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럼 후기 ] 밥, 잠, 쉼 – 여성들의 일상을 통해 본 ‘내 삶’이 가능한 조건들
올해 성평등복지팀에서는 [ 생존할 권리를 넘어, ‘1인분’의, 충분한 ] 밥, 잠, 쉼을 위해 집담회와 온라인 설문을 통해 여성들의 밥, 잠, 쉼을 방해하는 요소를 들어보고, 더 충분한 밥, 잠, 쉼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지난 10/19(월), 한국여성민우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일상 재구성을 위해 변화가 필요한 것들을 제안하는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합정역 인근 스튜디오에서 발표자 분들과 함께 온라인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발표자 중 두 분은 먼 곳에서 참여를 해주셨어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한 아쉬움을 유튜브 채팅창을 통해서 참여자들의 질문을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포럼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요. :)
사진 1. 합정역 인근의 스튜디오에서 온라인 포럼을 준비 중인 활동가와 발표자 사진.
대안모색 포럼에서는 밥, 잠, 쉼 사례를 통해 본 여성들의 잃어버린 일상 사례 소개, 포스트-코로나 이후 일상을 재구성하기 위한 사회적 재생산 모델 제안, 젠더관점으로 노동에 잠식되지 않는 삶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제안, 누구나 안정적인 삶이 가능한 복지제도의 개인단위 지급 제안, 스웨덴 사례를 통해 남성의 돌봄 참여를 이끈 정책 사례 소개 등 여성들의 잃어버린 일상을 재구성하기 위한 변화를 제안하는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포럼 자료집 다운로드 링크 http://www.womenlink.or.kr/publications/23155
사진 2. 사회자 클로즈업 사진
최진협 공동대표의 사회로 포럼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특히나 그동안 묵혀뒀던 제도의 공백이 우리의 일상을 흔드는지 확인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노동시간의 성별화된 불안정성, 돌봄 중단으로 인해 성별 분업의 강화, 가구 중심의 제도가 지원되는 등 이러한 일상의 불평등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오늘 기존 복지 제도의 관점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해서 누구나 안정적인 1인분의 삶이 가능하게 하는 복지 제도를 상상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첫 발표로는 <밥, 잠, 쉼 – 여성들의 잃어버린 일상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의 서지영 활동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사진 3. 첫 번째 발표자 클로즈업 사진.
<일상 재구성 집담회> 3회와 <일상 재구성을 위한 온라인 설문 – 밥, 잠, 쉼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사례를 소개하는 발표였습니다.
사진 4. 사례발표 유튜브 송출 장면. 포럼 참여자들이 채팅창에 발표와 관련된 질문 및 소감 등을 나누고 있다.
올해 민우회 성평등복지팀에서 진행했던 <밥, 잠, 쉼 – 여성들의 잃어버린 일상을 찾아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배경을 소개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복지 제도는 가구별 소득 분위 확인을 통해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 이렇게 최소 수준으로 복지를 지원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약간 지 제도를 사고하는 방식을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복지 제도의 공백이 드러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임시 비정규직 등의 여성들에게 집중된 불안정 노동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공공노동이 멈추면서 여성들이 가족 돌봄을 많이 하게 됐다. 재난지원금 역시 세대주를 중심으로 지원을 하면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다. 개인에게 어려움이 닥쳤을 때 우리가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는 어떻게 설계돼야 할까.”
“서울시에서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원하면서 기존에 복지 제도의 수급 인원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제도적 지원금을 타갔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상이 확대되면서 재난지원금을 권리로서 인식했던 측면이 컸기 때문이라는 파악됐다. 이렇게 복지 제도를 최소 수준만 보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권리로서 인식할 수 있도록 인식을 바꿔 나간다면 더욱더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이어서 <일상 재구성 집담회> 3회와 <일상 재구성을 위한 온라인 설문 – 밥, 잠, 쉼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사례 소개를 이어갔습니다.
여성들의 밥(시간)을 방해하는 요소
사진 5. 집담회와 온라인 설문을 통해 확인한 여성들의 밥을 방해하는 요소 인터뷰 내용 PPT 화면.
