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동행후기] '함께'라는 에너지는 '사건을 해결하는 힘'이 된다!
재판동행지원단은 짧게는 10분, 길게는 대여섯 시간의 재판을 참관하고 있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검사와 변호사가 언쟁을 하고, 판사가 호통을 치는 모습은 드라마, 영화의 연출이었음을 참관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대부분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방청하는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 혹은 단어들로 판사, 검사, 변호사들의 ‘소통’을 하는 재판도 있다. 이러한 재판이 진행되고 진행되어 가해자를 선고하는 재판까지 하게 되면 지난한 법적 해결 과정이 끝이 난다. 법적 과정이 끝난다고 해서 사건에 대한 기억이 피해자로부터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을 지나온 피해자에게 ‘사건을 해결하는 힘’이 생기기를 기대한다.
지난 9월 4일 오전 11시경 진행된 재판에서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의 변명은 얼마나 찌질한지를 듣게 된 재판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가해자의 변명을 함께 들었던 재판동행지원단의 윤돌이 재판동행 후기로 그 날의 재판 분위기를 상상해보시길.
‘함께’라는 에너지는 ‘사건을 해결하는 힘’이 된다!
9월 4일, 나에게는 두 번째 동행 먼저 진행되던 재판이 길어져, 그 재판부터 참관하게 되었는데 가해자는 마지막으로 판사에게 호소하고, 그 자리에 없는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자세를 보였다.
앞 재판과는 가해자의 자세가 정말 달랐다. 반성하는 모습 따위 찾을 수 없는.. 해당사건의 저번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증언을, 이번에는 가해자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는데 가해자는 증인석에 앉아서 어떻게 그런.. 완전히 다른 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 피해자와 가해자의 증언은 180도 달랐다. 저번 재판 때, 지금 가해자가 앉아있는.. 그 같은 자리에서 손을 부들부들 떨던.. 사건을 해결하고 있는 피해자의 모습이 겹쳐져 더 화가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을 차리지 않고 있으면 혼란스러워질 지경이었다. 가해자의 변호사와 검사의 질문 시, 가해자는 “네” 하고 대답 하면 되는 상황에서 계속 증거가 있다 주장하고 무서울 정도로 디테일하게 시간과 장소를 따지며 주절주절 이야기했다. 그 뻔뻔한 모습에 몇 번씩 지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꾹 참고 마음속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고 있는 피해자에게 응원을 보냈다. 가해자와 변호사는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연인관계를 보여주는 다정한 사진 등등의 증거, ‘결혼할 사이’라는 단어를 수도 없이 뱉어냈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관계가 좋았다.‘ 라는 것이 성폭력을 정당화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판사도 가해자가 불필요하게 긴 답변을 하는데도 끊어주지 못하고 미지근한 경고만 여러 번 할 뿐이었다. 저번 재판에서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호감을 갖게 한 판사였는데 이번 재판에서 많이 실망했다. 판결만큼은 가해자의 언변에 휘둘리지 않고 시원하게, 정확히 내려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1층으로 내려가는 승강기 안은 지친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기운이 맴돌았다. 피해자의 지인께서 우리 지원단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실 때 정말 뿌듯했고 나도 든든한 느낌을 받았다.
‘함께한다’는 건 정말 큰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언제나 피해자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힘을 드리고, 그 길에 함께 손잡고 걸어가는 재판동행지원단이 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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