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상반기 여성노동상담경향-①비정규직여성노동자상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상담은 전체 267건 중 52건으로 19.5%를 차지한다. 경제위기 속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일차적인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었고, 그로 인해 부당한 계약해지 상담이 25%(13건)로 가장 많았다. 비정규직 법 연장 등 논란이 있었으나 상담사례에서는 법 시행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보다는 조직개편 등 경영상의 이유가 주요한 해고 사유였다. 한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상담 중 성희롱, 폭언, 폭행 상담이 26.9%(14건)를 차지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도 종속적인 위치에 처해 비인격적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경제위기 속에서 일차적 해고 대상이 되며, 수년간 계약을 갱신한 경우에도 퇴직위로금조차 받지 못해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올 상반기는 경제위기담론 속에서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 또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다양한 인사 조치들이 있었고 감원의 경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일차적인 대상이 됐다.
수차례 계약을 갱신한 비정규 노동자 대부분은 해고의 사유와 절차에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는 호소를 하고 있으며 지나치게 도구화된 노동과 엄청난 소외를 경험한다.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일자리 상실에 대해 퇴직위로금, 실업급여, 회사 자체 보상금을 통해 비교적 넓은 안전망과 보상을 제공하고 있는데 비해, 비정규직 노동자는 장기간의 노동에 대한 보상이나 재취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사례2)는 해고과정에서조차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사례3)은 정규직 노동자로 간주할 수 있을 정도로 형식적인 계약갱신으로 팀 내 가장 오래 근속을 하고도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는 모순을 보여준다.
● 사례1) 계약직으로 12년 째 일했는데 "회사 상황이 어렵다"며 그만두라고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뽑으면서 회사가 어렵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본인이 그만두는 걸로 처리하자고 합니다.(2009.2.18.) ● 사례2)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면서 9년을 일했습니다. 회사가 두 개로 나뉘어 하나는 인수합병이 되고 나머지는 별도 법인이 됐어요. 그때 제일 먼저 정리한 것이 계약직입니다. 계약기간도 남아있는데…. 정규직은 희망퇴직을 신청한 두명을 제외하고 남은 정규직 200여명 전원이 합병되는 회사에 고용승계하였고, 희망퇴직의 경우 6개월분의 급여에 실업급여도 주었습니다. 하지만 계약직은 전원 다 해고하고도 위로금은 2개월분뿐이었습니다. (2009.3.16.) ● 사례3) 1년마다 촉탁계약직 계약서를 쓰면서 11년을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곧 부서가 없어지는데 정규직은 다른 부서로 옮겨주면서 저는 계약갱신을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명예퇴직금도 정규직만 주는 거라며 ‘비정규직한테는 단 돈 10만원도 못준다’고 하였습니다. 정규직은 1-2년치의 월급이 명퇴금으로 나가요. 부서에서 가장 오래 근무했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2009.5.11.)
2.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성희롱, 폭언, 잔심부름, 따돌림 등 일상적 차별과 비인격적 대우를 받고 있어, 조직 구성원의 적극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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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일상적, 신분적 차별 해소를 위해 회사내 구성원의 공동체 의식, 평등의식은 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상담사례를 통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일상적 지위는 ‘계급’으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정규직 여성은 언제든지 다른 동료들의 커피 심부름 등 잡무를 해야 했고(사례4), 정규직전환을 미끼로 성희롱을 당하고(사례 5, 6), 회식자리에서는 배제되었다(사례5). ‘밥 한 끼를 안 주는’치사하고 소소한 행위가 차별을 더욱 공고히 한다. 직장에서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구성원의 적극적인 배려와 연대의식이 있을 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문제가 극복 될 수 있다. 그 사람의 일과 인격을 존중하는 기본적인 자세에서 출발해 야 한다.
● 사례4) 계약직으로 근무하는데 다른 부서 직원이 나한테 커피를 타 달라고 했습니다. 내가 왜 그 부서 커피를 타냐고 따지면서 싫다고 하니까 "시키면 할 것이지, 왜 거부를 하냐?" 면서 멱살을 잡고 따귀를 때렸습니다. 저는 1년차 계약직이고 때린 사람은 3년차 일반사원이에요. 같은 부서도 아닌데다 제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 건데 사람을 이렇게 취급하는 게 너무 분합니다. (2009.3.9.) ● 사례5) 학생복 알바 판매사원으로 길게는 6개월, 짧게는 2개월씩 교복 시즌인 2월, 5월에 일했습니다. 그런데 부장이 자꾸 성희롱을 하여, 그만둘 결심을 했는데 올해까지 일하면 정규직을 시켜주겠다고 해서 정규직이 된 줄 알고 열심히 일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특근수당도 주지 않고 임금을 적게 준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게다가 다 같이 회식을 갔는데 나는 아르바이트라서 뺏다고 합니다. 일한 기간이 9년인데 필요할 때만 불러서 쓰고, 밥한 끼를 안 줬습니다. (2009.6.11.) ● 사례6) 7개월 일한 계약직입니다. 부장이 이마에 하루 두 번 뽀뽀를 하고 엉덩이를 수시로 만집니다. 그러면서 "너 정규직 되려면 몇 개월 안 남았지? 나한테 밑보이면 뭐 없다."고 합니다. 이런 지가 4개월이 넘었어요. "너 몇 개월 안 남았지? 내가 너를 그냥 내보낼지, 생각중이다." 이런 말 들을 때마다 참자, 참자, 취직하기도 힘들고… 이런 마음으로 참았습니다. (2009.6.22.)
3. ‘계약기간’자체가 임금, 휴가부여, 인사상의 차별에 대해 문제제기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은 확대하고 차별시정제도는 실효성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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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는 동일 유사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에 비해 임금을 적게 받거나 휴가나 복리후생 제도에서 차별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차등적 대우의 근거는 ‘계약 기간’이다. 사례9)는 실질적으로 10년 넘게 계약을 갱신해 왔지만 정규직의 ‘근속’이 될 수 없으므로 장기근속에 대한 포상이 없다. 차별적 처우에 문제의식을 가져도 사례7)과 같이 다음 계약 갱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적극적으로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 어렵다. 비정규직 업무가 비핵심적 단순 업무라는 판단,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을 것이라는 판단은 이러한 차등적 대우, 관리를 유지시키는 고정관념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계약기간을 정할 필요가 없는 업무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차별시정제도를 당사자가 제도의 수혜를 누릴 수 있도록 수정해야 한다. 2년 이상 계속 고용 노동자에 정규직 전환은 차별의 근본적인 원인인 ‘기간 설정’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며, 차별시정제도 상 신청인 범위 확장은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 사례7) 10년이 넘게 계약직으로 일했는데, 똑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의 임금에 절반도 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계약갱신 1년 마다 하는 거 때문에 저항할 수가 없습니다. 실업천지인데 내가 이렇게 문제제기를 했다가 회사에서 이거라도 벌겠다는 사람들을 쓰겠다고 하면 어쩌지요? (2009.3.6.) ● 사례8) 정규직은 근속 10년 되면 금 10돈과 포상 휴가를 주는데 비정규직은 만 10년이 되도 근속상이 없습니다. 올해까지 11년 근무했는데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안 되는 거니까 굳이 달라고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2009.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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