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상반기 여성노동상담경향-②직장내 성희롱 상담
직장내 성희롱 상담은 전체 상담의 40.8%를 차지해 상반기 고용평등상담실 상담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내용에서는, 전년 상반기에 비해 가해자 미조치 및 피해자 불이익에 대한 상담이 월등히 증가해 성희롱 해결과정에서의 다양한 문제를 드러냈다. 경제위기로 인해 일자리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으나 여성들은 여전히 ‘성희롱’으로 인한 차별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편, 직장내 성희롱이 경제위기 담론과 결합해,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 여성으로서의 성역할 강요 등이 보다 노골적이 되는 경향이 있었다.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청년인턴제 등 일자리 사업에서의 성희롱 문제 또한 두드러졌고, 고객에 의한 성희롱 법제화를 계기로 성희롱 행위자 범주가 넓어졌다.
1. 직장내 성희롱 사건 발생 이후 사용자의 가해자 징계와 피해자 보호, 사건 해결의 책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증가, 확대됐다. 사용자 책임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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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직장내 성희롱 상담은 예년 동기간에 접수된 가해자 징계 및 피해자 불이익 상담이 22%(18건)인 것에 비해 올 상반기에 51.4%(56건)로 늘어 변화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여성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이,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인식 단계를 넘어 적극적인 대응 속에서 사건 발생 이후 해결과정 및 사건의 영향에 대한 문제로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직장내 성희롱은‘직장내’ 라는 특정한 영역과 업무관련성, 직위 이용 등 고용상의 권력 관계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사건 해결의 주체는 피해자, 가해자 개인만이 아니라 조직의 구조, 문화, 지위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 즉,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직장내 성희롱 사건의 해결 및 예방의 주체로서 역할과 책임을 가진다.
● 사례9) 팀장이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저에게 언어적, 신체적 성희롱을 했습니다. 회사에 알려 징계절차를 밟고 있었는데 가해자가 스스로 나가려하자, 회사가 태도를 바꿨습니다. 사직서를 쓰고 제 발로 나가는 것과 해고는 다른 것 아닙니까? 회사는 징계가 결정된다고 해도 가해자가 계속 불복해서 재심을 청구할 것이고 결국 노동청에 가게 되고 저도 안 좋은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서 진술해야 된다고 하는 겁니다. 증거가 없다는 것을 빌미로 법적으로 가게 되면 불리하게 될 것이니 외부에서 해결하라고 회사는 발을 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2009.5.19.) ● 사례10) 회사는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해 감봉이상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 가해자가 부인하는 이상 회사는 조사권도 없고, 부당해고로 고소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징계를 하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외부기관에 가서 인정을 받아오라며 인권위원회를 소개시켜주더군요 (2009. 5.29.) ● 사례11) 회사에서 제가 최초로 알린지 6개월도 넘은 이제야 사건 조사를 했다면서 결과를 알려왔습니다. 회사 조사의 결론은 업무와 관련이 없다, 행위자가 우리의 통제 범위가 아니다, 손해배상책임도 없다, 형사소송결과를 보고 하겠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지금 조사한 내용에서는 회사가 회식에 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업무시간에 해코지 한 것도 아니고 업무 후에 자기가 그런 거를 어떻게 하겠냐고 책임이 없다는 겁니다. 결국 더 이상 회사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회사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법적으로 증명하면 되는 것이냐고 따지고 사표를 냈습니다. (2009.5.13)
그러나 사례와 같이, 현재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사용자 책임은 협소한 현실이다. 성희롱 사건이 회사의 이미지와 대외적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인식, 비도덕적 행위라는 인식은 하고 있으나 해결과정에서 회사차원의 적극적인 의지를 찾기는 어렵다. 공개적으로 중한 비중으로 사건을 처리하기 보다는 피해자가 중도에 포기하거나 협의를 하도록 종용하는 것, 가해자가 사용자의 권한 밖으로 스스로 이탈하도록 방관하는 것, 가해자의 역대응에 무력해지는 것, 외부의 구제기관에 판단을 미루는 것으로 사건 대응은 유형화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정당한 사용자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소극적인 인사권의 발동에 실망한다. 사례 13)과 같이 사표를 던지게 되는 원인이다. 성희롱 사건 해결의 주체로서 사용자의 역할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으나 현실은 이에 발맞추지 못하므로 사용자들에 대해 성희롱 사건 및 사후 해결 과정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정책적 노력, 교육이 요구된다.
