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사업평가
2022년 목표에 따른 평가 및 과제
■ 배제와 차별의 정치가 난무하는 대통령선거 정국 속에서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활동,
언론 모니터링, 대선 공약 분석 카드뉴스 발표 등 성평등 민주주의 확산 활동을 이어갔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그야말로 차별과 배제의 정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간이었다. ‘젠더 갈라치기’의 선동은 일상이었고 정치적 퇴행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윤석열 당시 후보자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라는 그간 있어 본 적 없는 주장과 반여성 정책의 기치를 내 걸고 대통령이 되었다. 정치권은 반 페미니즘을 기치로 한 차별과 혐오를 확산하고, 증오를 선동하는 선거캠페인을 본격화하였다. 여성의 삶을 평등하게 바꿀 수 있는 정책은 보이지 않고, 심지어는 여성에게는 투표권이 없는 것처럼 여성을 배제하는 정치가 반복되었다.
2월 12일 보신각에서 열린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차별과 혐오, 증오선동의 정치를 부수자’ 집회는 페미니스트 주권자의 존재와 요구를 표출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페미니스트주권자행동 집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오랫동안 집회가 열리지 못했던 상황에서 시민들의 분노를 오프라인에서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온라인 서명을 진행해 차별과 증오 선동의 정치를 규탄하고, 페미니스트가 원하는 세상은 담은 메시지 29,512개를 모아 냈다.
“우리는 모두를 위한 대선 후보가 필요하다. 차별과 혐오로 갈등을 심화시키는 정치를 멈춰라!”, “여성혐오로 지지층을 결집해서 혐오정치를 일삼는 대한민국 현주소가 개탄스럽다.”, “변화하는 시대에 퇴보하는 정치, 여성을 철저히 배제시킨 공약들, 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3.8여성대회에서는 서명과정에서 남긴 메시지들을 낭독하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필요함을 선언했다.
주요 대통령 후보의 정책 공약집 분석결과를 카드뉴스로 만들어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위한 공약이 무엇인지 알렸다. 공적 의료서비스를 통한 안전하고 보편적인 임신중지권 보장, 가족돌봄휴가를 넘어 보편적 연차유급휴가 확대, 성평등한 AI 기술을 위한 공적 시스템 마련,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 등 페미니즘 관점에서 필요한 정책 과제를 제안하고 발표했다. 당선자 발표 직후인 3월 11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페미니스트 주권자는 멈추지 않고,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끊어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회는 점차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여성의 고용 회복은 남성보다 현저히 느리고 고용의 질도 악화되었다. 이러한 현실에 맞서기 위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 ‘여성노동연대회의’를 출범했다. ‘여성노동연대회의’에서 9월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살해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집회를 열었다. 해당 사건이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뿌리 깊은 직장 내 젠더폭력 문제라는 것을 사회에 알렸다.
800여명이 집회에 참여했으며 집회에 참여한 여성노동자와 페미니스트 시민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외치고, 서로의 연결을 확인하면서 성차별에 대응할 힘을 나눴다. 현안 대응으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에 참여하여 파리바게뜨 노동자를 지지하고 산재 피해자를 추모하며 SPC의 노조탄압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및 행동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 ‘노조법2·3조 개정운동본부’ 등 주요 여성노동 의제와 관련한 연대 활동도 펼쳤다. 이후에도 윤석열 정부와 성차별 노동정책에 맞서 더 적극적으로 여성노동자를 조직하고 대안적 법제도를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윤석열 당시 후보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과 ‘받아쓰기식 보도’를 반복하는 언론의 문제에 착안하여 ‘구조적 성차별’을 대선 보도 모니터 키워드로 정해 대선 기간 언론 심층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18개 언론사의 기사 중 ‘구조적 성차별’을 포함하고 있는 478건의 보도를 보도 유형, 필자 유형, 프레임 유형으로 나눠 분석했고 9월 29일에 “제 20대 대통령 선거, 언론은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다루었나?”란 제목으로 모니터링 결과 발표회를 열었다. 대다수의 기사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문제적 발언에 대해 검증절차를 갖지 않고 후보자의 발언을 인용하여 오히려 스피커가 돼주고 있는 소위 ‘따옴표 저널리즘’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반 페미니즘과 차별·혐오를 비판하고, 사설·칼럼·논평을 통해 주장을 뚜렷하게 드러낸 언론사는 젠더 담당 기자, 젠더 데스크 등을 두어 성평등 보도를 고민해왔던 구조적 조건 속에서 가능했던 점 등을 발표했다.
