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여성정치토크파티: 정치판, 뒷담화 한번 해볼까?불이~
지난 2일,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월요일에
마을극장에서 여성정치토크파티가 열렸습니다. 4.11 총선을 열흘 정도 앞두고
여성으로서 정치(참여)를 어떻게 봐야 할지 여성에게 정치란 무엇인지
민우회 정책위원 권김현영님의 사회로 진행되었어요.
정치판, 뒷담화를 담당할 대담자 분들은 총 세 분.
13대 국회의원이었고 현 살림이(여성정치NGO) 이사장 이신 박영숙님,
12년동안 정치부 기자로 활약해오신 프레시안 기자 전홍기혜님,
유럽정치에서 여성정치 영역으로도 연구 폭을 넓히고 계시는 서울시립대 교수 김민정님.
많은 분들이 오실지 두근두근 걱정 때문에 괜히 봄비가 야속했어요.
그런데! 정말 많은 분들이 마을극장의 자리를 채워주셨어요.
권김현영님의 인사로 토크파티가 시작되었답니다.
이 자리가 만들어진 배경. 어느 당에서 남성의원들이 들고 일어난 사건이 있었죠. 여성 의무공천 15%에 대한 문제제기였는데요. (관련하여 지난 2월 29일 민우회에서 개최한 긴급토론회 <15%보다 뜨거운 평등, 30%보다 절실한 민주주의>후기를 참고하세요! 클릭클릭)
제헌의제 때 10%로 시작했는데 사실 30%도 아닌 15%였음에도 말입니다.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으로 총선을 맞이하게 되었고 대체 정치판이 어떻게 돌아가길래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것인지, 사실 앞담화를 하려고 했지만 얘기를 들어주지 않아 뒷담화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박영숙님: 이번 선거가 참 중요한데 지난 4년동안 말할 권리, 들을 권리를 빼앗기고 심지어 희망버스 탈 권리도 빼앗겼지만 우리에게 뺏을 수 없는 건 투표로서 심판하는 권리다. 우리에게 올 해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정치가 우리 생활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선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있다. 2004년 선거에서 초선의원이 187명 당선되었고 전체의 2/3였다. 그러나 국민들이 원하는 기대와 달리 정치개혁을 그닥 이끌어내진 못했고. 수적으로 여성이 진출하면 되느냐, 아니다. 누가 진출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전체적으로 혁신과 개혁을 함에 있어서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현상에 분노가 있었고 사실 분노보다는 비애감을 느꼈다.
김민정님: 19대 때 제일 중요한 건 여성이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 전면에서 이슈화 된 적이 없었는데 주요하게 드러난 점. 그러나 공천 이후 보니까 별로 의미가 없었다는 것. 말만 무성했고 논의 이후 달라진 점은 없었다. 여성공천은 새누리당 약 6.9%밖에 안되었고 민주통합당은 10%밖에 안되었다. 통합진보당은 13% 정도에 그쳤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지역구 공천 30%는 어느 정당에서도 지켜진 것이 아니다. 현재 공천을 받은 사람들을 보면 새누리당은 돌려막기식으로 엉뚱한 곳으로 공천이 돼서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라 숫자를 맞추려고 한 것으로 보이고.
권김현영님: 공천과정에서 몇몇 후보들이 공천을 받지 못했는데 18대에 비해 19대에 절반정도 떨어졌는데 민주노동당이 지난 번에는 46명이었는데 통합진보당으로 가면서 8명으로 줄어들었지요. 군소정당이 없어지거나 통합되면서 여성에게 기회가 없어지는 큰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김민정님: 세 당의 대표들이 여성이라는 건 상징적이긴 하지만 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정치판이 실망스러울 때 여성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처럼. 대부분 굉장히 정치적인 위기 상황일 때인데, 잘 하면 다행 못하면 욕먹게 된다. 선거자체가 정치적이지만 이런 상황도 상당히 정치적인 것. 대선에 어떻게 유리한 국면을 만드느냐가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18대 국회에서 여성들이 의정평가에서 상위를 차지했음에도 이번 공천에 많이 되지 않았다. 여성 후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의정활동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의정활동만큼 당내 활동과 지역구 활동이 중요하다. 실제 힘은 당내에서의 세력화와 지역구 주민들의 뒷받침에서 나온다.
박영숙님: 할당제는 여성이 인구의 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자질로 정치를 바꾸고 새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여성의 정치참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 정치의 룰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여성 대표 시대라 할지라도 여성정치로 인한 변화나 기대는 가질 수 없다.
권김현영님: 재선에 성공한 여성의원들이 초선 때에 비해 여성대표성이 없거나 관련해서 자의식이 없어지는 느낌이 있는데 직접 보기에 어땠나?
