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트러블5화]여성워크넷, 수유공간확보, 차별적 모집채용
별별 이야기들이 여전히/아직도/하루가 멀다하게 여성노동자의
안구에 습기차게 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간담을 서늘케(부디!) 하는 소리.
에에에 에에에에에~ ♫ 9월의 '노동트러블 별안간에'를 시작합니다.
노동부는 일자리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워크넷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여성채용정보를 모은 여성워크넷(http://www.work.go.kr/women)도 있지요. 그런데 모집채용에서 일방의 성을 공고하는 건 차별이라고 노동부가 나서서 모니터링을 하면서, 여성채용정보를 따로 두다니!! 도대체 ‘여성채용정보’는 어떤 기준에 의해 채워진 걸까요? 민간의 구인구직정보를 다루는 곳도 성별과는 무관하게 직종과 지역별로 채용정보를 담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대놓고 차별적인 모집채용공고를 하고 있는 셈인 거지요.
게다가 여성워크넷에만 유난히/유달리/대놓고/보란듯이 여성의 단시간채용을 유도하고 있었더라는 거지요. 정말 정부의 여성일자리 정책은 단시간확대 말고는 얘기할 것이 없나봅니다. 게다가 이번달부터, 단시간노동자를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지원금까지 준다고 고시하고 있으니 정부재원까지 총동원하여 여성의 단시간채용을 만들어내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재원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비정규직노동자의 정규직전환지원금 확보와 집행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 만들기가 필요하다는걸 정부는 왜(버럭) 모를까요?
그리고 이 여성워크넷을 보면서 정말 뒷목 잡게 하는 건 한두개가 아니였는데요. ‘여성(주부)취업길라잡이’에 들어가보니 이렇게 써있습니다. 『‘내가 이전에 어떤 일을 했는데’ 따위의 생각을 버리자』이를 블라블라 설명하는 것도 아아-뒷목!
경력단절된 여성이 재취업을 하기란 쉽지 않고, 더욱이 이전의 경력을 인정받아 더 나은 직장을 잡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더욱 나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과 제언을 만들어야겠지요. 그런데 아예 정부가 더 나서서 여성의 경력은, 더 나은 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 요건이 아니라 쓸데없이 눈만 높게 만들어 취업도 못하게 만드는 몹쓸 것이니 “이전에 어떤 일을 했는데 따위의 생각을 버리고, 일단 계약직이라도 취업을 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니.
과연 이런 여성워크넷을 여성이 원하는 취업을 위한 사이트라고 봐야 할까요?
모유가 좋다는 것이 보편적으로 알려지면서 모유를 수유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그런데 아이를 돌보는 일 중에서도 모유 수유는 여성의 몫이 매우 크다. 특히 영아를 키우는 직장여성들은 낮에 모유를 짜서 귀가할 때까지 보관하는 일이 여간 큰 일이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직장에는 모유수유실이 없다. 대체로 수유실 자체에 무신경하거나, 예산이 없다거나 공간이 없다는 등의 핑계로 설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모유수유실을 설치하는 데 큰 공간이나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다. 여성휴게실이 있는 기업은 휴게실 한편에 칸막이를 하고 착유기와 냉장고만 구비하면 되는 일이다. 여성휴게실이 없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화장실 한두칸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되므로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설치 가능하다.
