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다방] 아넹이 만난 타란
지난 <탐나는 다방>의 인터뷰이 아넹이 이번엔 인터뷰어로 나서주었어요!
자칭 '시니컬',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자 타란을 만나다
글 : 아넹
타란을 처음 만난 것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무척 환하고 밝게 웃는 모습을 보며 ‘저 사람은 참 미소가 예쁘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지난 3.8 여성의 날 뒷풀이에서 타란을 보았을 때, 미소가 예뻤던 그 첫인상이 떠올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처음엔 타란과 내가 앉은 테이블이 멀었지만 1차, 2차를 거듭하며 자리가 섞인 덕에 타란의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타란의 결정적 한 마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상이 여성주의 아닌가요"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문득, 여성주의에 대한 나의 무지함이 들켜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올라왔다. 여성주의 활동을 접한 지 오래 되지 않은 나의 상황이 다른 회원들 앞에서 왠지 비교가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이야기를 멈추고 “저는 페미니즘이 뭔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라고 발뺌을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있던 타란이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아넹, 과연 지금에 더해 무엇을 더 알아야 할까요. 지금 아넹이, 우리가 겪고 있는 일상이 여성주의고 페미니즘 아닌가요?” 라고 정색하듯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맞아, 그렇지...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 괜히 주눅이 들었던 건 나의 낮은 자존감이 드러나서였겠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 타란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마침 3월 <탐나는 다방> 인터뷰를 하며 시원이 혹시 다음에 인터뷰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알고 싶은 회원이 있냐고 물어오기에, 나는 망설임도 없이 타란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타란을 만나기로 한 일요일엔 새벽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타란이 연남동의 작업실로 나를 초대했다. 미술을 전공한 타란의 작업실을 언제 꼭 구경하고 싶었는데 흔쾌히 초대해주니 이렇게 신날 수가! 반갑고 낯익은 목소리로 "아넹~~" 하며 나를 맞아준다. 심플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곳에서 타란의 감각이 느껴지는 작업실을 구경했다. 타란이 예의 미소 띤 얼굴로 “나 이런거 만들어”하며 직접 만든 쿠션, 베개 등을 보여주는데 아주 작은 무늬들이 일정한 모양으로 수놓여 있다.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감탄을 멈출 수 없을 정도다. 작업할 때만큼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는 타란의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4.4.4(2014년 4월 4일 4시, 민우회에서 열린 회원 주최의 낮술모임)에 타란은 월남쌈, 카나페를 직접 만들어오기도 했다. "난 요리가 참 싫은데.." 하며 그저 신기해하는 나를 향해 시원하게 웃는 타란!^^ 음식얘기가 나온 김에, 우리는 허기진 배를 채우려 작업실 근처의 감자탕집으로 가 우걱우걱 뼈를 뜯으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13년차 가슴형 회원 타란, 따란~~!
밥을 먹었으니 이제는 차를 마셔야지, 찻집에 앉자마자 타란은 "인터뷰 시작해."라고 말했다. '아참, 나 타란 인터뷰하러 온 거였지..!' 자연스러웠던 대화 속에 인터뷰라는 소기의 목적(!)까지 잊을 정도였나보다.^^
타란이란 이름의 뜻이 궁금했다. 뭔가 심오한 뜻이 있을 것 같았는데 (알을 깬다던가!) ‘짜자잔’같은 우리말을 영어로 하면 ‘따란’이란다. 그래서 '타란'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그런 명쾌한 뜻이었다니...!)
민우회와 인연을 맺은 지 무려 13년이 된 타란. 친분이 있었던 언니들과 애니어그램을 하면서 민우회를 알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민우회 활동을 한 것은 자기성장 프로그램을 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평소 자기성장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 되었을지 짐작이 되기도 했다. 애니어그램 유형 중 타란은 가슴형이라고 했다. 가슴형, 머리형, 장형 중에 나는 어떤 유형일까? 타란의 설명을 듣다보니 장형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도 가슴형이지 않을까? (음음...궁금하다...나도 꼭 해봐야지. 나도 소모임 '작심삼일'에 애니어그램 해보자고 제안해봐야겠다^^)
"내가 생각하는 여성주의는 '약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 "
타란이 생각하는 여성주의는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약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란 약자이니까. 자신이 싸워오며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연결되었던 것이었을 뿐 그리 대단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타란은 여성이어서 당하는 부당함에 싸움닭처럼 싸워왔다고 했다. 대학시절 음악그룹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여성을 무시하는 발언에 발끈해 남자선배와 치열하게 싸웠던 일례를 들기도 했다. 가부장적인 예비역 선배에 기죽지 않고 맞서는 새내기라니! 욕지거리를 하면서까지 싸웠다니 멋지다멋져.
