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활동
[탐나는 다방] 옥돌이 만난 스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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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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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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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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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81
2014년 네 번째 <탐나는 다방> 주인공은, 회원 스머프입니다. 3년 전 [여성주의고전읽기 - 열독] 강연을 통해 가입한 스머프는 여성주의 책읽기 소모임 ‘여백’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매월 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을 통해 [스머프의 영화관] 코너를 연재하고 있기도 하지요.
함께 ‘여백’ 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 옥돌이 스머프와의 만남을 글로 쓰고, 회원팀이 아주 조금 다듬어 내 놓습니다!
“스머프 마을로 놀러오세요”
글 : 옥돌
회원팀으로부터 회원 중 한 명을 인터뷰해 보지 않겠냐며 연락이 왔다. 만나서 인터뷰하고 싶은 회원이 없냐고 물어봤을 때 ‘은은한 향이 나는 사람, 그래서 알면 알수록 향에 취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래서 인터뷰하기로 한 회원이 스머프이다.
스머프와 연락을 취하고 만나기까지 서로의 스케쥴로 인하여 인터뷰 날짜가 하루 이틀 미루어지다, 드디어 어느 토요일 스머프에게 의미가 담겨있다는 혜화동의 한 타르트 까페에서 만나게 되었다.
화창한 토요일 낮, 버스를 타고 혜화동으로 향하며 스머프에게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어떻게 얘기를 시작할 것인지 곰곰이 되뇌어 보았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 나는, 한 사람을 향한 인터뷰에 앞서 내 이야기와 내 생각을 서로 공유하는, 감정과 감성이 풍부한 자리가 되기를 바랐다. 인터뷰가 끝이 나고 시간이 지난 지금, 나와 스머프의 인연은 은은한 향에서 시작해 서로를 알아봐주는 풍부한 향으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카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먼저, 나는 스머프가 어떻게 민우회에 가입하게 되었는지를 물어 보았다.
스머프와 민우회의 만남 - “아, 외로워서였나봐!”
스머프가 이야기를 시작해 갔다.
“나는 여성주의에 관심이 많았고, 거기에 천착해 공부하면서 사는 게 옳다고 생각을 했어.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세상하고 충돌하게 되더라고.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관심사를 나누고 자극 받으며 살고 싶었는데.”
“그때 눈에 들어 온 게 즐겁고도 멋져 보이는 민우회와 활동가들이었어.” “아 이거다 싶었지.” “그래서 가입을 하게 됐어.” (잠시 후) “아, 외로워서였나봐!”
‘어디 나 같은 사람 없나?’ 하는 그 외로움은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었다. 민우회 회원이라면 모두가 동감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어쩌면 우리는 가면을 벗고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하고 들으며 또 서로 지지받기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이야기의 끝에, 나에게 민우회란 가끔은 교회 같기도 한, 하나의 종교 같이 느껴진다고 말했고 스머프 역시도 교회 공동체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며 말해주었다.
별칭의 숨은 뜻 “내 안에 다양한 자아들을 데리고 살면서 아웅다웅 마을을 이루고, 서로 싸운 다음날 진짜 나와 화해하는 과정이 인생 같아”
별칭은 참 이상하게도 그 사람의 이미지와 닮아있다. 어째서일까 궁금해 하던 차에 어떻게 ‘스머프’가 되었는지를 물었다.
별칭은 신입회원 세미나 중 이미지게임으로 만들어졌다. 누군가 똘똘이라 했고 또 옆 사람은 스머프라 하고 또 그 옆 사람은 똘똘이라고 했다. 그 이유를 묻던 중 어떤 회원이 “안에 마을 하나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 ‘스머프’가 떠올랐다”고 말했단다. ‘마을 하나를 숨기고 있는 것’, 내 안의 여러 ‘나’가 군집생물처럼 모여 서로 싸우고 협상하고 균형을 맞추어 사는 것이 사람들이 사는 모습 같아 스머프라는 별칭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내 안에 다양한 자아들을 데리고 살면서 아웅다웅 마을을 이루고 서로 싸운 그 다음날 진짜 나와 화해하는 과정이 인생이 아닐까 한다는 스머프의 이야기를 듣고는 아!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 아닌지 감탄스러웠다.
여기에 덧붙여 술을 먹었을 때에 우리의 마음은 여러 자아들이 벌이는 ‘전쟁터’ 와 ‘축제’가 되어버려 중독성이 강하다는 소위 ‘음주 트윗’과 ‘음주 카톡’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아니냐며 서로 웃었다. 그리고 서로 괜찮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한 후 언제쯤 우린 고독을 홀로 강건히 견딜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했다. 그렇지만 꼭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잠시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며 사는 얘기를 하면서 우리가 겪은 소외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가지고 싶은 물질에 대한 욕망과 내가 되지도, 될 수도 없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런 욕망을 담아내는 자신의 마음의 크기, 그릇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했다. 인터뷰어인 나는 이젠 내 작은 그릇의 크기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을 하게 된다고 고백했으나, 스머프는 그 그릇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무시하고 또 무시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의 그릇이 결코 작지 않다고 말해주었다. 어쩌면 마음의 크기, 그릇이란 깨지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 (womenlink1987.tistory.com) 에 [스머프의 영화관]이란 기획으로 글을 연재중인 스머프에게 영화적 경험으로 기억에 남는 영화는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여러 영화의 제목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마지막쯤 우리는 최근에 상영되었던 다큐멘터리 영화 <만신>에 집중하게 되었다. 스머프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어린 김금화를 바라보는 현실의 김금화의 얼굴 표정이 매우 좋았다고 한다. 그 쓸쓸한 듯 한 얼굴 표정, 거기에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듯했다고 한다. 시간의 무게, 산 사람들, 영혼들을 이미 관조하는 듯한 그 표정은 어떤 연출과 기교로도 만들 수 없는 김금화 존재 자체가 곧 영화가 되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내 식대로 삶을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때, 큰 힘이 된 ‘여성주의’
마지막으로 스머프에게 여성주의란 무엇인지를 물었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의 삶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도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는, 보편적이지 않아도 각 개인 모두를 평등하게 바라보는 것이 여성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해 주었다. 사회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흔들리지 않고 내 식대로 삶을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적, 여성주의가 가장 큰 힘을 주었다고도 덧붙여 주었다.
