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M라인] 빌어 먹을 나는, 빌 붙어도 좋을 당신들과.
▶ 혜영 / 2013년 4월 회원가입 / 사진으로 활동의 고리를 잇고 확장하며 전반적인 창작작업에 눈독을 들임 / 2년여만의 잉여의 시간을 내달리다 이 달부터 대표적인 독립예술축제인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스탭으로 결합하고 있음.(축제 즐기러 오세요!) / 여는 민우회를 분주히 열어제끼며 들락날락 하고 싶은 욕구 맹렬히 분출 중.
또! 한차례의 반가운 '제이의 습격'으로 인해 민우M라인을 타게 된 혜영입니다.
나의 소개를 부탁한다는 제안에 흔쾌히(?) 응했으나 이후에 드는 생각은 아직 나와 접촉이 없었거나 대화 한번 해보지 않은 회원/활동가들에게 이 경로를 통해 나를 알리고 그걸 들어달라고 하는 게 맞나 싶더라고요. 이런 부담을 안고 그래도 한번 해볼까 하니, 이건 내가 다 아닐 수도 있고 어쩌면 그게 나일 수도 있는 것이라는 모호함을 살짝 깔아주시기를 바라며 인사를 전합니다.
"반가워요. 혜영입니다."
민우회의 시작은 제이의 습격으로부터...
민우회 회원가입을 하게 되고, 점차 회원활동을 넓혀가고, 회원정체만으로도 아닌 지원과 지지의 다른 방식으로도 고민을 하게 된 것, 이 모든 민우회와의 관계 시작과 활동의 확장에는 활동가 제이가 있었지요.
제이는 이전에 함께 활동한 경험이 있어요. 그 당시에 많은 이야기를 해보거나 친했던 관계는 아니었으나, 결정적으로 나의 개인적 성향이 활동 안에서 불안정하거나 의심스러울 때 이 사람에게는 이런 내가 존중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신뢰를 두면서도 적정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사람이었던것 같습니다.
민우회 활동을 시작한 제이를 이후에도 활동을 통해 간간히 보게 되었고 그런 자리에서 만난 제이의 모습과 오가는 짧은 대화에서 민우회 활동을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동기사랑~ 여는사랑~ 노새, 막심, 지원, 히카루, 나다
▲신입회원 세미나 '환절기'에서 만나 동기로 맺어진 그녀들과 회원팀 나우,제이, 눈사람
회원가입과 동시에 신입회원 세미나를 참여하게 되었는데 함께 시작한 신입회원들과 정희진선생님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5회차에 나누어 읽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자연스레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동안 내가 지지 받지 못하거나 분노하고 좌절했던 여성으로서의 나를, 내 삶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세미나를 함께한 회원들을 저는 민우회 '(회원)동기'라고 칭하는데요. 노새, 막심, 히카루, 나다, 지원, 이렇게 다섯 명. 그녀들과 어쩌면 쉽지 않았을 이야기를 나누며 저도 모르는 사이 그 기회를 통해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며(느낀거지?) 우리가 여기서 만나 여성주의로 서로를 추동시킬 수 있는 기회를 크거나 작게 가질 수도 있겠다 하는 관계를 상상하게 했습니다.
특히나 모범회원 노새의 소소한 제안과 네트워킹 매개의 역할은 동기의 끈끈한 애정에 점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주고받는 안부와 소식들을 기대하게 합니다. (우리 다음 번개는 언제할까, 뭐하지? +.+)
엄마는 희숙씨.
희숙씨는 나의 엄마이고 엄마는 1회용 믹스커피를 좋아하며 사시사철 앞산 뒷산을 누비며 철마다 갖가지 자연수확물로 김치냉장고 두 개 중 반 정도를 그것들로 채우고는 정작 자기 입보다 가족들이 먹는 기쁨을 누리며, 나에게는 부족한(거의 없는) 근면성실로 평생을 가사노동과 부수입이 될만한 노동으로 살아왔고, 좋아하는 가수는 나훈아, 5천원 이상의 옷은 비싼 것이라 주로 시장표 나일론을 즐겨 입고 쓸데없이 소모되는 전력과 물 낭비를 아주 싫어함. 이런 엄마에게 근검절약의 정신까지 몸소 익혀간 나는 성장기에 그런 그녀를 못마땅히 여겨 투정부리던 것을 이제와 매우 후회하고 있음.
[앞으로 딸들은 아버지의 검은 잉크를 엎어버리고 어머니의 젖이라는 흰색 잉크로 어머니에 대해 다시 써야 한다. 이제 아들은 어머니에 대해 말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딸은 어머니를 자신에게 투사하지 말고 스스로 욕망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사회는 여성과 어머니를 분리하고, '성스러운' 어머니의 일을 남성에게도 부과해야 한다.] -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중.