“여성들이 바쁠 때 밥의 질을 포기하게 된다는 말을 많이 남겼다. 1차 집담회 참여자였던 비혼 프리랜서가 바쁠 때 주로 먹는 음식으로 언급했던 것들은 김밥, 빵, 라면과 같은 간편한 음식이었다. 특히 김밥이 굉장히 많이 언급이 됐다. 바쁜 와중에도 영양요소를 챙길 수 있어서 자주 먹게 된다고 남겼다. 프리랜서 같은 경우에는 스케줄에 따라서 밥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바쁠 때는 일을 몰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밥을 소홀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장시간 노동 시간과 긴 출퇴근 시간으로 인한 시간 부족 역시 밥을 방해받는 요소였다. 교대 야간 근무자 같은 경우에는 노동 시간에 따라서 밥 시간이 굉장히 불규칙하기 바뀌기 때문에 소화가 안 되고 밥 먹는 기쁨이 사라지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가사/돌봄 노동 역시 밥(시간)을 방해받는 이야기를 많이 이야기 됐다. 직장맘의 경우에는 가족들을 위한 밥을 준비하기 때문에 밥을 차리게 되고 먹을 때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한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앉아서 (밥을) 먹기 굉장히 어려웠다. 아침에 가족들을 위한 밥을 차려놓고 정작 출근할 때 나는 밥을 못 먹고 출근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직장맘들은 장을 볼 때도 가족들이 어떤 것을 먹어야 할지 등 가족들에게 다 맞춰야 해서 밥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성들의 잠을 방해하는 요소
사진 6. 집담회와 온라인 설문을 통해 확인한 여성들의 잠을 방해하는 요소 인터뷰 내용 PPT 화면.
“먼저 온라인 설문 참여자의 수면 시간을 살펴보면 6, 7시간, 6, 5시간 정도 대다수를 차지했다. 수면 시간에 비해서 수면의 질은 5, 6점이라고 남겨주신 분이 많은 편이었다. 잠을 방해받는 요소로 ‘일과 학업량이 너무 많아서’, ‘경제적 불안함’ 때문에, 노동 조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주기도 했다.”
“프리랜서의 경우에는 불안정한 노동 조건이 일을 멈추기 어렵기도 했다. 일을 멈추는 것은 경제적 조건과 연결되기 때문에 일정에 맞춰서 잠을 포기하며 일을 더 하게 되고, 잠을 자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 교대 야간 근무자의 경우 주간과 야간 근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바뀌게 되는데 낮 시간으로 업무 패턴이 바뀔 때 잠이 안 와서 1년 동안 수면제를 복용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햇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안대를 차거나 암막커튼을 사용하는 등 잠을 잘 잘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 잠을 조금 자기 때문에 감정적 기복과 우울증도 심해지고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가사 노동과 아이 돌봄 때문에 잠이 방해받는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직장맘의 경우, 퇴근 후 쌓인 집안일을 하느라 잠을 자기 어렵고 아이를 재워야만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늦은 시간에 일을 해야 하거나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잠을 포기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 장시간 노동 시간과 가사 돌봄으로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조건을 잠을 자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는데 퇴근 후에 보상 심리로 나 혼자 깨어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잠을 미루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여성들의 쉼을 방해하는 요소
사진 7. 집담회와 온라인 설문을 통해 확인한 여성들의 쉼을 방해하는 요소 인터뷰 내용 PPT 화면.
