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우회 ON] 진주의료원 사태, 의료약자 모두의 문제
진주의료원 사태, 의료약자 모두의 문제
정윤정 진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
작년에 지인이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연골과 십자인대가 파열된 터라 수술과 입원이 필수였다. 소식을 듣고 며칠이 지나 환자와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 병원을 방문하였다. 당연히 5~6인실에 있을 거라 생각한 환자는 1인실에 있었다. 평소 서로의 가정형편을 잘 아는 터라 의아해서 ‘1인실 안 비싸?’ 하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이 감당하기엔터무니 없이 비싸고 보험도 안 되지만 병실이 모자라 6인실에 자리가 생길 때까지 어쩔 수 없단다.
얼마 전 후배가 출산을 하여 산후조리원으로 방문했다. 여느 젊은 맞벌이 가정처럼 성실히 생활하고 있는 가족이다. 탄생의 기쁨과 새 생명에게 축복이 내리는 조리원에는 산모의 부담도 섞여 있었다. 임신해서 출산까지의 병원진료비보다 조리원에서 단 일주일 몸조리하는 비용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산모들 사이에는 이미 조리 기간을 두고 1주일짜리, 2주일짜리, 3주일짜리로 가정형편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삼칠일을 조리기간으로 생각하는 산모와 가족들은 조리원에서 3주 동안 조리할 수 없는 것을 서로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말을 줄인다. 따라서 함께 생활하는 산모들도 자연스럽게 부류가 나뉠 수밖에 없다.
산후조리원에서도 벌어지는 ‘빈익빈 부익부’
일상에서 일어나는 ‘나’의 일들이다. 우리 생활을 둘러싼 모든 영역에서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를 보면서 몇 년 전 기초생활수급비로 사람이 살 수 있는지를 체험한다고 쪽방에서 하루를 버틴 모 국회의원이 ‘굶지 않고 충분히 먹고도 몇 백 원을 기부까지 했다’고 발표해서 국민을 어이없게 한 일이 떠오른다. 경제적 약자의 삶을 몰라도 너무 모르거나, 경제적 약자는 이렇게 살아야 된다는 생각이 내면화 되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공공의료병원이 민간병원과 다른 수많은 이유 중에서 의료약자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다. 경제적 약자는 의료약자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빈부격차가 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초생활수급자뿐만 아니라 비수급 빈곤층까지 경제적 약자들이 자존감과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개인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적 약자를 모든 생활영역에서 주눅 들게 만드는 것이 현재의 사회구조이다.
이런 사회구조에서 필연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복지이고, 이 때문에 ‘보편적 복지’가 지난 대선에서도 주요공약을 차지했다.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것이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공공병원을 단지 병원의 수지타산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비수급 빈곤층이 600만 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에 시민들이 ‘내 살기도 힘든데.. ’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살림살이는 어렵고 의료복지는 멀다. 따라서 공공의료병원의 필요성과 사회적 효과 등은 오히려 정부와 지자체가 홍보와 교육을 통해 시민의식을 선도해야할 부분이다.
진주의료원 사태, 노조 위한 힘겨루기 아닌 의료약자 위한 문제
지금 진주의료원 사태는 중요한 알갱이가 빠진 채 경상남도와 노조의 힘겨루기로 비춰지고 있다. 누구의 전략인지는 모르겠으나 노조와 경상남도의 대결이라면 도민들은 관심 없다. 오히려 ‘내가 왜 이익집단인 노조 편을 들어?’라고 외면한다. 노조도, 의료약자도 따지고 보면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이라는 것을 길게 듣고 있을 도민은 없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사태는 경상남도와 노조의 문제가 아니다. 경상남도가 의료약자와 어떤 관계설정을 하고 어떻게 대화를 해왔느냐의 문제이다. 또 공공의료의 문제는 진주의료원만의 문제만도 아니다. 경상남도는 공공의료병원 운영의 알갱이인 공공병원의 필요성과 역할, 적자경영을 줄 일 수 있는 방안 등을 ‘폐업’보다 먼저 고민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공감과 지혜가 발현되고, 조금씩 입장의 간격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의 의료약자와 잠정적인 의료약자가 받는 고통을 전체 도민에 비해 숫자가 적다고 외면하지 말고 경상남도가 따뜻한 도정, 상식적인 도정으로 의료약자의 상처를 치유하길 바란다.
* 이글은 <민중의 소리>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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