2022년은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을 대선 전략으로 당선된 대통령이 출현했다. 반성평등을 기조로 정부가 탄생한 초유의 사건이다. 윤정부 출범 이후 성평등, 노동, 인권, 환경정책 등 전 영역에서 퇴행이 가속화 되고 있다. 대선 이후 보다 즉각적이고 일상적으로 정부 대응 활동을 이어가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으로도 가속화될 반여성, 반노동, 민영화 등의 민주주의 역행과 무능과 독단의 정부 하에서 이를 감시하고 국회 등의 정치적 백래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의 마련이 필요하겠다. 또한 성평등을 삭제하고 인구, 출산을 남기는 정국 속에서 좌절과 무기력 넘어 페미니스트 시민들의 분노를 조직할 공간 창출과 대정부 투쟁이 필요한 때다.
■ <약자생존>, <뭐라도 하는 페미니스트 클럽> 등 소수자들의 연대와 저항에 초점을 둔 성평등 네트워킹 활동을 새롭게 펼침으로써
소수자들의 연대를 구심점으로 페미니즘 실천을 확장했다.
2015년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다양한 페미니즘 그룹과 개인이 자발적으로 페미니즘 공간을 창출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변화한 대중운동의 지형 속에서 노동, 건강, 복지, 반성폭력, 미디어 등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페미니스트 대중과 호흡하면서 다양한 소수자를 드러내고 연대하는 장의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이에 2022년은 성평등네트워크팀을 신설하여 새로운 페미니즘 운동의 탐색과 도전의 공간을 열었다. 질환/장애, 신경다양성, 난민, 젠더 등 소수자성을 의제삼아 활동하는 [다른몸들], [신경다양성지지모임 세바다]와 공동 기획한 ‘약자생존: 약한, 아픈, 미친 사람들의 광장’은 특정 사안에 대응하는 집회시위 방식의 운동이 아닌 ‘내가 사랑한 미친년들에게’,‘나만의 정체성 사전’, ‘미래완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정신질환자 페미니스트, 신경다양인, 뇌병변 장애인,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등 당사자들의 발언을 통해 페미니스트의 유대감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민우회 회원 밖의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을 만나기 위해 주제별 소모임 ‘뭐라도 하는 페미니스트 클럽(뭐라도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남초직군의 편견을 부수는 여성들의 모임 장도리클럽’, ‘길고양이들 돌보는 페미니스트 모임 티티캣클럽’을 열었다. ‘장도리클럽’은 건설업계 종사자, 목수, 촬영기자 등 다양한 남초직군의 여성들이 모여 각자의 일 경험과 차별경험을 공유하며 팟캐스트를 제작․배포하였다. ‘티티캣클럽’은 ‘캣맘’을 둘러싼 여성혐오와 폭력, 개별화된 돌봄에서 나아가 돌봄의 사회적 의미를 함께 고민하면서, 더 많은 시민들과 그 고민을 나누고자 “티티캣클럽 오픈데이: 저 길고양이 돌보는 페미니스트인데요?”를 개최하였다. 또한 “티티캣클럽 겨울집 제작 워크샵: 겨울집 하나 놔드려야겠어요”를 열어 겨울집 관리 및 민원대응 팁을 나누고 겨울집을 함께 제작했다. ‘뭐라도 클럽’을 통해 민우회가 주로 다뤄 온 이슈 활동의 구획에선 만나기 어려웠던 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참여자들이 주체가 되어 작은 액션을 직접 기획하고, 임파워링하며 페미니스트 시민이자 활동가로서 성장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올해 성평등네트워크 사업은 특정 이슈영역이 아닌 소수자들의 연대 자체를 구심점으로 민우회 활동을 확장하고, 페미니스트들의 일상적 관심사들을 연결고리 삼아 보다 적극적 시민참여 활동을 창출하는 시도를 했다. 서로 다른 이슈로 활동을 해오던 단체들과 새로운 기획을 구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전 속에서 상호적으로 배움을 쌓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개개인들이 연대보다는 각자도생을 택하고 고립되도록 내몰리는 사회 분위기는 강화되고 있다. 고립에 갇히지 않고 더 열어가는 페미니즘 운동을 만들기 위해 기후위기, 반자본, 소수자 운동 등 다양한 영역과 페미니즘의 교차와 연대를 통해 연결과 소통의 공간을 만드는 네트워킹 활동을 이어나가야 하겠다.