“여성들이 쉬지 못하는 이유로 나를 돌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교대‧야간 근무자의 경우 근무표가 한 달에 한 번 나와서 일상의 계획을 잡을 수 있는데 근무표가 나오고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거나 새로 배우는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일상의 폭이 좁아지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가사노동과 가족 돌봄도 쉼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나 자기계발 역시 개인이 쉼을 갖기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었다. 이직 준비,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쉼을 방해받는다고 이야기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불안감 역시 온전히 쉬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휴직 상태에 있을 때 실업급여나 일시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프리랜서의 경우 일을 쉬면 당장 생계와 연결되기 때문에 쉬는 날이 조금 더 불안감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여성들에게 집은 가사 노동과 돌봄을 주로 하는 공간으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집에 있으면 끝이 없는 집안일이 보여서 쉬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해 주시기도 했고 직장맘들에게 온전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 언제라고 생각하시냐고 했을 때 출퇴근하는 시간이 나의 시간, 회사에서 점심을 먹는 시간이 나의 온전한 시간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코로나19 이후 여성들의 밥, 잠, 쉼 변화
“코로나19는 여성들의 밥, 잠, 쉼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가사/돌봄 노동이 증가하고,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되면서 퇴근 후에 아이들 숙제, 교육을 챙기기 위해 일이 많아졌다는 이야기, 재택 근무와 돌봄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휴가를 쓰고 일을 하거나 휴직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온라인 설문에서 코로나19의 밥, 잠, 쉼 질 변화됐냐는 이야기를 했을 때 대체적으로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제도의 공백 속에서 여성들이 돌봄을 전담으로 맡게 되고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는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제도적 공백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더 어려움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여성들의 충분한 밥, 잠, 쉼을 만들어 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
“온전한 밥, 잠, 쉼을 위한 필요한 조건은 뭘까 했을 때 먼저 밥, 잠, 쉼이 가능한 노동 시간이 단축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답했다. 통계청에서 생활시간 조사 결과를 봐도 국민 중 50% 이상이 평소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대답을 했다. (…) 집담회에 참여했던 한 참여자분은 52시간 시행 이후에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특히나 야근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는 직장맘들의 경우 노동 시간 단축은 일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이었다.”
“평등한 돌봄 분담을 위한 인식 변화 역시 필요한 조건이었다. 여성과 남성의 가사 노동 시간의 큰 차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인식 전환의 노력이 필요하다. (…) 사회적 안전망이 더 촘촘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노후에 대한 불안이나 경제적 조건 이런 것들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아서 굉장히 어렵게 되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이 많았다. 누구든 어렵지 않게 하는 사회적 조건이 더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을 중심으로 한 인식과 제도의 설계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가 제도를 설계할 때 가구나 세대주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1인을 위한 누구든 소외되지 않게 개개인을 위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코로나19로 불평등한 일상이 드러났듯이 여성들의 잃어버린 일상을 찾기 위해 위에 말한 제도적 조건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일상의 재배열과 사회적 재생산>이란 주제로 김현미(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님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사진 8. 발표자 김현미(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클로즈업 사진.
“코로나19 이후 재난의 모든 부담을 누가 지고 있는가에 있어 정의롭지 못하다. 누가 혜택을 받고 누가 모든 부담을 받는가. 여전히 남성 생계 부양자의 이미지와 기준은 하나도 바뀌지 않으면서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가부장적인 게 부활하게 되는 것 같다. 약자를 돌보는 형태로 좋은 여성되기를 했던 여성들은 도덕적 시민상을 자기가 굉장히 내제화 하고 있다. (…) 코로나19가 여성들의 호의, 헌신, 돌봄, 소통 등에 의존하며 (여성들은) 자기 돌봄도 안 될 정도로 위기에 빠져 있는데 부모님, 아이를 돌보는 형태로 가장 심각한 형태로 코로나의 부담을 지고 있다.”
사진 9. 유튜브를 통해 공유된 발표 자료 화면.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 발표 내용 중.
“문제는 코로나 재난의 위기를 해결하고 있다는 구호, 다시 회복해보자 하는 대안들이 다 엘리트 남성 중심적으로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성의 회복의 의지가, 가치 투쟁을 해야 할 정치의 문제를 시혜와 지원, 기본 소득을 하겠다, 얼마 범주 안에 주겠다, 누구를 도와 주겠다 하는 방식으로 탈정치화 된 형태의 코로나 위기 해결 정책이 나오고 있고 있다.”
“정책 및 단체 의사결정에서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가 늘 배제된다. 사회적 재생산을 이루려면 일터와 삶터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1차적으로 그 사회에서 회복시키는 게 중요한데 코로나 이후 소위 우리가 알고 있는 뉴딜의 방식의 기관산업 중심, 언택트 산업 중심의 기업에게 굉장히 많은 공공자금을 주고 있다.”
