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여성노동자의 맛있는 노동을 짓기 위한 전국릴레이_춘천편
식당여성노동자의 맛있는 노동을 짓기 위한
전국릴레이
오늘은 춘천의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을 소개합니다. 삶이 묻어나는 언어들로 들려 준 '식당노동'에 대한 이야기. 회원의 소개로 막국수집에서 일하고 있는 분을 만나 언제나 그렇듯 소중한 그 날을 나눕니다.
막국수 기술을 배우려고 식당일을 시작했어.
벌써 50인데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 나는 뭐 학력이 좋지도 않고. 대부분 그렇게 식당일을 하지. (동행한 동생 “요즘은 학력이 좋아도 할 일 없네.”) 그래도 뭐 나는 기술을 배우려고 시작했으니까. 나중에 식당하나 차리려고. 춘천에서는 막국수, 닭갈비 장사가 제일 잘되잖아.
그땐 완전히 노예였어.
처음 일한 A막국수집이 최악이었지. 한번은 9시 출근해서 3시까지 밥을 먹을 수가 없었어. 너무 배가고파서 상을 치우다가 손님이 남긴 음식을 먹었어. 깨끗하게 먹고 남긴 거 있잖아. 그 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 다음엔 너무 부끄러운 거야. 카운터에 앉아서 그걸 다 보고 있었다는 거니까. 뭐 말로는 손님 물건이 분실될 까봐 설치했다고 하는데 그런 일 별로 없어. 그냥 지켜보려는 거겠지.
참. 그 곳에서는 락스로 설거지를 해. 장갑도 끼지 않고. 설거지를 한 첫 날에 손가락 피부가 다 벗겨지고 손톱까지 부서지는 거야. 다음날 직접 고무장갑을 사서 끼려고 하니까 주인 여자가 자기는 그런 꼴 못 본 다고 하더라고. 주인 여자 손도 엄청 험해. 아마도 젊을 때부터 이렇게 락스에 손 담가가며 설거지해서 그렇겠지.
결국 그렇게 고생하다 내가 죽겠다 싶어서 20일 만에 그만 뒀어. (동생 “힘들어서 울기까지 했잖아.”
그곳엔 주인 가족들 포함해서 10명 정도? 일을 하지. 근데 거기서는 월급도 다 비밀이었어. 차등 지급을 하는데 서로 말을 안 해. 오래동안 일한 사람들은 대우를 좀 더 해주겠지. 그 사람들은 락스로 하는 설거지도 이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 겨울 비성수기 때 주인이 해외여행을 보내주겠다고 했다는데 그것 때문일 거야.
새로운 일터 B막국수집.
분위기 좋고 먹을 것도 잘 챙겨 주지. 그런데…….
이 곳에서 일한지는 40일 쯤 됐나? 아침 6시에 일어나.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거든. 그리고 출근 준비를 하고 8시40분 쯤 사장이 태우러 오고 가게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으면 아침이 차려져 있어. 주인 할머니가 아침을 꼬박꼬박 차려놓거든. 그렇게 밥을 먹고 커피한잔 마시면 10시 30분. 11시 오픈이니까 장사 준비하지. 그리고 오후 2시 까지는 눈코 뜰 새 없어. 번갈아 점심먹고 숨 돌리면 4시쯤? 오후 장사 전까지는 잠깐 여유가 있어서 수다도 떨고 먹고 싶은 것도 해 먹고 그래. 그리고 저녁 장사하고 8시 30분 쯤이면 마감. 집에 오면 이렇게 9시 20분 쯤 되는 거야.
여기 사장은 일하는 사람들 먹는 것에 아까워하지 않아. 토마토, 참외, 수박 과일까지 떨어지는 것을 못 봤어. 나도 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어.
일하시면서 가장 큰 고충은 아무래도 월급이지.
지금 딱 130만원이야. 출근해서 퇴근할 때 까지 대충 계산해보니까 딱 4200원 정도 최저임금 나오데. 그게 가장 힘든 것 같아. 휴일은 한 달에 두 번이야. 어찌어찌 하다보면 최대 3번 정도 쉬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긴 한데 그 이상 쉬면 월급이 깎여. 쉬게 될 일이 있음 내가 사람을 돈 주고 써야해.. 근데 이번 달은 31일 까지잖아. 거의 시급 수준인데 이렇게 31일 까지 있는 날에는 더 받아야 될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일하는 언니들한테 얘기했더니, “그럼 네가 가서 얘기해” 하며 다들 귀찮아 하더라고. 좋은게 좋은 거라면서......
