 부럽다 팬심작용.
왠지 눈물날 거 같다...살림 왠지 슬퍼보여....
살림. 나중에 꼭 예산감시 같은 활동 해요. 좀 안정되면 녹색당 같은데서 국회예산감시나 민회에서 주민예산참여제도 등 활동에 참여해도 재밌을 듯. 아참. 녹색당은 재창당한 다음에. 지금 해체해야하니깐 흑.
봄인데,,,공원이 아직 겨울같다아아---
살림 안녕하세요. 히히
꼬깜의 의식의 흐름대로 쓴 탐나는 다방 재미지다아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