“구호의 엘리트 남성중심성은 대안적, 토론은 부재하고 이 상황에서 여성, 소수자가 이 모든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 가장 문제다. (…) 밥, 잠, 쉼 심각한 불균형과 피폐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재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건강한 개인을 양산해내지 못하는 정책 그다음으로는 기업, 정치의 문제이다. 가장 핵심은 성불평등이 이런 것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 결국에 사회적 재생산은 단순히 그 위기를 해결하는 개인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서 일상의 재배열을 통해서 구조와 행위자 간 역학, 협상, 조정의 결과로 나와야 한다.”
“젠더 정의를 위한 사회적 무대는 남성, 기업, 국가 중심의 뉴딜에 반대하면서 좋은 가치, 의미 있는 삶을 위한 보육, 건강, 안전, 환경 등 삶을 질을 개선하는 형태의 사회적 재생산의 좋은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우리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로는 <노동에 잠식되지 않는 삶을 위해 –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상 찾기>라는 주제로 윤자영(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님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사진 10. 유튜브를 통해 공유된 발표 자료 화면. 장시간 노동의 문제와 관련된 내용 화면.
“장시간 노동 체제는 남녀 성별 분업 체제의 원인이기도 하면서 결과이다. 지금의 우리가 겪고 있는 장시간 노동 체제는 외벌이 모델을 전제로 해서 형성돼 있다. (…) 돌봄이나 가사 노동은 누군가 집에 있는 사람이 책임지고, 생계 부양자인 남성 노동자는 자신의 건강 그리고 쉼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노동시장 체제와 규범이 형성 돼 왔다. (… ) 생존을 위해서 다른 종류의 노동, 가사와 돌봄 노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고려 상황이 아니었다. 노동 시간 체제는 누군가의 노동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 시간 단축 제도가 현장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동료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 이다. 동료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누가 나가면 업무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근로 시간 단축이나 휴가를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없다. 근로 시간 단축이나 휴가 이런 게 법 제도적으로는 보장돼 있지만 보편적인 권리가 아니라 일부 집단의 특권으로 생각된 측면이 있다. (…) 특정 집단에만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모든 사람에게 잠자고 쉴 수 있는 권리를, 주40시간이라는 노동 시간 체제를 바꿔야 한다. 일부 집단에게 단축해서 애를 돌봐라, 아프면 근로 시간 줄이라고 한다는 것은 주 40시간은 정상적인 체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어떨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시간 주권을 보장하는 근로 시간 유연화이다.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서 마음대로 조정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가 하루 또는 일주일 단위로 결정 할 수 있는. (…) 특히 돌봐야 할 사람이 있는 경우는 돌봄이라는 것은 오늘 안 하고 내일 할래 라고 미룰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루 또는 일주일 단위에서 계획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고정된 방식으로 언제 일할 건지, 얼마큼 일한 건지, 어느 시간대 일할 건지 조정할 수 있도록 보장되는 것이 바로 시간 주권이다. 근로 시간 단축이 시간 양 측면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 단축하는가가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표준 근로 시간의 보편적인 단축이다.”
“근로시간 단축하고 시간 주권을 확립하기 위해서 노동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통계에도 개념화 돼 있지 않다. 시간주권이라는 것은 얼마큼 내가 일하는지 정확하게 계산이 돼야 할 필요가 있다. 국제노동기구에서 여러 가지 노동 시간 개념을 가지고 하는데 우리나라 통계에 노동시간 개념과 측정에 일관성, 통일성이 필요하다.”
“남성 생계양자 모델을 근간으로 한 근로 시간 모델은 남녀 모두로부터 노동 밖의 여유로운 삶을 박탈하기 때문에 여성들도 더 많이 일할 수 있게 (물론 더 나은 일자리에서 일해야 하겠지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더 적게 일할 수 있도록, 그리고 더 적게 일하는 사람은 더 많이 일할 수 있도록 그런 식의 시간 주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네 번째로는 <누구나 안정적인 삶을 위한 복지제도의 변화 – 개인단위로 지급한다면 여성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라는 주제로 김수완(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님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사회보장 체계를 어떠한 방향으로 짜는 것이 좋을지 젠더관점으로 사회보장 제도의 개별 수급권 방향성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11. 발표자 김수완(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클로즈업 사진.