■ <지역활짝>을 통해 지역여성운동의 현재를 함께 진단, 제1회 민우풋살리그전을 개최해 지부본부 협업의 장을 열었다.
올 한 해 345명의 회원이 확대되었으며 사무실 영화관, 배구관람 번개 등 다양한 회원참여 활동을 시도했다.
지역여성운동의 정체되고 감소하는 회원 수, 재정․운영의 불안정성 등 지속적으로 어려움이 확인되고 있다.
어려움에서 멈춰 서지 않고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문제해결에 이르게 하고 본부 역할성 제고와 지속 가능한 지역여성운동 기반 마련을 위해 노력한 한 해였다. 지역여성운동 활기찾기 프로젝트(시즌2)’(이하 ‘지역활짝’)를 통해 지역여성운동의 현재를 함께 진단하고 지역여성운동 활성화를 위한 지부별 세부과제를 지부 구성원들의 워크숍 참여를 통해 직접 도출해냈다. 본부․지부활동가로 구성된 10인의 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를 구성하여 적극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지부들마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면밀한 진단을 위해 지부 운영에 관한 기초자료를 작성하였다. 약 10년간의 회원 수 증감, 재정사업, 회원활동사업, 상근활동가 추이와 임금변동 등 운영에 관한 각종 지표들을 정리하며, 지부운영에 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부구성원들이 함께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부별 워크숍을 기획하여 진행하였다.
지부별 워크숍에는 서로 다른 지부의 활동가들이 워크숍 이끄미(진행자)로 참여하였으며, 워크숍 결과를 발표하는 전체 라운드테이블 자리에서는 참여자들이 서로 ‘토론 마니또’가 되어 지부별 계획에 아이디어와 질문, 응원의 메시지를 나누었다. 늘 적은 인원으로 수많은 사업들을 소화하고 있는 지부 활동가들이 여력이 부족하고 바쁜 가운데서도 함께 서로 의지를 다지는 모습 속에서 지역여성민우회의 힘과 ‘혼자가 아닌 우리’를 다시금 확인하는 장이 되었다. 올해 ‘지역활짝’의 진단과 비전 탐색, 세부과제를 기반으로, 내년에는 조직운영 강화-회원조직 활성화-재정기반 내실화 등 장기과제들의 지속적인 점검과 함께 실질적인 지부조직 활성화를 위한 실천을 만들어가야 하겠다.
올해 본·지부 공동사업으로 전국 민우회에서 풋살(축구)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였다. 기존 축구팀이 있던 춘천 지부에 더하여 본부 포함 5개 신생팀이 창설되어 총 6개의 풋살팀이 운영되었으며, 대전에서 “제1회 전국 민우풋살리그”를 개최했다. 리그전에는 5개 지부에서 선수 64명과 응원단을 포함해 80여명이 참여하였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참여자들이 신체적 능력과 스포츠 경험의 차이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에게 배우고 익히고 격려하는 언어와 문화를 형성했다”, “역동적인 팀 스포츠 활동으로 민우회 안에 활력을 주고 신입회원 가입의 경로가 되는 등 긍정적 기대를 만들어 냈다”는 참여자들의 평가가 있었다. 민우리그전은 지역 사업의 일환을 넘어 뛰고 부딪치며 운동하는 여성들이 주는 역동과 힘을 함께 감각한 순간이기도 했다. 본부, 지부의 회원들이 직접 신문사에 칼럼을 기고해 후기와 감동을 나누는 등 몸으로 페미니즘을 만나는 장면을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1년 민우회 전체 활동가 간의 역량강화와 네트워킹을 위해 처음 시도하였던 온라인 ‘디딤돌 네트워킹(이하 디딤돌)’ 프로그램을 연속 진행하였다. 실무영역, 네트워킹영역, 이슈소개영역에서 다양한 주제로 25개 강의를 기획하여 보다 많은 지부·본부 활동가들이 이끄미로 참여할 수 있도록 안배하였다. 내년에도 디딤돌 네트워킹, 민우풋살리그전, 지역활짝사업 등 통해 지역운동의 의제확산과 지역운동 활성화를 위한 지부․본부 간 공동의 모색을 이어갈 필요가 있겠다.
