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존재만 하는 위력은 없다"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성폭력사건 2심 대응 기자회견
2018년 여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1심 무죄 판결이 났을 때 많은 사람들은 분노를 외쳤습니다. 그리고 여성에게는 국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멈추지 않고, 피해자의 용기있는 발언이 세상의 진실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8년 11월 29일 오후 3시 30분에는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입니다.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안희정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는 1심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항소심 재판부는 무엇을 기억하고 반영해야하는지를 전하고자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피해자는 용기를 잃지 않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피해자의 말을 편견 없이 진심으로 들어줄 재판부 앞에서는 아무리 고통스러운 증언이라 할지라도 진실을 증언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다시, 숨을 한 번 고르고 싸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후기로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 일부와 공대위 향후 활동계획을 공유합니다.
기.자.회.견.발.언
“피해자는 1심 법정에서 12시간 동안 신문을 당했습니다. 그렇지만 피고인 안희정 전 지사에게는 어떠한 신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이렇게 여쭤보고 싶습니다. 누구의 진술과 증거를 더욱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피고인의 막강한 권력, 피해자와의 지위 차이,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 어디에도 피해자는 호소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모두 위력이라는 이 사건의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임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부는 “위력은 존재하지만 행사하였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다”는 논리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법률에서 요구하지도 않는 ‘위력의 행사’라는 요건을 추가했습니다. 항소심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피해자를 지지하고 진실이 드러나기를 희망하는 국민들의 응원을 가슴에 새기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은 남성 연대의 카르텔이 낳은 결과입니다. 견제 받지 않는 부패한 남성 권력에 의해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 내 4급 보좌관 여성비율은 7%에 불과하며, 지역구 남성의원은 여성 보좌관 채용을 극도로 꺼립니다. 이러한 성별 위계 구조는 남성 권력자에 의한 여성 보좌관의 성적 착취를 더욱 취약하게 만듭니다. 국회 내 성폭력범죄 관련 실태조사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절대 다수의 여성 보좌관들은 성희롱과 성추행 등 다양한 유형의 성폭력에 전방위적으로 노출되어 있지만,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합니다. 어떤 행동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는 게 대부분 여성 보좌진들의 솔직한 속내입니다. 2심에서 제대로 선고할 때에야 비로소 민주주의의 가치와 정당성은 조금이나마 복원될 것입니다.”
”피해자가 있던 별정직 공무원의 임명,징계,해고에 대한 모든권한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집니다. 피해자 직전 수행비서는 8년동안 근무했지만 별다른 사유없이 해임되었고,여성을 수행비서로 두면 보기 좋다는 주변의 말 때문이었습니다. 별정직공무원은 민간 비정규직보다 더 불안정합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상담통계에 따르면 성희롱피해 비정규직노동자의 45.1%는 퇴사로 귀결되고 이는 정규직의 19.3%에 비해 월등히 높은수치입니다. 사업주인 안희정은 ‘나가라’ 한 마디면 김지은씨의 생존권은 물론, 평판이 중요한 업계에서 내동댕이칠 수 있었습니다.또한 비서는 자치단체장의 사임,퇴직 시 자동면직처리됩니다. 피해사실을 말하는 것은 스스로의 당연한 해고를 가져오는 일이기도 했고 안희정은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막강한 위력을 굳이 설명하고 위협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피해자가 JTBC에 증언한 바로 다음 날부터 소위 ‘찌라시’가 포털댓글창과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 카톡방까지 채웠습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서울시경찰청 사이버성폭력팀에게 수사 의뢰했습니다. 7월, 1심 재판 기간 중 피고인 최측근 7인은 피해자 비난과 음해를 ‘증언’으로 발언했습니다. 언론은 피고인 측근 증언을 조각조각 보도하며 선정주의 지상 경쟁을 펼쳤고, 1심 재판부는 사실상 방조하고 조장했습니다. 9월 서울시경찰청은 안희정 측근 2명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10월 27일 피해자 비난, 모욕 댓글을 단 혐의로 21명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들은 아마도 큰 의도 없이 퍼나른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지독한 편견, 피해자에 대한 의심, 비난은 모이고 쌓여서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게 변화를 막아온 오래된 병폐이며 우리는 이것을 2차 가해라고 말하고, 이에 맞서 대대적인 인식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위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주변인들의 움직임까지 살피고 고려해야 하는데, 1심 재판부는 이들을 증인으로 초대했고, 언론은 아무런 생각없이 받아 적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비공개 재판을 결정해야 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무차별한 질문과 증언이 13시간동안 쏟아지고, 7명에 의해 공개적으로 일방적으로 발언된 1심 재판부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2심 재판부의 현명한 소송지휘를 촉구합니다.”
