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19기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 100시간의 여정 잘 마쳤습니다!
[후기] 19기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 100시간의 여정 잘 마쳤습니다!
2017년 3월 16일부터 4월 6일까지 총 16일 동안 원경선배움나루터에서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 진행하였습니다.
23명의 19기 교육생들은 장장 100시간에 걸쳐 여성주의상담에 기반하여
반성폭력 운동, 한국사회 성문화와 성폭력, 유형별 성폭력, 사례토론, 상담실습 등의 강의를 들으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년 만에 열리는 교육이어서 교육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그만큼 교육에 대한 기대감과 열의로 교육장이 꽉 찼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교육에는 현장에서 활동할 예비 성폭력상담활동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와 이슈에 대한 강의를 긴 호흡으로 듣고자 하는 분들,
실제 속한 공동체 안에서 반성폭력운동을 고민하는 분들이 참여하였습니다.
100시간의 고민과 성찰이 각자의 영역에서 변화의 물길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랍니다.
교육생들의 소감과 평가를 통해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19기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의 뜨거운 현장으로 들어가볼까요?
‘일상에 녹아 있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꿀벅지’에 대한 논의 중에서
제가 ‘연예인은 그걸로 돈을 버니까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3월 16일 <반폭력 감수성 키우기/정하경주>를 듣고
깔끔하게 정리된 여성운동의 역사와 세밀하지만 과하지 않은 설명, 그리고 중간중간 던져주시는 쟁점들에 대한 성찰까지.
민우회에 대한 애정도 잔뜩 드러났는데 대한민국의 열악한 현실에서 저런 신념을 가지고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3월 21일 <여성운동의 역사와 쟁점/김민문정>을 듣고
생식기에서부터 기독교적 한계를 설명하며 성별이분법을 설명해나가는 방식이 새로웠습니다. ‘사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관점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3월 21일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나 인간의 성을 더 깊게 이해하는 방법/한채윤>을 듣고
한국장애인복지법 등의 문제를 자세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보호와 통제, 관계, 지적 장애인의 법적 주체성 등…
사례를 통해 질문거리를 다양하게 던져주셨고, 너무너무 좋은 강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3월 24일 <유형별 성폭력. 장애인/배복주>을 듣고
특히 좋았던 점은 재판 동행이었다. 재판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니 사법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 느낌이었다.
사법도 결국은 사람이 집행하는 것이기에 한계를 뚜렷하게 느꼈다.
하지만 성폭력 상담이라는 사법 절차가 아닌 분야에서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3주간 농도 짙은 고민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19기 수료생 임쏘의 후기 중
교육 초반에는 나의 무지함에 놀랐고, 내가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해나 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중반즈음엔 몰라서가 아니라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결국은 알아도, 몰라도,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가해자 될 수 있음'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19기 수료생 봄봄의 후기 중
초반 강의를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나는 폭력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나?’ 하는 문제였다. 우리는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폭력의 타자화를 시도하고 관련 사건과 의도적인 거리를 둔다. 이는 곧 가해자를 악으로 규정하는 오류와 이어지는데, ......(중략)..... 성폭력 사건의 해결과 예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에 나부터 지양하고 경계해야 할 태도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교육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교차적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장애여성에게는 성차별과 장애차별이 교차적으로 존재한다. 이는 어느 한쪽의 시각만으로는 장애여성 성폭력 문제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마찬가지로 성소수자 문제 또한 남성과 여성의 성기결합만을 강간죄의 행위 구성요건으로 보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각 사건의 개별성을 파악하기 힘들다. 성매매 문제 역시 근대자본주의에 대한 개념 없이는 국가가 어떻게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구별 짓고 통제해왔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 모든 교차성 안에서 개인의 경험을 읽어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외부의 영향을 받는다. 밖에서 밀려오는 파도로 누군가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광경도 자주 목격한다. 원치 않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각자가 원하는 삶을 지켜나가기 위해,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분명한 것은, 나와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이다.
19기 수료생 귤나무의 후기 중
교육을 들으면서 입대가 얼마 남지 않은 동생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최근에 상담 관련한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동생이 이 교육을 같이 들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성주의 상담, 반성폭력 운동이 갖는 의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고자 하는 ‘상담자’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꼭 필요한 기본 바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모두 젠더폭력과 무관하지 않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에 함께 대처해야 하며, 교육을 통해 던져진 질문들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수록, 성폭력을 마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중략)...
마지막 교육과 수료식이 있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돌아오던 날, 버스에서의 일이 떠오릅니다. 버스 맨 앞 좌석에 앉아서 오면서, 교육 기간에 다른 분들과 지내는 동안 했던 어떤 말과 행동들이 생각나 뒤늦게 부끄럽기도 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승차하는 사람들에게 기분 좋게 인사해주시던 버스 기사님이 앞 차량이 서행으로 주행하자, 짜증과 함께 ‘여자인가...’하며 비난하고, 운전석을 보고 나서는 ‘남자 새끼가 운전도 못 한다’고 말하던 그때 느낀 공허함이 같이 떠오릅니다. 너무 많은 차별과 여성혐오와 폭력을 마주치면서 무력해지기도 할 만큼 힘든, 그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며 돌아온 날이었어요. 낮에는 잠깐 나누는 대화에서도 내가 생각지 못했던 것을 배우고, 서로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 있었는가 하면, 조금만 나오면 또 이처럼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고 공허한 기분을 갖게 되는 날이 앞으로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수많은 성폭력에 분노하는 것을 넘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더 뚜렷이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자분들, 같이 교육들은 분들께서 나누어주신 경험과 고민이 담긴 이야기 모두 감사합니다.
19기 수료생 산들의 후기 중
교육이 마치는 4/6일 마지막 시간은 그동안 서로의 노고에 대해 알아주고 격려하는 수료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23명이 교육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고 교육생들이 서로 서로에게 주는 '서로에게 주는 상'을 만들었습니다. 상의 이름도 상장 내용도 모두 직접 썼답니다.
눈물과 웃음, 감동과 격려가 오가는 시상식이었습니다.
100시간을 함께 달려온 23분의 여러분 모두모두 축하드립니다.
이번 수료식에는 특별한 분들에 대한 시상도 있었습니다.
무려 총 100시간의 강의에 지각도 결석도 하지 않고 성실히 임하신 분들에게 드리는 개근상!!
부상으로 민우회의 텀블러와 '자매손'이 수여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오랜시간을 함께 한 나루 건물 앞에서 다같이 사진 찰칵!
쌀쌀한 3월부터 새싹이 움트는 4월까지 함께 한 23명의 여러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상담원교육 이후 5/17일 부터 상담원교육 교육생들과 후속 세미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미나를 통해 반성폭력운동, 섹슈얼리티, 여성주의에 대한 고민들과 질문들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19기 성폭력전문상담원들과 함께 꾸려갈 이후의 활동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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