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민우여성학교 2강- 우울증에는 ‘배후’가 있다
지난 4월 16일(화) 저녁 7:30, 시민공간 나루 지하 1층 원경선홀에서는
민우여성학교 <나 심心 봤다> 두 번째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강의를 진행해주신 이진희 쌤은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연구원이시며,
매우 인상적인 '우쭈쭈'라는 별칭을 갖고 계셨는데요.
'여성 우울증의 사회문화적 배경 탐구' 라는 부제와 너무나도 어울리는(?) 별칭이어서 한바탕 웃으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허허.
본격적인 강의 시작하며 오늘을 포함한 최근 2주 동안의 자기 상태를 돌아보는
BDI-Ⅱ(Beck Depression InventoryⅡ) 검사와, 나의 우울증 그래프(나이와 우울함의 정도를 축으로 가지는)를 그려보았는데요. 나와 타인에 대한 시선과 상태를 묻는 다양한 질문 중에 기억에 남는 선택지가 있었는데요.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답니다.
1) 나는 전보다 더 자주 화를 내지 않는다.
2) 나는 전보다 더 신경질적이고 짜증스럽다.
3) 나는 요즘 항상 짜증이 난다.
4) 전에는 짜증스럽던 일인데도 이젠 너무 지쳐서 짜증조자 나지 않는다.
지난 이유명호 쌤의 화병에 대한 강좌를 듣고 난 이후인지 뭔지 건강하게(?!) 화를 내고 있는지라 연결되는 지점이 느껴졌어요. 자꾸만 ‘화르르’하는 화병과 표현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다운’ 우울증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화가난다. 화가나. 화르르.
여하튼, “나는 언제/ 어떻게/ 왜 우울했으며, 우울한가?”라는 질문과 이를 누군가에게 “언어화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우울함, 상황)에 거리두기를 시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답니다. 민우회가 하는 많은 활동들이 그렇듯 여성들 다수가 경험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이라고만 얘기되는 많은 주제들이 담아두지 않고 세상에 발화되면서 힘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언어화’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느끼며, 여성우울증의 ‘배후’에 대한 탐구를 진행했습니다.
여성 우울증의 원인은 단순한 호르몬의 영향이라고 분석되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죠. 그렇게 단순하면 호르몬 투여만 하면 우울증은 사라져야 할테니까요.
이에 대해 이진희 쌤은 여성 우울증의 배후를 탐구하면서 ‘블라인드 스팟’이란 개념을 설명해 주셨는데요. 호르몬이 감정상태에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성 우울증의 원인을 여성들이 처한 사회적 위치, '여성'으로 길러지는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성역할 사회화, 젠더화된 관계에서의 생활사건과 삶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다는 것이죠. 여성 우울증의 블라인드 스팟 인 성역할 사회화의 내용(수동적 여성성과 대인관계적인 성향)을 살펴보고 내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게 줄 글로 쓰려니 부족한 듯하여 강의 내용을 메모한 사진을 공유하겠습니다. (알아보실 수 있어야 할텐데;;)
우리는 나를 우울하게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 아니든 마음에 타격을 가하는 원인들을 잘 숨겨두고 살곤합니다. 하지만 종종 억압된 것들의 귀환, 리마인드 되는 기억 나를 휘청이게 하지요. 하지만 "적당한 우울은 자아를 성장시킬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일 수 있"기에 자연스레 바라보는 작업들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치료가 필요할 땐 사회적 편견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상담을 받아 보는 것도 중요하고요. 뻔하다면 뻔할 수 있지만 미리 우울함의 원인을 알고 있다면 다시 회복하기도 좋다는 건 새삼 와닿았답니다.
아, 그리고 이 엄청 주목받았던 드라마의 대사를 전해주셨어요.
“분명히 알아 둘게 있어. 너는 혼자 살 수 없어.
네가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는 누구도 혼자서 살 수 없어.
내가 네가 있어서 살았던 것처럼” -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중
관계에 집중하다가 내가 삶의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관계를 중히 여기는 것은 우리가 함께 살기 때문에 응당 그래야 마땅한 것. 그리고 나의 감정을 수다떨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건 참 중요한 거니까요. 우리를 화나게 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것들을 없애기 위해 삼키지 말고 퉤! 합시닷.
강의에 함께 해 주신 분들 모두모두 반가웠습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변화시킨다 : 우울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각자의 노력들 함께 만들어요.
그럼, 3강. 누가 당신에게 그 악역을 맡겼나요 후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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