올해 신입회원 수는 345명으로 275명이었던 작년에 비해 약 70명이 늘었다. 주된 계기는 SNS(118명)와 이슈관심(95명)이었으며, 1월과 3월 회원 가입자 수가 많았다. 1월에는 트위터에서 제안된 여성단체 후원자 100만명 프로젝트 ‘#백명의변화’를 계기로 58명이, 3월에는 대통령 선거와 여성가족부 폐지 이슈 등으로 97명이 가입했다. “여성부 폐지 및 활동 축소에 항의하며, 작지만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2022대선결과에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여성에 대한 백래시가 더욱더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민우회에 힘을 보탭니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고 여가부를 없애겠다는 대통령이 당선됐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요.”라는 가입 한마디로 볼 수 있듯, 페미니즘 백래시에 대한 우려, 성차별적 정치에 대한 분노가 회원 가입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온라인 회원가입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오프라인 회원 가입 비율보다 온라인 회원 가입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한 회원 확대 방식에 중점을 두었다. 민우회 팀/소의 활동 비하인드를 풀어낸 ‘우당탕탕 민우회’ 코너를 신설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활동가의 일상을 풀어냈다. 오프라인 회원확대 캠페인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지만 시기와 적절성 등의 문제로 올해 중 시도되지는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코로나19가 완화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재정 및 조직화의 안정적인 구조를 이어가기 위한 온/오프라인 회원확대 캠페인이 지속될 필요가 있겠다.
제35차 정기총회, 회원활동 설문조사를 통해 축구모임과 회원번개 등을 해보자는 의견을 반영하여 민우회 풋살 모임 ‘FC호랑이’를 창단했다. 영화 <귀신 친구>를 보는 사무실 영화관를 진행하였고, 배구와 스포츠에 관심 있는 회원들과 여자프로배구 관람 번개 등을 진행하여 장기 모임 참여에 따르는 부담감을 낮추고,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회원 모임을 만들고자 했다. 올해 총 12개의 소모임을 운영하였다. 꾸준히 회원들의 수요가 높았던 독서모임은 소설·에세이 읽기, 각본집 읽기, 퀴어 페미니스트와 책읽기, 영어회화모임, 페미니즘의 눈으로 장애인권 읽기, 성평등 어린이 책읽기 모임이 열렸다. 지난해 활발하게 운영되었던 페미니스트 정실진환자 모임 페미정신은 시즌2를 진행하였고, 상반기 진행되었던 원가족을 벗어난 페미니스트의 자조모임은 새로운 삶의 양식을 구체적으로 고민해 보고 다양한 가족구성 가능성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장이 되었다. 올해 8회 이상 모이는 중기 소모임이 새롭게 시도되었는데, 구성원 간 교류하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내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확인되었다. 앞으로도 번개 모임, 단/장기 소모임 등 다양한 형태의 회원 모임의 장을 열어가는 것이 필요하겠다.
■ 혈연 넘어 다양한 가족을 포괄하기 위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운동, 선택가족 인정을 위한 직장 내규 바꾸기 캠페인,
여성노동자의 경험에 기반 한 시간주권 확산 등 실질적인 법제도 변화를 꾀하기 위해 노력했다.
“뚝딱뚝딱, ‘가족’ 법·제도·문화를 다시 짓다” 사업은 가족과 관련된 한국 사회 시민들의 인식과 실천의 변화를 파악하여 가시화하고 법제도 개선 활동에 반영하고자 하였다. 기초조사, 제도 모니터링,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하여 복지, 주거, 돌봄, 장례, 혼인, 상속 등 영역의 법과 정책에서 규정하는 가족 정의를 검토하고, 현행 제도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였다. 설문조사를 통해 가족의 범주와 요건에 관한 인식과 경험, 협소한 ‘법적 가족’ 규정으로 인한 차별 경험을 파악하였고, 집담회에서는 비슷한 경험을 가진 참여자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개인의 경험과 사회 변화의 필요성을 연결 짓고, 구체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대안을 설계하는 자리가 되었다.