“구체적인 상황에서 시민권의 특성이라는 것은 사실상 경험적 이슈가 된다. 시민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사회의 진정한 성원으로서, 사회적 권리 수혜자로서 성공적으로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 어찌 보면 복지 제도의 기반인 사회권이라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수혜자로서 성공적으로 자신을 규정해낼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복지국가 문헌에서 전통적으로 사회보장제도는 시민에 대한 권리라고 해서 사회권으로 봐진 경향이 있는데 초창기에 페미니즘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했기 때문. 최근에 오늘 발표된 내용도 그렇고 포괄적인 권리 기반이자 개별적인 사회보장 수급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사회보장수급권은 전통적으로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는데 개별적, 파생적 수급권이다. 개별적인 것은 자신의 권리, 기여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에 근거해서 개인의 명의로 수급받는 것이고, 파생적 수급권이라고 하면 가족, 세대주의 권리나 기여에 해서 피부양자로 수급권을 보장받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법만으로는 최근에 나타나는 권리를 다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수급권을 살펴보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임금 격차도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노동권을 통해서 수급을 하는 것이 여성들에게 어려움을 준다. 시민권으로 확대 하는 방식이 도움이 되겠지만 근원적인 딜레마가 발생하게 된다. 페미니즘에서 오랫동안 이슈 울스톤 크래프트의 딜레마. (…) 사회 보장에서 노동과 결여되지 않은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여성의 인센티브를 저해하지 않을까. 형평성에 저해하지 않을까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12. 유튜브를 통해 공유된 발표 자료 화면. “시민권과 노동권: 조화를 위해” 기초보장 중심 개별 수급권 강화 내용 중.
“중요한 것은 시민권에 기반한 권리와 노동권에 기반한 권리 둘 다 개별 수급권을 어떻게 줘야 할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기초 보장 중심으로 개별 수급권을 강화할 경우,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기초 보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보장을 해줄 수 있느냐의 이슈가 있다. 예를 들면 기본소득을 도입하여 소득 보장이 가능하려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보편적인 게 필요한데 가시적인 시간 내에는 어렵다. 최저 생계 이상의 기초 보장 보편화가 어려울 수 있다. 가능하다 해도 10, 20만 원 이상 벗어나기는 어렵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노동권까지 필요하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결합된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그래서 개별 수급권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결국 노동권 중심 개별 수급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여성의 노동을 강화하는 것이 다시 한 번 부각이 될 수밖에 없다.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을 하고 사회보험에 어떻게 가입될 수 있게 하는 이슈가 다시 한 번 개별 명의의 수급권에 있어서 강조될 수밖에 없다.”
다섯 번째로는 <스웨덴에서 라테 파파가 탄생한 이유: 정책은 문화를 바꿀 수 있다> 주제로 윤승희(『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 저자)님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스웨덴의 라떼파파가 탄생되기까지 부모휴가의 도입과정의 배경부터, 스웨덴 정부의 캠페인, 정부 보고서 등 정책이 문화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 과정을 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13. 유튜브 생중계로 공유된 윤승희(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 저자)님의 발표 자료화면. 부모휴가, 돌봄의 문화의 변화 관련 내용 화면.
“스웨덴에서 라테 파파가 생겨나게 된 이유는 바로 이들이 가진 정책, 부모 휴가 정책 때문이다. (…) 진정한 성평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 여성의 지위 향상과 더불어 남성이 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이들의 역할이 변화해야 한다는 큰 논의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때 당시 총리였던 분이 이 생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된다. 1974년 스웨덴에서는 최초로 아버지의 돌봄에 대한 권리를 법적으로 명시한 부모 휴가 제도가 도입되게 된다.”