“판결문을 읽으면서 재판부에 따져 묻고 싶었습니다. <재판부의 머릿속에 있는 피해자의 모습은 도대체 어떤 모습입니까?> 재판부는 피해자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갖춘’ 성인으로 피해 사실이 반복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 피해를 모면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 그대로 있었기 때문에 성폭력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즉,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재판부는 ‘피해자’라면 피해 사실 이후 응당 모든 사고가 중단되고,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음이 마땅한데 피해자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1심 재판부가 생각하는 피해자 모습은 단 두 가지 뿐이었습니다.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피해자, 극단적으로 무기력 한 피해자 이 두 가지 모습을 띄지 않고 있다면 피해자 진술은 신뢰할 수 없다는게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수행비서와 도지사라는 관계구조는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서, 성폭력 사안과 관련한 피해자의 맥락은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사과정에서부터 재판까지 구체적이고 일관적으로 내용 번복 없이 피해 사실을 진술 하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해야 합니다. 지난 3월 피해자의 공론화 이후 안희정은 본인이 직접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며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 입장은 잘못이다. 모두 다 제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애정관계에 의한 성관계’로 말을 바꾸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안희정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항소심 재판부에 정확하게 전합니다. 피해자를 의심하기에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반드시 피고인 안희정을 신문하여야 합니다. ‘피해자다움’, ‘그런’ 피해자는 없습니다.”
“지난 1차 재판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언론이 공정한 보도를 제공해주지 않았는데, 국민은 모두 자신이 거의 모든 정보를 균형 있게 듣고 있다고 착각했고, 스스로 재판관이 되어 판단하게 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입니다. 1심 과정에서 피해자측 증언은 비공개로, 안희정측 증언은 공개로 진행된 점에서 애초 ‘비대칭’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한계적 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언론은 안희정 재판에서 나오는 별별 자료와 증언을 다 전해줬습니다. 대부분의 재판보도는 피해자측과 가해자측의 주장을 ‘VS’ 구도로 나열하는 것이었습니다. 안희정 측의 ‘학벌’‘고학력자’’장애인’‘애정관계’등 일방적 주장을 제목에 부각한 보도도 많았습니다. 가해자의 일방적 주장을 전면에 부각한 보도는 잘못된 사회적 통념을 확대,재생산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언론에 있습니다. 더이상 언론에 의한 2차피해가 반복되지않길 바랍니다.”
기자회견의 각 발언 이후 기자회견문을 함께 낭독하고 기자회견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한다!”
“존재만 하는 위력은 없다!”
“위력 성폭력 당장 인정하라!”
“피해자다움 강요 말고 가해자나 처벌하라!”
“언론에 의한 2차피해 당장 중단하라!”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앞으로도 피해자와 함께하며 정의로운 판결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첫 재판 기자회견 이후에도 공판 기일에 맞춰 재판방청연대, 퍼포먼스, 캠페인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음주 목요일(11/29일), 항소심 첫 재판이 진행됩니다.
하여 오후 2시 30분 서울 고등법원 앞에서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드는 ‘보통의 기자회견’>을 진행합니다.
항소심 재판의 첫 시작을 많은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끝까지 지켜보고, 바꿔나갈 수 있도록 합시다!
+ 기자회견문 및 기자회견발언 전문을 첨부파일로 업로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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