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수신료 인상 거수기 자처하는 KBS 시청자위원회
[논평] 수신료 인상 거수기 자처하는 KBS 시청자위원회
KBS가 수신료 인상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KBS 시청자위원 대다수가 수신료 인상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가 지난해 시청자단체와 언론시민단체를 배제하고 친이명박 성향의 보수인사 위주로 시청자위를 구성할 때부터 우려됐던 일이다. KBS 시청자위는 조만간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의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는 시청자위원들은 KBS의 공영성 확보를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공영방송의 공적 서비스 강화를 위해 수신료 문제의 해법을 가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KBS가 추진하고 있는 수신료 인상안은 전혀 의미가 다르다. 최근 대통령의 측근인 김진홍 목사가 “KBS2 광고분이 종편 사업자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종편 채널의 사업적 성공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노골적으로 밝혔듯이, 이번 수신료 인상안은 공영방송 강화와는 무관하게 조중동이 진출하는 종편채널에 광고를 퍼주겠다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수신료 인상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일부 시청자위원은 이런 국민적 우려를 ‘이념적, 정치적 반대’로 깎아내렸다. 시청자위원회가 특정 세력의 의견만 대변하는 곳이 아니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시청자위원들은 KBS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일반 국민들과 현격한 인식 차이를 보였다. 대부분의 시청자위원들이 KBS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KBS의 불공정 보도에 대한 사회적 질타는 ‘들어본 적 없다’는 반응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살고 있는 인사들인지 모르겠다. KBS의 공정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KBS는 줄곧 1위를 지켜왔던 신뢰도 조사에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56.2%, 전문가의 78%가 KBS의 보도가 불공정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 집단의 77%는 이전 정부와 비교해 KBS 보도의 공정성이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KBS 자체 조사에서도 KBS의 공정성이 MBC 보다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렇게 KBS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결과가 나와 있는데 KBS 시청자위원들만 ‘KBS 보도에 논란이 없다’거나 ‘방송을 잘 모르는 분들이 일면만 보고 판단한다’며 KBS 입장을 두둔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시청자의 의견을 대표하는 기구인지, KBS를 대변하는 기구인지 모를 지경이다.
이런 사태를 우려해 미디어행동은 KBS의 수신료 인상추진의 문제점과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정리해 KBS 시청자위원들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KBS 시청자위원들이 시청자를 대표하는 주체로써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수신료 결정과정에 적극 반영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KBS 시청자위원회는 이 같은 제의를 깡그리 무시한 채 가능한 한 빨리 의견서를 처리하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결국 KBS 경영진이 짜놓은 일정에 맞춰 거수기 노릇을 하겠다는 셈이다. KBS 시청자위는 지난 회의에서 고작 30분 정도 설명을 듣고, 30분 정도 토론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아이들 장난하듯 만든 의견서로는 절대 시청자의 의견을 대표할 수 없다. 이런 시청자위원회에 더 이상 무얼 기대할 수 있겠는가.
2010년 6월 23일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미디어행동)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