2. 경제위기담론 속에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는 더욱 강화되고 여성들의 대응력은 약화되었다. 회식, 고객 응대, 회사내 성역할 강화는 위기 극복 전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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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로 인한 사회 전반의 고용불안은 여성노동자 스스로 위축되게 만들고 직장내 성희롱과 같은 문제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위기극복을 위해 매출, 영업을 강화하는 회사들이 늘어났고 이러한 과정에서 거래처 접대, 고객 관리에 여직원을 동원해 술 따르기, 부루스 추기 등을 강요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또한 고용불안을 빌미로 상사, 사업주가 성적인 요구를 하고 이를 거부하면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사례 14), 사례 15)와 같이 나타났으며 그 사유 또한 구조조정 등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한 편의적인 해고였다. 이 과정에서 여성노동자들은 극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도구화 되지만 사례 16)과 같이 실업에 대한 두려움으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체화하면서 모든 문제를 본인이 감당하게 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 사례12) 12월말부터 과장이 성적인 접대를 기대했지만 도망 다녔습니다. 음담패설은 기본이고 여사원을 '아가씨'라고 부릅니다. 외모로 평가하고 남자친구 유무를 물어보기도 하고요. 내가 이건 성희롱이라고 말한 적도 있지만 시정이 안 됩니다. 각 부서에 한두 명 씩 파견여사원이 있는데 이 파견직 여사원들한테 안마를 요구하기도 하고 ‘여자’로서의 서비스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나는 안 하고 성희롱이라고 하니까 파견회사 통해서 압력이 오기도 했었어요. 나가라고 했을 때 나는 못 나가겠다고 하면서 불경기에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 버텼습니다. 수당 없이 시간외 근무를 하기도 했고 밤 11시까지 남아서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소위 '여자'역할도 나름대로 한다고 사무시간에 빵도 사다주고 술도 마셔주고 노력하는 시늉을 했습니다.(2009.2.23.) ● 사례13) 23살이고 첫 직장입니다. 대표이사 비서실 근무했는데 대표이사가 휴일에 따로 보자고 하고, 애인하자, 아파트를 구해 주겠다 등 부담스러운 요구를 해서 도저히 회사를 더 다닐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요구를 거부하자, 구조조정이라면서 사직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사유에는 ‘기간 만료’라고 적으라는 말까지 덧붙이더군요. (2009.1.14.) ● 사례14) 감사가 회식자리에서 술을 따르라고 하고, 엉덩이도 만지고, 급기야 어제는 음부를 만졌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도 가만히 있는 다는 것 자체가 못난 일이겠지만 회사생활을 계속하고 싶어 하고 혹여나 저만 헤픈 여자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렇게 말해봤자 감사는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을 거에요. 경제 사정도 안 좋은 마당에 일자리 없다고 난리인데 지금 있는 회사도 감지덕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009.5.19.)