전홍기혜: 점차 아무래도 당의 중앙에서 정책을 하게 되고 여성이슈라는 게 정책적인 이슈가 많은데 그게 본업이 아닌 게 되어버리는 것. 왜 유독 여성들이 이번 공천에서 밀려났냐. 18대 때는 시끄럽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공천이 되면 당선이 될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고 본다. 이번 공천은 그래서 중요했던 것. 여성의식 줄어든다 이것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 이번에는 한명숙씨가 대표가 되자마자 공천제를 말해서 오히려 논란을 키운 부분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하긴 했지만 이것을 공론의 장으로 올린 것은 좋고 유의미하다. 그래서 일종의 자기위장을 했던 정청래나 김두수 이런 사람들의 가면도 벗겨지고.
이렇게 1부가 마무리되고 유기농 펑크포크의 창시자 뮤지션 사이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뒷담화를 듣는 자세로 눈빛을 반짝이며 귀를 쫑긋 했답니다.
권김현영님: 여성정치인이 정치참여를 하면 바뀔까요? 라는 질문이 많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김민정님: 우선 우리끼리 얘기하면, 30%될 때까지는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왜 30%냐면 연구에서도 드러나는 데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30%는 되어야 바뀔 수 있다는 것. 어디가서 소수일 때는 말하기도 주저하고 움츠러들고 그래서 아무리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더라도 주장을 펼치기 어려운데 30%로 마지노선을 정해놓았고 이런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14%만 되어도 바뀌기 시작했다고 볼 수는 있다. 16대 때와 비교해보면 여성정치라는 게 거의 없었었고 할당제가 받아들여지기에는 어려웠을 것.
박영숙님: 이번 선거 국면은 정권을 바꿔야 하고 그래서 투표라는 건 중요. 사실 원내 30% 진출이라 해도 별로 희망적이지는 않다. 밖의 80% 여성들, 촛불시위에 나왔던 여성들이 힘을 발휘할 때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살림정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권의식이 있는 여성들을 어떻게 정치세력화할건지 고민하고 있다. 이들에 의해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을 것이고 좌우될 것이다.
김민정님: 전적으로 동의. 유권자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정치도 바뀌지 않는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99년 헌법개정 시 남녀동수법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2000년에 도입되는 동안의 과정을 보면. 처음 여론 조사에서는 동수법 이런 거 말도 안된다라는 게 의원들의 의식이었듯 거의 다 반대였다가 99년 여성운동계가 동수법을 의제화, 이슈화했고 99년에는 찬성 60%를 이끌어냈고 2001년 되면서는 유권자들 중 찬성이 80%였다. 결국 의원들도 동수법 통과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에 여성들의 진출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들의 의식전환도 중요하다.
권김현영님: 전홍기혜 기자같은 경우 부모성 같이 쓰기를 하시는데 남성정치인들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하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이미지와 의식 있는 여성들의 간극이 왜 이렇게 넓어진 것 같은가.
전홍기혜님: 2002년에 이모 남성의원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명함을 내놨더니 보좌관이 “이름 네 글자네? 우리 이름 네 글자인 사람 되게 싫어하는데.” 굉장히 당황해서 아무리 그래도 유권자에게 잘 보여야 할 사람들이 대놓고 싫어한다고 하고. 이 사람 정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한테 이름 시비건 사람치고 된 사람이 없다. (모두 웃음) 왜 그렇게 정치, 특정 당에 기대를 하느냐라고 하셨는데, 투표, 선거제도 관련해서 소선거구제이고 비례대표 수가 적어서 어쩔 수없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여성의원의 숫자가 여성의 정치세력화로 가져오느냐를 봤을 때는 새누리당 얘길 해보자면, 대표도 여성이고 대권주자도 그렇게 될 것 같은데 그동안 의원들을 보면 이들이 정말 여성의식이 있는가 의심 가는 사람이 많다.
권김현영님: 최근 들어서 한국정치지형에서 정치판에 아내나 딸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김민정님: 수치여사도 그렇지만 서남아시아에서 여성지도자들은 아버지나 남편의 정치세력을 이어받아 계승하는 경향이 있었다. 남미도 똑같고. 예전의 지도자를 숭배하는 이미지가 위기에 빠진 나라를 그 여성들이 구할 것처럼 이미지화하는. 박근혜 제외하고는 한국은 이런 케이스는 없다. 물론 누구 부인이라거나 몇 사람 있기는 했지만 세력화될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정치현상은 굉장히 전근대적인 것이고 정치적 가문화, 가문의 세력화되는 것. 여성이 여성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그 가문을 대표하는 것이 된다. 그렇기에 여성, 인권, 복지 이런 정책들이 같이 가는 게 아니다.
