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성노동상담경향분석 ③] 여성노동자 현실과 따로 노는 저출산 정책
임신․출산한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따로 노는 정부 저출산 정책
올해 상담 중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불이익, 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등 임신, 출산, 직장과 가정의 양립 관련 상담은 23.4%(83건)를 차지한다.
2010년 정부는 5개년에 걸쳐 시행되는 2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저출산 경향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정부는 저출산 정책을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육아휴직급여 정률제 도입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도입 및 근로시간 계좌제 도입 △산전후휴가 분할 사용 허용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화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올해 상담 경향은 이 정책들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여성의 임신과 출산 그 자체가 여성에 대한 불이익과 차별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에 대한 요구를 했다는 것만으로 권고사직을 요구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등을 통해 임금, 인사, 휴가 등에 대한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여전하다. 이러한 현실은 현재 정부의 현실 인식과 커다란 간극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임신 출산을 이유로 한 성차별 외에도 조직 내에서 여성에게 고정적인 성역할을 강요하는 차별적 처우가 여전히도 존재하고 있으며, 여성의 지위 자체를 낮게 인식하면서 임금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드러났다.
1. 해고 1순위, 장거리 발령, 비정규직으로의 전환, 퇴사압력… 정부 저출산 정책에도 변하지 않는 임신․출산한 여성노동자들 현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 가족친화적 기업문화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일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여성들은 산전후휴가를 사용하려 한다는 이유로 공공연히 퇴직 압력을 받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신․출산을 이유로 해고를 당한 사례도 있었다. 또한 산전후휴가를 다녀온 사람은 해고 1순위라는 말이 전해지고,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더라도 퇴사 압력을 받는 것은 물론 복직 후 원거리로 발령 내거나 지금과 해왔던 업무와 전혀 다른 업무로 배치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차별적 처우도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명백한 성차별적 불이익이며 이러한 관행들이 근절되어야 출산과 양육을 원하는 여성들이 일터에 대한 걱정 없이 출산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제도 보완과 긴밀한 근로감독, 기업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 사례1. 2009년 9월에 출산을 하고 출산휴가 사용 이후에 11월에 복귀를 하였다. 강원도 동해에서 10년 동안 일했는데 출산 휴가 후 복귀하니 속초로 발령을 냈다. 집에서 속초까지는 2시간이 걸린다. 많이 힘들어도 출퇴근을 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오늘 전화를 해서 서울로 발령을 냈다. 내일 당장 발령지로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루 이틀은 버틸 수 있더라도 그 이상은 어떻게 서울로 출근지를 옮기겠는가? 회사에서 이렇게 나오는 것은 나보고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2010. 6. 8)
● 사례2. 정직원으로 일하는 저는 11월에 산전휴가를 들어 갔는데 회사에서 갑자기 정직원을 비정규직으로 바꾼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산전후휴가를 끝내고 복직을 했는데 회사는 저보고 임시직으로 전환을 하던지 아니면 위로금을 받고 그만두라고 합니다. (2010. 3. 10)
● 사례3. 육아휴직 후 복귀를 했으나 기존 부서는 자리가 없어 현재는 타부서에서 컴퓨터 한 대만 있는 책상에 방치되어 있는 중입니다. 부서장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날 것이니 대기하라고 하지만 산전 후 휴가 복귀 후에도 별다른 업무를 배정해주지 않아 육아휴직을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타부서로 발령 낼 마음이 있었으면 벌써 발령 나고도 남았을 텐데 전혀 신경을 쓰고 있는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2010. 10. 11)
● 사례4. 육아휴직 후 복직하였는데 한 달이 지나자 회사에서는 저에게 나가라고 하고 있습니다. 노동부에 알아보니 육아휴직 기간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나 복직 한 달까지만 보장이 되고 그 이상은 고용을 보장할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회사는 아마도 처음부터 한 달까지만 복직시켰다가 이렇게 해고를 할 생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일도 엉뚱한 일만 시키더니 결국엔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 한 채 한시간도 안 되서 사직서 들고 와서는 싸인하라고 했습니다. (중략) 나라에서는 아기를 낳으라고 권장하는 분위기인거 같아 맘 놓고 육아휴직 했다가 이런 꼴을 당하고야 마네요. 어제는 정말 아기를 부둥켜안고 통곡밖에 안 나왔습니다. (2010. 2. 5)
● 사례5.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지난 달 임신사실을 알게 되어 병원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니 임신한 사람이 병원에 있으면 안 좋아보이니까 나가라고 했다. (2010. 7. 1)
● 사례6. 직장에서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이유로 출산휴가를 거부당했습니다. 본사 여직원에게 듣기로는 이번에 해고 1순위가 출산휴가 대기자라고 하더라구요. 회사에서는위로금 몇 푼 줄테니 나가달라고 하지만……. 저는 그건 받을 생각 없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2010. 1. 20) |
2. 1년간의 육아휴직을 쓰고 복귀한 사람들은
한 해 동안 연차휴가가 없다?!
육아휴직과 관련된 상담 중, 가장 많은 상담은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귀한 후 발생되는 연차휴가와 관련한 것이었다. 육아휴직을 한 경우에는 연차유급휴가 산정 일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1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되면 복귀 후 1년간 연차휴가를 하나도 쓸 수 없는 결과로 이어져 휴가를 사용해야 할 때는 ‘결근을 결제’ 받아야 하는 사태에 이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도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던 육아휴직이 아예 제도적 불이익으로 이해되고 있기도 하다. 연차휴가의 목적은 노동자에게 정신적, 육체적 휴양을 제공하여 노동의 재생산을 도모하고 노동자가 문화생활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여가를 부여하는데 있다.
그러나 현재 연차휴가는 1년 근속에 대한 ‘보상차원’이라는 해석으로 인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귀한 사람들은 현저히 적은 연차를 부여받거나 아예 한 해 동안 휴가가 없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후에 그 기간에 대한 연차유급휴가가 부여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확대하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따라서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도입취지를 재확인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 사례7. 지난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1월부터 복직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이 200일 사진 찍으려고 휴가를 냈는데 글쎄 연차휴가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아니, 아이 낳고 도대체 얼마나 쉬라고 하는 것인지 육아휴직하지 말고 아이 낳자마자 일을 하라는 소린지 도대체 이해가 안됩니다. (2010. 2. 22.)
● 사례8. 2009년은 1년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나서 2010년 1월에 복직을 했습니다. 그런데 2009년에 육아휴직을 했기 때문에 올해 사업장에서는 연차휴가가 없다고 합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집에 일이 있을 시는 아예 결근을 결제를 받으라고 합니다. (2010. 2. 23.)
● 사례9. 저는 2009년 11월 육아휴직을 신청하여 2010년 11월에 복직하였습니다. 그런데 복직 후의 저의 연차일수에 대해 질의를 했는데, 내년도 연차는 2일만 부여된다고하네요. 각종 법률과 제도로 출산을 장려하고, 예산을 책정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직장여성으로서 당장 몸으로 부딪쳐야하는 연차에 대해 법적으로 취약점이 있다는 사실에 허무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2010. 12. 28.) |
[2010여성노동상담경향 다른 내용보기] 아래의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