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다방] 니모가 만난 집곰
올해의 마지막 [탐나는 다방]은 예전 각자 자신들의 모습을 한번 씩 돌아보게 하는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2015년 대미를 장식해 주실 분들은 바로 바로 회원니모와 집곰입니다 :)
<탐나는다방>이라는 회원 참여 인터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부터 저는 계속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어요(저는 민우회를 사랑하니까요♥). 이왕 인터뷰할 거 남성회원을 하고 싶어서 몇 차례의 탐나는 다방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고심을 하다가 드디어, 남성 회원을 인터뷰할 기회가 닿게 되었답니다. 왜 굳이 남성회원을 인터뷰하고 싶었던 것은 다른 남성들과 여성주의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답니다. 어디서 다른 남성들과 여성주의를 얘기해볼 수 있겠나 하는 마음에서였어요.
제가 이번에 만났던 회원은 <집곰>입니다. 왜 이름이 집곰이냐는 질문에 그냥 집에 있는 곰이라는 뜻이라며 별다른 큰 뜻은 없다고 하네요.^^; 원래 곰이란 별명은 있었는데 민우회에 오면서 ‘집’이 붙었다는 집곰은, 야생곰 보다는 순하다라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합니다. 곰 같은 푸근한 이미지에서 비롯된 걸까요?ㅎㅎ (제 개인적인 느낌^^) 저희 둘 다 주중에는 일을 하는 관계로 주말에 힘겹게(ㅜ.ㅜ) 약속을 잡아 10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 혜화의 한 카페에 자리 잡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회원 4년차로 민우회의 든든한 지지자인 집곰>
‘내가 왜 민우회에 가입하게 되었지…’하며 입을 연 집곰은 2012년 소위 ‘*나꼼수 코피사건’으로 민우회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 나꼼수 코피사건 : 2012년 당시 개페미, 대의, 성적본능, 입진보, 주체성, 성적보수성, 성희롱, 성적대상화, 분열, 표현의 자유, 권력관계 등등 수많은 말,말,말들이 있었죠. 그 당시 민우회에서는 해당사건을 코피사건이라 명명하고, 해당 사건에 대해 뭔가 찜찜하고 절망감도 들고 흥미로지려다가 화도 났던 복잡한 마음들을 털어내자 라는 취지로 ‘코피사건과 고생하는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음주토크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답니다.
“2012년 나꼼수 코피 사건으로 민우회에서 수다회를 하게 되었는데 그걸 우연히 트위터(트위터를 평소 즐겨하신다고 하네요)에서 보고 참석하게 되었죠. 그리고 뒷풀이 때 회원가입을 했고요. 그 이후 신입회원 만남의 날, 신입회원 세미나를 거쳐 소모임까지 하게 되었어요. ”초반에는 *사진 소모임(지금은 없지만…)도 잠깐 했지만 지금은 주로 책읽기 소모임 여백에서 활동한다고 하네요. 학구적이고 분석적(?)인 집곰(역시 제 개인적인 느낌일 뿐입니다^^)에게 잘 어울리는 소모임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 사진 소모임 [트라이앵글] : 2013년에 운영되었던 소모임으로 각자의 느낌을 담아 사진과 이야기를 나눴던 모임이었답니다.
<‘남성문화에 섞이기 싫었던 집곰’>
여성주의를 접하기 전 학창시절의 자신을 집곰은 ‘*잠재적 아군’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잠재적 아군 : 여기서 사용된 의미는 여성주의에 대해 ‘아는 척’하며 정작 자신의 일상을 여성주의적으로 성찰하지 않는 사람을 뜻합니다.
“오만함의 정도가 심했던 거 같아요. 항상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죠. 기를 쓰고 반대편에 서려고 했다고 할까. 청개구리 기질이 심했던 거 같아요.” “특히 제가 제일 싫어했던 것은 남자들의 집단 문화였어요. 성인잡지를 애들끼리 돌려보고 했으니까요.
꼭 그렇게 해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암묵적으로 속해야 하는 문화였어요. 연애 경험담의 공유 같은 것도 상상하는 것 보다 심해요.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생각했으니까요. 거기에 섞이는 게 싫었어요.”
<반말이나 호칭을 싫어하는 집곰>
‘잠재적 아군’이었던 집곰은 대학시절 학내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여성주의에 관심을 가졌다고 해요. “대학교 때 총여학생회하고 친했었는데, 당시에 조직 내 성폭력 사건을 접하게 되었어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가해자가 별탈없이 복귀하게 되고 피해자가 상처만 입게 되었죠. 굉장히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집곰은 대학에 들어와서도 여자 후배가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싫었을 정도로 호칭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해요.
“위계에 따른 호칭정리나, 당연한 듯 쓰는 반말은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많다고 해서 꼭 우월한 게 아니니까요. 위계질서가 반영되니까 결국은 좋지 않게 끝나는 거 같아요. 편의에 의해서 시작되는데 이게 곧 권력이 되니까. 그래서 호칭도 싫어해요.” (저도 반말/호칭 정말, 정말 싫어합니다ㅜ.ㅜ)
<늘 생각하고 고민하는 집곰>
누구에게나 여성주의를 고민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특히 남성이라면 더욱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집곰은 평소 여성주의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죠. 예를 들면 제가 여성을 바라볼 때 성적 대상화하는 시각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그냥 아름답다라고 보고 있지는 않나 등등. 지금은 그냥 쳐다보지 않기로 하고 있지만 맞는 해답은 아니겠죠. 그리고 가부장제에서 남자로 성장한 결과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도 하죠. 계속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에요. 평생.”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집곰 덕분에 처음 만났는데도 전혀 어색함 없이 이야기가 술술 진행되었어요. 역시 민우회 회원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나봐요^^. 사람들을 구분 짓는 경계나 구획이 싫어 여성주의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는 집곰. 그런 집곰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세상에 믿을 건 민우회 뿐 - 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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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탐나는 다방]을 훈훈하게 마무리해준 니모와 집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만나고 싶은회원이 있다면!!! 회원팀을 찾아주세요 :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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