“현실과 다른 가족 규정, 어떻게 바꿀 것인가 -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여 사회 현실 반영과 차별 해소라는 측면에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하였다. 10월에는 “우리의 연결될 권리를 보장하라”는 제목으로 국회 앞에서 말하기 대회를 진행해 페미니즘, 가족구성권, 성소수자, 한부모가족 권리, 재생산권, 청소년 주거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장례, 교육, 노동 등 다양한 활동 영역에서 관련 의제를 다루어 온 단체들을 참여자와 공동주최로 조직함으로써, 다방면의 의제로 공론화하였다. 법적 가족규정 개정이 단기간에 관철될 수 없는 만큼 지속적으로 관련 이슈 모니터링과 개입이 필요하겠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노동부가 제공하는 표준취업규칙을 바탕으로 ‘법적 가족’에 기반한 직장 내규와 복리후생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선택가족을 인정하는 기업으로 레벨업!” 직장 내규 바꾸기 캠페인을 통해 노동현장에서 가족구성권 의제를 가시화하고, 대안 모델을 제시하였다. 이 캠페인은 가족구성권 이슈와 노동현장 내 성차별이란 중첩 지대의 이슈를 발굴해 성평등복지팀과 여성노동팀이 협력해 진행했다. 경조사·돌봄휴가 등의 조항에서 가족 범위에 ‘노동자가 지정한 1인’ 추가하고, 모계·부계를 구분 등 성차별적 조항 폐지를 제안하는 약속문을 만들어 기업에 캠페인 제안서를 발송하였다. 노란들판, 동구밭, 마포의료생협, 문학동네, 빠띠 6개 기업이 다양한 가족형태를 반영하는 내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고, 당장 내규 개정은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고민을 이어가겠다는 기업들의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슈의 구획에 갇히지 않고 통합적인 대안 도출 등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TF 구조에 도전을 지속할 필요가 있겠다.
여성노동자의 일 경험을 통해 성차별 구조가 해소되지 않은 채 유연근무제가 도입되었을 때 노동시장에서 여성노동자의 주변화가 어떻게 강화되는지 드러내고. 노동자의 언어로 ‘시간주권’을 구성하여 담론을 확산하고자 하였다. 연구 활동과 토론회를 통해 여성노동자가 시간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조건을 도출했다. 가장 중요한 대전제는 성차별 노동구조가 해결되지 않고,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여성노동자는 시간주권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었다. 꾸준히 노동시간 유연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노동자를 지금보다 더 장시간 노동으로 밀어 넣고 있다. ‘시간주권’ 담론을 자본에 유리한 방식으로 전유하려는 시도와 반(反)노동 정책 기조가 현 정부의 임기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지금, 성차별·반노동의 흐름에 더 거센 저항이 필요하겠다.
■ 성평등한 조직문화 표준 강의안 제작, 미디어 모니터링,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줄기 빛 활동을 통해 일상 가까이 체감되는 변화를 위해 실천했다.
성폭력 상담은 1,039회를, 여성노동 상담은 107회를 진행했다.
대중설문조사와 그룹·개인인터뷰, 본-지부 회의 등을 통해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표준강의안’을 개발하였다. 그룹·개인 인터뷰를 통해 조직문화와 성폭력의 연관성을 구체적으로 포착하고자 포커스그룹(FGI)인터뷰를 진행했다. 직급, 연차, 조직 규모와 특성 등을 고려한 다층적 그룹을 구성하고 총 4그룹, 19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통해 ‘논의 없는 회의’가 ‘자원과 권한의 독점’을 만들고, 상당수의 공동체에서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후순위로 두고, 가해자 처벌이 곧 성폭력 사건이라는 오류를 반복한다는 것 등을 확인하고 해당 내용을 핵심 키워드로 뽑아 강의안에 담았다. 시범강의 전 예비 출강, 지부·본부 공동회의, 외부 전문가 자문 등의 과정을 거쳐 조직문화가 성평등 해야 이유를 주요 골자로 강의안을 개발하였다. 시범강연 행사에는 60여명이 참여했으며 “일상의 조직문화'가 어떻게 사건과 연결되는지, 왜 필요한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조직문화는 계속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조직의 가치/비전과 조직문화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설득력 있었다.” 등의 후기를 남겨 주었다.