조금만 신경쓰면 만들 수 있는 모유수유실
그런데 기업의 무신경한 모성보호 정신으로 현재 워킹맘들은 착유기와 냉장가방까지 들고 다니며, 화장실 등에서 ‘알아서’ 착유하고 ‘알아서’ 보관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난과 역경을 한두 달쯤 헤치고 나면 결국 두 손 들고 분유 수유로 바꾸기 일쑤다. 그리고 둘째는 절대로 낳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모유수유를 권장하면서 모유수유여성에게 필요한 배려는 없는 사회, 저출산이 문제라며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면서 출산 후 보육은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방치하는 사회. 엄마노동자들은 너무 힘들다. 아직 출산하지 않은 여성은 출산 후 어려움을 겪는 다른 이의 사례를 보며 출산을 포기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육아 문제 해법-산으로 가나
그런데 이 어려움의 해법에 있어 우리들과 정부는 매우 생각이 다른 것 같다. 현실적으로 당장 개선 가능하고 꼭 필요한 많은 일들을 놓아두고 정부는 여성의 단시간 근로를 도깨비 방망이인 양 권장한다. 노동부 용역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일·가정 양립방안 연구’ 에서는 주요 정책과제 중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성화’,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단시간근로 확대’ 등 단시간근로에 관한 문제를 두 가지나 주요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묻고 싶다. 그들의 해법을 다른 말로 하면, 여성은 현재 존재하는 육아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감내한 채, 단시간 노동자로 전환하여 불안정한 고용상태에서 일하면서,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육아와 가사노동을 고스란히 전담하라는 말씀이신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들리는 것은 육아문제를 사회적으로 분담하려는 노력은 전혀 안 보이기 때문인 듯하다.
높으신 님들.
남의 집 아기라도 한 달만 키워보십쇼. 아침저녁으로 어린이집 데리고 다니며 출퇴근하고, 고된 근무 뒤에 아이 뒷바라지 온전히 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당신 자식들 먹일 밥은 취사도구 가지고 다니며 화장실에서 요리해서 먹여보세요. 혹시 이것도 ‘황제의 식사’라고 할라나?
최근 ‘프리챌’이라는 기업이 전략기획 및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할 직원의 모집, 채용 공고에 ‘미인대회 출전 또는 수상자’ ‘모델, 탤런트, 영화배우, 연극배우 경력자’ ‘MC, 아나운서, 앵커, 리포터 경력자’ ‘국내외 메이저 항공사 출신’ 등을 기재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네티즌들의 맹비난에 프리챌 전략기획실 측은 “승무원이나 미인대회 출신이라는 자격조건을 둔 건 일종의 역발상”이라며 “그 같은 경력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에서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키운 인재들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대외 홍보나 기획 업무에도 뛰어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는데요. ‘사회에서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흐얼~ 너무 솔직해서 가슴이 뜨끔합니다그려. 우리 사회는 특히 여성들은 내 외모의 상품가치를 높이는데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요. 그런데 우리가 체감하는 것과 정부가 체감하는 것은 너무 다르군요.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21일부터 한 달간 일간지, 생활정보지, 인터넷 직업정보 사이트에 게시된 채용광고 1만여 건을 조사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402건(3.4%)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도감독을 통해... 실질적인 남녀고용평등이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요.
모집 공고에 성별 혹은 몸무게, 키 등을 넣지 않으면(위반 건이 0%가 되면) 실질적인 남녀고용평등이 실현된다는 논리도 이상하지만, 노동부의 조사가 형식적인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민우회도 작년 7~8월에 걸쳐 한 달간 마포지역 생활정보지 구인광고를 조사한 바 있습니다. 그 때 남자, 여자를 가려뽑는 광고가 천 건을 넘었고, 동일한 직종임에도 성별로 임금을 달리 한 경우가 42건이었습니다. 성차별적인 모집공고는 아예 싣지 못하도록 생활정보지나 직업정보 사이를 제재하는 것은 어떨까요?
몇 년 전 민우회 회원 한 분이 면접을 보는데 남녀 직군을 달리 해서 뽑길래 문제제기를 했더니 “됐구요, 안경이나 벗고 오세요” 라고 했다네요. 며칠 전에는 십대 청소년 연예인들의 60%가 ‘강요에 의한 노출 경험’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어째 다 짜맞추면 하나의 퍼즐이 될 것 같은 느낌은 저희만의 것인가요?
☞ ‘노동트러블 별안간에’는
여성노동자의 안구에 습기차게 만드는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든 ‘베란간에’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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