“현재 부모 휴가 제도는 스웨덴 부모들에게 어린 자녀들을 돌보기 위한 아주 중요한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 남성의 경우 부모 휴가를 신청하고 아이를 돌보기까지 제도의 지원 여부를 떠나서 또 다른 차원의 장애물이 남아 있었다. 바로 돌봄의 문화였다. (…) 돌봄과 관련한 정책을 상당히 문화적인 것과 연결이 돼 있다. (…) 부모 휴가 제도를 예를 들면 많은 국가에서 시행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과 제도의 확대 정도는 국가마다 상이한데 특히 남성의 돌봄 참여는 국가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70년대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정한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 남성이 돌봄 노동에 참여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남성이 부모 휴가 제도라는 것을 만들었다. 제도가 도입될 1970년대에는 0%였다. 남성이 부모 휴가 제도를 신청한 것은 0%였고 80년대 초반에도 2%에 불과했다. 이랬던 스웨덴이 과연 어떻게 라테 파파가 나타나게 된 것일까. 스웨덴에서는 계속 이러한 효과성이 없는, 젠더의 성역할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부모 휴가 제도의 비판과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진 13. 유튜브 생중계로 공유된 윤승희 님의 <부모휴가, 돌봄문화를 바꾸다> 발표 자료화면.
“스웨덴 정부는 계속 고민을 했다. 이렇게 제도가 확대되는데도 불구하고 남성이 참여를 하지 않을까 뭐가 문제일까 어떻게 하면 남성이 계속 부모 휴가 제도의 돌봄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 1983년에 아버지 역할에 대한 보고서는 전혀 다른 권리와 참여에 대한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게 된다. 이 보고서에서는 새로운 조금 더 중요한 새로운 전략에 대해서 제시를 하는데 그게 바로 새로운 아버지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 (…) 그 당시 스웨덴 부모에게 어떤 게 올바르고 바람직한 아버지, 어머니, 부모 역할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문제를 제기하게 만들었다. 주된 양육자가 엄마인 게 맞아? 너희 아버지는 이렇게까지 아예 참여를 하지 않는 게 올바른 부모상이야 이라는 물음.”
“당시 스웨덴 정부는 이때 당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인다. 상당히 세련된 아버지가 아이를 돌보는 모습이라든지 아버지와 감정을 교류하고 아이들 돌봄에 참여하는 이런 아버지의 모습이 상당히 현대적이라는 모습을 강조했다. (…) 당신이 아이랑 교류를 나누고 친절하고 아이에 대해 속속 알고 있는 게 현대적인 아버지의 상이라는 거다. 뿐만 아니라 이 당시 학계에서는 아버지가 돌봄에 참여했을 때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았고 미디어에서도 돌봄에 참여하는 아버지가 단순히 아이를 돌볼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성숙한다 등 현대적인 아버지상의 모습을 전적으로 강조를 하게 된다. 학계와 미디어, 언론이 정부의 정책적 변화에 힘을 실어주게 되었고 그래서 1994년 아버지의 달, 즉 부모 휴가 안에서 아버지가 사용하지 않으면 제도가 아예 없어지는 아버지의 달이 처음에는 4주에서 현재는 12주로 변화하게 되었다. (…) 정부는 아버지의 달을 홍보를 할 때 가족에게 주어진 선물이니 당신이 이걸 사용하지 않으면 당신은 손해라는 것을 상당히 강조한다.(…) 스웨덴에서는 아버지의 달 새로운 전략으로 인해서 (물론 아직 반반으로는 할 수 없지만) 부모 휴가 사용 일수의 성별 비율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또 부모 보험 수급자 성별 비율을 보면 특히 95년 아버지의 달 도입 이후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좋은 정책을 만드는 길은 그 정책이 도입되는 그 순간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그 정책을 가지고 있는 가치를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그 순간이 것이다. 특히 아동돌봄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아이를 키우는 시간을 육아, 아버지의 권리를 주장했던 것은 끊임없이 그 당시의 부모와 사회에게 질문을 던져줬다. 그래서 결국은 스웨덴 아버지는 가족의 곁, 아이들의 곁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스웨덴의 아버지의 모습, 역할을 바꿔줬다. 제도가 문화를 바꾸게 된 것이다.”
이번 대안모색 포럼을 통해 일상이 가능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지점을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불평등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듯, 여성들의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 포럼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민우회는 누구나 충분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한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 이어가겠습니다.
포럼 자료집 다운로드 http://www.womenlink.or.kr/publications/23155
* 이 행사는 카카오임팩트 100up ‘문제정의 활동 공모사업’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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