플로워 토론: 궁금한 게 많아서 왔다. 18대 국회에서 보좌관이었다. 여성 정체 세력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해봤다. 여성국회의원들만큼 여성보좌관들도 굉장히 일 잘한다. 18대 여성의원 32명이었고 여성보좌관은 14명. 첫 번째 회기 끝나고 보좌관 추천을 해달라 얘기가 있어서 나보다 일 잘하는 이를 소개해줬더니 여성의원이 나도 여자인데 또 여자를 쓰냐며 여러 분들에게 얘기를 들었다. 또 다른 사례. 각 정당에 여성 실무자가 거의 없어서 여성의원들이 일할 때 보좌관들과 팀웍을 하는데 정당 흐름을 잘 알지 못해서 정무보좌관이라는 남성들에 의해 좌우된다. 당 활동을 열심히 한 5급 남성이 있었는데 연말에 굉장히 바쁘던 시기에 며칠 밤을 새며 일하는데 이 남성이 볼펜으로 나를 찌르더라.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 묵과할 수 없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의원에게 얘길 하니. 다른 의원이 불러서 현안이 이런데 문제제기 하긴 그렇다 해서. 직접 당사자에게 사과를 요청하니 미안하다고 해서 갈무리를 했다. 생각한 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인데 정치권의 현안을 따라하자는 건 아니고 그들처럼 계파를 만들자는 게 아니고 잘 알아야 한다는 것. 의원 30명을 배출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의원 밑에 보좌관 있고 그 밑에 실무자들 있고 층층이 있다. 이게 두터워야 일이 된다.
권김현영님: 여성보좌관 토크파티 해도 좋을 것 같다. 17대 18대 여성보좌관들이 다 사라졌다. 남성 보좌관들은 다들 지방자치 장 되어 있고 여자와 남자가 키워지는 게 다르다. 중요한 얘기였다.
김민정님: 정치학회에도 여성학자가 많진 않다. 국회에서 여성이 무엇으로 나를 돋보이게 할 것인가 했을 때 남성의 영역 외교통상 국방 이런 부분에서 받지는 못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나도 원래 유럽정치 전공, 내 분야가 있지만 어렵고 97년부터 여성정치를 하게 되었고. 남들이 하는 방식으로는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힘들다. 여성을 중심으로 다른 영역을 엮어서 하고 있고 이게 강점이다. 여성의원들도 이런 것을 살려야 한다. 젊은 의원 경험있는 의원 간의 연대 당을 떠나서 멘토링 시스템 등 이것들 중요. 정책이 달라서 연대하기는 어렵긴 하지만. 여성정치가 진보하는 데 있어서는 여성들 간 연대가 중요하다. 노르웨이나 핀란드 보면, 여성이슈를 당내에서 아젠다화 할 때 이미 그 전에 여성의원들끼리 연대가 되어 있다. 연대된 걸 가지고 당내에서 주장을 펼치는 것. 이런 연대가 여성의원 본인들도 살고 여성정치도 사는 것이다.
권김현영님: 비혼,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당이 어딘지 묻는 질문도 있었다. 여성의 차이가 있고 보육 정책만이 여성정책이 아니게 되었고. 다양한 사회 곳곳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여성들이 많다. 여성정책이 아이 키우는 데만 집중하면 안된다. 마무리 한마디씩 들어보고 마무리하자.
박영숙님: 여성에게 정치란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는데. 여성의 가치로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한다는 측면, 여성의 정치는 여성 자신이 자신의 삶의 조건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여성이 정치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른 이들이 내 조건을 만들어줬지만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삶의 조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여성정치참여가 중요한 것이다.
김민정님: 여성들이 조직의 논리 사회적 논리를 잘 모른다. 여성들의 투표성향이 근본적이고 논리적이다. 그렇기에 알아야 하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여성들의 포텐이 터질 것을 기대한다.
전홍기혜님: 촛불시위가 인상적인 것. 정치조직화되지 않은 여성들이 어떻게 나왔던 것인가이다. 친구 시어머니는 MB를 너무 싫어해서 애 봐줄테니 유모차 끌고 시위나가라고 하시기까지 했다. 비조직화된 많은 여성들이 무얼 원하는지 현 정부는 몰랐던 것. 기존 여성운동을 해왔던 세력들과 연결되지 않아있고 실제 그 연결을 원하는지 알 수도 없고. 소위 페미년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긴 하다. 이대라인 말은 많았지만 사실 정말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다. 한국 정치에서 여성계파는 존재하지도 않고. 배운 여자들이 무섭지 않다는 것도 보여줄 필요도 있다. 나꼼수 코피사건 논란 중에도 쌍코 성명을 보고 조직화되어 있진 않았지만 정치적으로 의식화되어 있다. 내가 너희를 선택할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 유권자 운동을 하는 비조직화된 자원이다.
여전히도 한국 정치권의 뒷담화 할 이야기들을 남겨둔 채 정치인뿐 아니라 생활정치 안에 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연대, 정치의식의 중요성을 다시 짚어내며 마무리되었습니다. 4.11 총선이 이틀 앞두고 있는 이 시점. 우리 여성들의 조직되었건 비조직되었건 투표로 세상을 바꾸는 기회. 잘 활용하여 목요일 아침 정말정말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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