면접을 보고 얻은 ‘서빙 자리’
식당 일도 나이 50이 넘으면 안 돼. 나는 어쩌다가 49살이 ‘다시’ 된 거야. 거기다 몸도 날씬하고 얼굴도 곱상해야 서빙에 잘 채용해줘.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애는 나이가 38살 밖에 안됐는데 키도 덩치도 커서 주방에서 못 빠져나와. 자신은 서빙을 하고 싶다는데 용모 때문에 서빙을 못 하게 하는 거야. 걔가 얼마전에 쌍커풀 수술 까지 했는데 참 안됐어.
(왜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옛집을 개조한 오래된 가게라고 들었는데.) 요즘 사람들이 안 그래. 서울에서도 많이 오고 그러니까. 식당은 정말 오래 됐지. 그것 때문에 단골손님이 많은데 그 옛집이 문턱이 있어서 요즘 많이 쓰는 밀대도 쓸 수가 없어.
손님과의 관계. 작은 행동 하나에 울고 웃고.
여긴 시골이잖아. 주로 낮에 식사 위주라 술 때문에 일어나는 일은 별로 없는데 연세 드신 손님들도 많고 해서 그런지 화를 내는 사람이 많아. 여기! 저기! 반말로 막 외쳐대니까 어쩔 때는 너무 놀라서 가슴이 막 뛰어. 내가 아직은 이쪽 일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은 탓인지 그럴 때 나는 보통 말대꾸를 해. "나 귀 안먹었다" 그렇게. 남의 집에서 일하면서 손님한데 그러면 안되는 것 같은데 아직 그렇게 되더라구. 주인이 불쾌하게 생각 할 까봐 말대꾸 하고 나선 주인한테 가서 먼저 말을 해 두지. 그럼 주인은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겨.
손님들이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얄미울 때도 있어.
테이블 끝까지 팔이 닿지 않을 때 번거롭게 신발까지 벗거나 허리를 굽혀야 하잖아. 그럼 힘도 들고 윗도리가 올라가니까 신경이 많이 쓰여. 그때 바깥쪽에 앉은 사람이 손만 조금 움직이면 안쪽으로 음식을 전달해 줄 수 있어. 그럴 때 도와주면 정말 고맙지. 커피도 뽑아다 주고 사탕도 더 주고 그래. 근데 그냥 앉아만 있고 손 까딱 안하는 사람은 정말 얄밉지.
퇴근 후…….
얼마 전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었어. 병원에서는 디스크가 있다고 쉬라는데 별 수 있나? 의사들은 만날 쉬라고 하잖아. 안 쓰던 근육들을 한꺼번에 써서 그런지 요새는 몸이 정말 고단해. 퇴근 후 집에 가면 무조건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눕고 싶지. 근데 냄새가 나니까 샤워는 해야 하고 그리고 빨래도 돌려야 되고…….
여기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 정말 불쌍한 사람들 많아.
처음엔 다들 그냥 지루해서 일 나왔다 하는데 그게 다 자존심 때문에 하는 말들이야. 몇 일지나 마음 터보면 다들 이혼에 사별에 먹고 살려고 나온 거지.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되는 이 집(B막국수)도 겨울이 와서 비성수기가 되면 필요 없는 사람들을 그냥 잘라. 그리고 여름에는 주말 알바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로 바쁘니까 이렇게 그만 둬도 계속 전화하는 거야. (오후 11시가 가까워지는 시각. 전화벨이 울렸다. A막국수 집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손님은 손님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서비스 받으러 온 사람들이니까. 근데 근무 조건은 진짜 조그만 더 나아졌으면 좋겠어. 여기 진짜 불쌍한 사람들 많아. (동생 “언니도 불쌍해.”)
10월에는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을 만들기 프로젝트의 절정!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 캠페인이 시작됩니다.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캠페인에 의견을 주시거나, 함께 캠페인을 하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 연락주세요.
민우회는 언제나- 늘- 여러분의 참여와 의견을 기다립니다!!
여성노동팀 02-737-5763 [email protected]
식당여성노동자의 맛있는 노동을 짓기 위한 전국릴레이는
앞으로도 쭈욱-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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