3. 인턴, 수습 노동자에 대한 직장내 성희롱, 적극적인 감시와 예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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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의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정부 공기업을 중심으로 행정인턴제가 널리 시행되고 있다. 이들은 3개월, 6개월 등 1년 이내의 짧은 기간을 정해 일하고 업무 보조 등 주변적인 업무를 하고 나이가 어려 조직 내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있다. 상담사례에서는, 이런 행정인턴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발생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사례 17)에서는 인턴들을 술 시중을 들 ‘어린 여대생’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회사나 학교가 사건의 해결의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다. 사례 18)에서도 고객 서비스에 ‘여대생’이미지를 극대화하여 활용하고 있다. 인턴직, 수습직 여성은 불안하고 낮은 고용상의 지위로 인해 성희롱에 더욱 취약하게 노출되어 있으므로 인턴제 실시 기관에 대한 철저한 성희롱 예방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사례15) 요즘처럼 취업하기 어렵다는 시점에 한 학기의 학점을 인정받으며 인턴 경험을 할 수 있어 어떤 부당한 일들을 겪는다고 해도 기간을 채우자고 다짐했습니다. 국장이 술자리에서 "인턴들이 아니면 우리가 언제 여대생들과 같이 술을 마셔보겠느냐". “술 좀 따라 봐라.”, “잘 모셔라” 는 말을 했고 그 뒤 술자리를 거부하자, 저에 대해 “남자를 골라 술을 마신다” 등 악담을 하고 다녔습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인턴이라는 약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당하며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당시 소속팀의 팀장에게 이야기했었지만 팀장은 귀를 막았고, 학교 역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2009.1.8.) ● 사례16) 회사에서 여대생들을 안내로 뽑았습니다. 옷도 튀게 입히고 정문마다 서서 들어오는 고객들을 향해 90도로 인사를 시킵니다. 그 애들 대부분이 서울권대학에 키도 크고 영어도 해야 된다고 합니다. 시간제 알바라고 하는데 청경들, 고객들이 농담을 걸고, 험한 말도 많이 합니다.(2009.3.30.) ● 사례17) 공기업 행정인턴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검은색 치마정장을 입고 출근한 날이었어요. 우리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데 하얀색 개털이 옷에 많이 붙어 있었나봐요. 잠시 전화 통화를 위하여 사무실 밖으로 나왔는데 그 때 4급 공무원 A씨가 제 주변을 배회했습니다. 그러면서 전화통화가 끝난 후 옷에 개털이 많이 붙어있으니 떼어주겠다며 유독 가슴 부분을 꾹꾹 누르면서 털을 떼어냈습니다. 그 때는 오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 후 A씨가 나한테 줄 선물이 있다며 자기 사무실로 부르더니 또 다시 개털을 떼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슴을 꾹꾹 누르고 엉덩이를 만졌어요. 뒤에서 엉덩이에 몸을 바짝 대기고 하고… 기분이 나쁘고 이상했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놀라고 당황해 서둘러서 나왔습니다. (2009.4.1.)
4. 고객 성희롱·폭언(폭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고 서비스업무, 대면업무 노동자의 과도한 감정노동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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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상 고객에 의한 성희롱 규제 조항이 시행되었다. 고객이 성희롱한 경우에 사업주에게 알리고 사업주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사례18)과 같이 회사의 책임이 불분명하고 사례19)에서는 고객이 불만을 전달하거나 서비스를 요구하면서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고객에 의해 발생되는 성희롱과 폭언·폭행 등을 이 법률만으로 근절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과도한 친절이나 불필요한 서비스를 바라거나 요구하지 않고 타인에 대한 인격적인 존중과 배려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사례18) 간호사로 근무하는데 회사건강검진 과정에서 검진 받는 직원이 스킨십을 했습니다. 가해자를 처벌하고 싶어서 가해자 회사에 징계를 요청하려고 하는데 회사 쪽에서는 외부적으로 확정적인 판결을 가져와야 징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스킨십 정도로 형사처벌을 받아 올 수도 없고 어디서 확정을 받아 와야 되는 것인지…(2009.5.18.) ● 사례19) 지금이 6월인데, 4월에 주문한 책이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불만접수를 했고, 배달을 담당했던 택배기사를 찾아서 확인을 하려고 했는데 다짜고짜 온갖 혐오스러운 욕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화가 나도 반말을 했는데 이젠 그것갖고 물고 늘어집니다. (200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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