그만큼 타란에게 여성주의는 그녀의 생활 속에 녹아있기 때문에 '대단하다'는 평가보다는 자연스럽게 읽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또 자신을 왜 시니컬하다고 얘기했는지 알 수 있었다. 타란은 부당함에 대해서 참기보다는 끊임없이 대립하며 지냈단다. 나는 그저 순종하고 받아들이면서 많은 세월을 보냈는데 타란처럼 이렇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싸우는 여성들이 있었구나.. 그런 의식들이 지금의 타란을 이어오게끔 한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타란은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들을 몰고 다니며 골목대장 역할을 했던 어린 시절, 에너지 넘치고 부모님이 기대하던 딸의 모습과 다르다는 이유로 타박받기 일쑤였던 어린 시절, 억압으로부터 견디어 오던 시간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대단하다"
찻집을 나온 우리는 간단히 한 잔 하기위해 호프집을 찾았는데 일요일이어선지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아 걷고 또 걸어 아담한 꼬치집에 닿았다. 그 곳에서도 우리의 수다는 계속 이어졌다.
타란은 그런 시간들을 보내며 치열하게 자신에 대해 고민을 했단다. 그러면서 모가 났던 부분들이 깎이고 다듬어지며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도 말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모두 대단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대단하다"라는 말을 했다. 나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공감했다. 민우회 역시 그런 사람들이 활동가로 또 회원으로 생각을 같이 하며 모인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아 힘 빠지는 순간도 분명히 있지만, 그럴수록 결속을 다질 순간에는 단결해야 한다는 점에 생각을 같이 하기도 했다.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서로의 사랑 이야기, 지금 고민하는 것들,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관한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타란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는 당당한 사람이었다.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타란은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맞아,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며 사는 것은 긍정을 필요로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니까.
무려 일곱 시간을 이야기했음에도 진솔하고 진지한 대화 속에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거기다 타란의 박력있으면서도 애교섞인 모습은 보는 사람을 웃음짓게 했다. 타란은 늘 자신을 "시니컬하다"고 표현하지만 그녀의 솔직담백한 모습,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 주변 친구들에 애정을 표하는 모습에서는 오히려 속깊음, 따뜻함이 넘쳐났다. 그리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그녀가 삶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대립해 왔던 힘들었던 순간들과 나의 경험은 서로 다르지만, 또 어찌보면 여성주의라는 한 지점에서 만난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여성들이 고민하고 싸우고 이겨나가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이 만남이 여성주의에 대한 나의 생각을 더욱 넓히고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타란! 오늘 데이트 참 즐거웠어. 함께해줘서 고마워. 종종 보세.. 친구^^
백만톤급 내공으로 애정 넘치는 멋진 글을 써 주신 아넹~ 조심스럽지만 또 화통하게 인터뷰에 응해준 타란! 두 분 다 참 멋집니동♥ 네 번째 <탐나는 다방>은 5월 마지막주에 돌아옵니다. 인터뷰어, 혹은 인터뷰이로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회원팀으로 연락주세요~! [email protected] / 02-737-5763 회원팀 꼬깜, 반아, 제이, 스누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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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의 손바느질인가요? 멋지군요~
아넹..ㅋㅋ인터뷰가 걱정된다고 하드만..ㅋㅋㅋ 잘했네요.. 타란은 양파같은 느낌이.
몰랐던 새로운 모습이 새록새록 나와요..^^. 나도나도 쿠션..괜찮네.
다시봐도 저 쿠션 탐난다탐나~~~^^
재주 많은 타란타란~~ㅋㅋㅋ
헤에...인터뷰 좋다...나도 구경갈래 작업실
헐 이거 뭐임 타란 수공품들 엄청 예쁘다ㅠ
나도 이거 읽고 마음이 짜안 짠 했다는. 두 사람 다 참 매력적이어요
인터뷰를 읽다보니 왠지 친해지고 싶은 타란^^
보면 볼수록 속깊은 타란~ 엄청 큰 피자도 오후 4시에 사오는 센스와 따숨이 좋습니다. 인터뷰 진짜 하루 종일 한 느낌이 많이 나네요. 아넹과 타란 뭔가 어울려~
아고 재밌네요! 크크크 생생한 현장감이 살아있는 인터뷰...!!
저는 이 글 읽다가 '그리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에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아넹의 글을 통해 타란을, 타란을 쓴 아넹을 좀 더 알게 되는 것 같아서 참 좋아요 박수박수
오오오오오오오~~~! 나도 타란 작업실 구경하고 시퍼요~~~!!
탐나는 타란! ㅎㅎㅎ 따듯한 인터뷰였네요. 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