세미나를 하며 이 문구는 지금의 내 엄마와 나의 위치를 다시금 재고하게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거듭 확인하는 것은, 엄마를 향한 투사와 가부장제 안에서 그녀의 노력과 희생만큼 권력과 자본을 절대로 갖지(누리지) 못하는,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머무르고 익혀가는 그녀를 향한 지친 분노에서 이제는 (거듭 노력하고 있는) '거리두기'를 하여 엄마를 향한 투사 대신 그저 내 안의 욕망을 확인하고 내 삶 안에 그 자리를 만들어내는 것.
십대 내내 엄마를 대신한 외침이 가부장에게 향하고 늘 그렇고 그런 삶에 놓여진 엄마에겐 '가능할 수 없는' 변화를 요구했었습니다. (각자를 향한 의미는 다를지언정)두 사람을 향한 애증 어린 투쟁의 시간들.... 지금은 조금의 후회를 하면서 그러할 수 밖에 없었던 나의 외침의 이유에 쓸데 없는 연민을 느끼기 보다 그런대로의 내 삶을 긍정하려고 합니다. 나의 조건과 자원, '가족'이라는 선택이 주어지지 않는 그 지형 안에서 나름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그녀와 더 나은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과 실패를 거듭하며 거리두기의 노하우를 쌓아가지만 쉽지는 않아요.
▲올 여름 갑작스레 떠난 지리산 여행길에 몰래 꽂아주신 그녀의 ‘성희‘
▲ 희숙씨와의 동네 산책. 나이들수록 야한 게 최고라는 신조의 빨간색 매니아.
나는 빌어먹을 예술가. 빌 붙게 될 내 옆의 그녀들.
나의 여성주의는 이제 막 시작되었고 그렇기에 아직 갈 길도 멀고 알아가고 싶은 것도 많아 그것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창작작업을 하는 내가 체화된 그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드러낼지도 궁금해요. 그 중에서도 여성주의에서 다시 고민되고 각성된 젠더, 섹슈얼리티는 앞으로의 활동과 작업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주체가 되지 못한 채 뿌리내린 그것들을 흔들어 가다듬어 가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도 끊임없이 묻게 되겠지만 나를 이루고 있는 내 생의 여성들에게도 묻게 되겠지요. 민우회를 통해 만났거나 만나게 될 그녀들과의 소통으로도 그런 나를 묻고 지지 받으며 때때로 기대어 빌어먹을 예술가로서의 삶에 무엇보다 중요한 '동료들'을 늘려나가고 싶습니다. 그게 (민우회 회원모집 문구처럼) 다양하고 별난, 다름으로 특별한 '별'이 될(된) 당신?! (나 좀 오글거리는 가요? 흠흠.)
그러니 다시한번,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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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마// 저...열...열..혈.....이고 싶은 회원....맞는데요, 프마님... 낭중에 뵈어도 확인은 하지 말아주세요. 열혈 가동 중이라 생각하시고.....
열혈 민우회 회원동기 2기 시구만요.. 우리동기가 1기인데..ㅍㅍㅍ..
근데 다들 어디갔나 지금은 잘 안보여요..ㅠㅠㅠ.. 낭중에 혜영님 뵈어요..
열혈인지 확인합니다..ㅋㅋㅋ
반가워 혜영ㅎㅎ
동기모임 또하면 좋겠다! 또 우연히 마주친 척 끼어들어야지ㅋ
근데 동네에 저렇게 좋은 산책길이 있단말야? 부럽구먼
모후아 // 저희 동기들이 유명하다고 들었어요 *'ㄴ'*. 열혈 민우회 회원동기들 이라고 소문이 났다고 하던데...ㅋㅋ
이 세미나를 하면서도 그 열기를 내내 느껴서인지 이 사진을 남긴 마지막 세미나 회차에서 아쉬움이 커 사진을 남겨놓을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 분위기 느껴지지 않나요~ 으흐-
꼬깜 // 엄마들은 왜 그렇게들 비슷한 정서를 주는 것인지... 그런 엄마들에게서 훈훈함을 먼저 느끼기 보다 속상하고 짠하고 그런 것이 있어요 저는.
민우회의 언제든 만날 인연이었다고 말해주니 좋구만요 꼬깜. 히히-
반가워요. 저는 모후아에요. 신입회원세미나 동기들과 멋진 사진을 남기다니! 훌륭합니당당~
아, 그래서 저도 반가워요 혜영님. 글을 보니 민우회와는 언제든 만날 인연이었을껴
엄마 이야기에 찌릿찌릿하네요.
대학생 초창기에 엄마는 가부장제의 노예야 라고 생각한걸 나중에 한참이나 후회했어요. 노예라니... 이긍. 지금 생각하면 내가 별로에요 ㅋ
희숙님이 저희 어머니와 닮으셨네요. 우리 엄마도 언제나 싼 걸 찾아다니시는데요(내동생은 엄마가 남대문 광기라고 ㅋ) 문제는 비싼거 하나 살만큼 싼걸 마니 사세요 ㅎ 주로 나눠줄려고 ㅋ
혜영님의 글을 보니 그런 생각들이 슬금슬금 올라오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