설문조사, 그룹·개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바쁠수록 성평등, 성평등이 지름길’, ‘회의가 회의적이지 않게 의사결정은 공식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 일상의 누적이다’ 등의 문구를 담은 성평등 달력 1,000부를 제작 및 배포하였다. 이후 표준교육안의 실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해제집 형태의 보조 자료를 보강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표준강의안이 기존의 성희롱예방교육과 연동하여 많은 공동체에서 성평등을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연결고리임을 확인, 이를 확산할 수 있는 활동이 이어져야 하겠다.
KBS의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 일일드라마 <으라차차 내인생>를 통해 두 드라마가 돌봄을 누구에게 맡기고, 어떻게 재현하는 있는가를 중점으로 회원들과 함께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드라마가 여전히 대가족 중심적이고, 5060 여성이 가사노동과 돌봄의 역할만을 하는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드러내고, 이러한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시대상을 반영한 변화된 가족의 등장 필요, 5060 여성이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재현되어야 한다는 요구 등을 담은 의견서를 KBS에 전달했다. 이밖에도 여가부 폐지와 관련된 정부조직 개편방안 보도 모니터링, 이태원 참사 보도 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이어갔다. 심층 모니터, 회원과 함께 하는 모니터, 이슈 대응 등 다양한 방식의 모니터링 활동으로 미디어 속 성차별에 문제제기하고 언론에 개입하는 활동이 이어져야 하겠다.
올해는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줄기 빛” 3주년을 기념하여 창작자, 평론가와 함께 하는 두 차례의 토크쇼를 진행했고 55명이 참석했다. 1부에서는 여성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여성 창작자로서의 경험과 고민, 제작 환경, 시청자의 반응과 영향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1부 패널이었던 창작자들은 “다른 장르 창작자와 대화하는 자리가 처음인데, 나에게, 여성들에게 힘이 됐던 창작자를 만나게 되어서 의미가 있었다.” “참여자께서 말씀해주신 보고 싶은 여성 캐릭터 참고하고 더욱 용기 내서 다음 작품 해보겠다.” “과하게 칭찬받고 에너지를 얻은 자리였다”라는 소감을 남겨주어 성평등한 콘텐츠를 만들고자하는 창작자를 응원한다는 목적을 나눈 자리였다. 더 많은 페미니즘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위해서 페미니즘 컨텐츠의 의미를 읽어내고 페미니스트 창작자의 활동을 응원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했다.
2022년 성폭력상담은 총 1,039회이며 233건의 피해자 상담을 하였다. 성폭력 피해 유형은 성희롱 및 성추행 상담이 44.6%로 가장 높았고 강간 피해 상담이 26.5%였다. 스토킹 상담은 2021년 7.9%에서 12.3%로 증가하였다. 2022년 상담에서 주목할 점은 성폭력 상담 총 1,039회 중 경찰의 불송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담이 110회로 10.6%의 비율을 차지한 것이다. 향후 과제로서 경찰의 불송치 처분에 대한 경향 분석 및 이의절차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야 하겠다. 여성노동 상담의 경우 총 62건(122회)의 상담을 진행했다(전년도 대비 건수 10.1% 감소, 횟수 17% 감소). 또한 상담 유형으로는 ‘직장 내 성희롱(69.4%)’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직장 내 괴롭힘, 모집·고용상 성차별, 모부성권 등 여타의 주요 여성노동 관련 상담의 비중은 높지 않았다. 2021년도 상담사례를 분석해 △성희롱과 괴롭힘의 복합성, 확장성 △여성혐오 정서에서 비롯되는 노동권 침해 △공직 사회 내 성폭력 사건이 노동 현장에 미치는 영향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을 통한 부정적 소문 확산 △코로나19가 성희롱/괴롭힘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의 경향을 밝혔다. 앞으로도 주요한 현장으로서의 상담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한 슈퍼비전의 안정화 및 기민한 대응을 이어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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