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파일공유사이트 모니터링활동으로 유포된 파일을 삭제 중
추적자는,동의 없이 유포된 ‘나체사진’, ‘성행위 동영상’ 피해의 확산을 막기 위해 파일공유사이트를 모니터링하여 유포된 파일을 찾아 삭제하고 가해의 증거를 수집하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기획단입니다. 이 글은 기획단의 모니터링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_ 첫 번째 이야기!! |
영화나 드라마를 받기위해 이용했던 p2p 사이트 |
나는 이미 성인이 된 지 오래지만 뭔가 두근두근한 이상한 기분으로 ‘성인’ 메뉴를 클릭한다. 곧 낯 뜨거운 제목이 눈앞에 좌르륵 펼쳐진다.
일본 언니들 이름도 나오고 금발의 언니들도 있다. 쭈욱- 아래로 드래그를 하다 보니 ‘한국. 일반인’ ,, 클릭하면 스샷이 몇 컷씩 나오고, 어떤 친절한 판매자는 움짤로 이용자를 혹하게 만든다.
추적자 활동의 시작
피해를 생각하면 화가 나는 일
하루에 5시간씩 걸리던 검색이 이젠 2시간이 걸린다. 회의도 불이 붙은 기분이다. 나는 얼마 전 회의 끝에, 질질 끌고 있던 P2P사이트를 버렸다. 순위권에 있어서 심한 단속을 당했나보다. 성인자료가 없어도 너무 없다. 새로 맡은 사이트는 전과 비교해 보면 파라다이스다. 찾아야 하는 내 입장에서 단순하게만 보면 좋은 일이지만, 피해자를 생각하면 분명 화가 나는 일이다. 이 사이트는 인기순위, 최신순위가 나뉘어져 있어서 어떤 영상을 중점적으로 봐야하는지, 이용자들의 취향이 어떤지에 대한 판단을 뚜렷하게 해 주었다.
이용자들은 외국인보다 한국 사람이 나오는, 그것도 친근한 일반인이 출연하는 영상을 선호했다. 우리 추적자들이 찾는 영상이 바로 그런 영상이다. 나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올린 자료, 싫다는데 억지로 촬영한 자료, 몰래 촬영한 자료를 주로 찾는다. 정말 보다보면 욕이 나온다.
어처구니없는 검색제한 설정 |
추적자들의 검색키워드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공개여부를 잘 몰라서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우리가 정한 ‘검색 키워드’가 15가지 정도 있지만, 사이트 마다 제한하는 단어가 다르기 때문에 매 주 회의를 통해 수시로 업데이트 된다.
나는 주변 남자친구들에게 검색어와 최신 유포물에 대해 정보를 듣거나, 상상력을 발휘해서 검색창을 채우는 편이다. 노트북 앞에 앉아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보면 거울, 빗, 연필 등의 사물이 눈에 띄고 지하철 노선도에서 지역 이름을 따오고, 그런 식이다. 추가하면, 모텔이 많은 동네 이름, 대학 이름, 내가 상상하는 여러 섹슈얼한 상황 설정 등을 거쳐 검색어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미 올라온 영상들의 제목에서 마음을 확 잡아끄는 단어를 검색 해 보기도 한다. 그렇게 검색어를 치다 보면 어처구니없는 검색제한 설정이 많다. (ex: ‘클럽’은 검색 제한인데, ‘클럽에서’는 가능한)
파일은 삭제됐으나, 개운치 않은 현실 |
현재 추적자들이 모니터링 후, 사이트에 블라인드 요청을 한 영상들은 다시 검색해 보았을 때 검색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 같다, 하지만 “고객님이 신고하신 자료를 삭제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이용해주세요.”이런 식의 답변이 올 때는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다. 이미 유포 된 영상이 다른 사이트에 유포되거나 다른 이름의 파일과 제목으로 재탄생 할 확률이 높아서 눈에 불을 켜고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수가 일상적으로 쉽게 하기에 더 무서운 일 |
요즘 나는 추적자 활동을 하다 보니 밤에 잠이 오지 않으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검색을 시작한다. 뉴스댓글이나 블로그, 카페에도 ‘일반인 유출영상 보러오세요~’하고 좌표를 찍어준다. 클릭하면 야한 이야기가 쏟아지는 게시판으로 바로 접속이 되어서 영상을 보여준다거나, p2p사이트가 열려서 바로 결재만 하면 모든 것을 보여 줄 것처럼 손짓한다.
스마트폰을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더 빠르게 피해가 확산되는 것 같다. 이용자들도 아무 생각 없이 카톡 보내듯 친구에게 짧게 제작된 유포영상을 보낸다. 나도 친구에게 받은 적이 있는데 이 자리를 빌어 사죄를... 내가 쉽게 한 이런 행동이 이미 다수가 하고 있는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것이라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나도 모르게 오랜 시간동안, 찾아야 한다는 의식 없이 계속 클릭을 하며 좌표를 따라가다 보면 아침이 온다.
아... 새벽에 스마트폰으로 보고 아침에 노트북으로 신고하려고 모니터링 해 두었던 유출영상 두 건이 삭제되었다. 삭제되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볼 사람은 봤다는 이야기인데... 잠도 자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멈춰라!
오늘도 이용자들은 유출된 영상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좋은 자료 감사/님 최고’ 만 누르고 있고, 아무렇지 않게 욕구해소용으로 본다. 포인트를 얻기 위해 남의 인생을 짓밟는 행위는 멈추어야한다.
피해자들이 얼마나 괴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지, 왜 최후의 방법인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지 제발 알았으면 한다.
큰일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눈에 불을 켜고 모니터링 활동을 하는
스나코의 활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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