그리고 여성주의는 그 어떤 학문보다 더 고민하고 성찰하게 하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그 과정이 간혹 아플 때도 있지만 살이 찢어지고 새살이 돋아나면 근육이 되듯이 생각의 근육을 만들어 가면서 더 많은 것을 인식하고 느끼고 싶다고 이야기를 정리해 주었다.
인터뷰를 끝으로 우리는 맥주를 마시러 갔고, 그 곳에서 내 고민들을 털어놓으며 술자리 대화를 나누어 갔다. 많은 부분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 마지막으로 내가 발견한 스머프의 모습은 강인함이었다. 강인하기만 한 것이 아닌, 충격도 흡수할 수 있는 유연함 속의 강인함 같은 것이다.
인터뷰어 옥돌은?
3년차 회원입니다. 여성주의 책읽기 소모임 ‘여백’에서 활동합니다.
최근 드로잉소모임 ‘그림일기’, ‘BODY프로젝트’ 활동도 시작했어요.
여러 고민 중에도 멋진 글을 써 주신 옥돌♥ 시간과 마음 내어 인터뷰에 응해 주신 스머프 고맙습니다! 다섯 번째 <탐나는 다방>은 7월에 돌아오겠습니다 (불끈) 인터뷰어, 혹은 인터뷰이로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회원팀으로 연락주세요~! [email protected] / 02-737-5763 회원팀 꼬깜, 반아, 제이, 스누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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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미루고 미루다 민우 e-레터 한 꼭지를 보고 이제야 읽어요.
참 좋다. 옥돌의 의도대로 인터뷰를 감성충만으로 다가가기도 좋고 스머프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고. 이렇게 정리된 글도 참 좋네요.
나는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묻고 또 나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도 생각해 보게 됨.
후어 담당자가 이제야 댓글을 *_ * 이 인터뷰 정리하면서 밑줄 그은 문장이 엄청나게 많아요. "서로 괜찮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한 후 언제쯤 우린 고독을 홀로 강건히 견딜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했다. 그렇지만 꼭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인터뷰어인 나는 이젠 내 작은 그릇의 크기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을 하게 된다고 고백했으나, 스머프는 그 그릇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무시하고 또 무시하겠다고 했다." ㅎ ㅏ ㅇ ㅏ 말한 스머프도 멋지고 잘 옮겨낸 옥돌도 멋집니다..두분다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조금 더 수고해주세용^^ 다음달 인터뷰도 기대!)
(타르트 먹고싶다) 나 이 글이 느무느무 좋다요. 알듯 모를 듯 알것만 같은 스머프(랑 옥돌)의 매력이 응축되어 있음. 재밌어요!
헉 민트다! 민트안녕? ㅋㅋ 기억나지 기승전 스머프 ㅋㅋ
(꼬깜)
별칭지을때 있었던 1人 진짜 다 스머프-똘똘이-스머프-똘똘이-스머프.... 기승전 스머프였다는 꺄르르 스머프 괜히반가워 옥돌도 글쓴다구 수고했어요 글 재미나게 잘읽었어요!!!
우와우와~~~ 스머프 별칭의 뜻이 너무너무 머찌다응~~~ 오오!!!
옥돌 글은 먼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초단편~~ 헤헤
아핫 재밌게 읽었어요. 옥돌!. 그리고 스머프! 스머프 이름짓기 시간이 생각나네요 ㅋㅋ 이미지 게임하는데 주루룩 다 똘똘이 스머프가 나왔던 기억 솔솔
몰랐던 스머프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서 햄볶아요 호호
아... 글 진짜 좋다... 엉엉... 나 울 것 같아... 옥돌 글 되게 잘 쓰는구나- 마음을 콕콕 건드려주네. 요즘 옥돌이랑 스머프 서로 친해지고 편해진 것 같아 되게 보기 좋아요. 나도 껴서 신나게 같이 놀아야지 흐흐. 만신 나도 봤는데 묵직한 영화였어. 나도 마지막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스머프랑 옥돌은 어땠는지 다음에 이야기해줘-
지금이 너무 좋아요.! 스머프와 욱돌을 알게되어 좋네요^^
오호^^ 여백을 햐면서도 서로에 대해 모르고있던 부분이 많았어요.다 알아야 한다는건 아니지만... 유년시절 친구에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있는것처럼... 여백에서도 편안함을 찾아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