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3.8청소노동자 파업투쟁을 지지한다!
[3․8 청소노동자 파업투쟁 지지 여성계 및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문]
3․8 청소노동자 총파업 투쟁을 지지합니다!
103년 전 오늘, 미국 루저스 광장에서는 방직공장 여성노동자 1만 5천 여 명이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맞서 외쳤습니다.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선거권을 달라!’ 이것이 3․8 세계 여성의 날의 시작입니다.
2011년 3월 8일 서울지역 청소노동자 860여명은 ‘고령,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를 ‘유령’으로 만드는 사회적 폭력에 맞서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생활임금 보장하라!’, ‘휴게 공간 등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하라!’, ‘진짜 사장 총장이 고용과 임금을 책임져라!’ 이것이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입니다.
시민으로서 누려야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빵 대신 먼지를 마시며 일해야 했던 103년 전 미국의 방직공장 여성노동자. 보이지 않는 ‘유령’ 취급당하며, 건물의 가장 구석지고 낡은 곳에서 찬밥을 먹으며 일해야 하는 103년 후 한국 청소노동자. 세월과 국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103년 전 미국 방직공장 노동자와 103년 후 한국 청소노동자는 오늘 자신의 당연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100여 년의 세월과, 국가의 차이를 넘어 전 세계 여성 노동자를 하나로 묶는 보이지 않는 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냉혹한 권리 박탈의 현실을 넘어서고자 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멈추지 않는 ‘투쟁’입니다. 지금 우리가 조금이라도 여성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 그 권리가 확장된다면 우리는 이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에서 청소노동자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저임금과 고용불안, 인격침해의 실체를 생생하게 확인했습니다. 한 달 임금 75만원 한 달 식대 9천원, 새해 벽두에 벌어진 집단해고, 이것은 단지 홍익대 청소노동자들 만의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40만 명에 이르는 청소노동자 대다수가 이와 같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특히 용역노동자라는 굴레는 구내식당 이용은커녕, 제대로 된 휴게실 하나 없이 계단 밑, 지하실을 떠돌며 서러운 찬밥을 먹게 만들고 있습니다. 언제 짤릴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은 관리자들의 폭언도 그저 참아야 하는 일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 청소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은 바로 이 모든 불의한 것들에 대한 저항입니다.
그러나 대학당국은 지금도 ‘법적 책임’만을 이야기하며,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대학당국에 묻습니다. 대학은 사회의 가치와 정의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청소노동자들의 눈물 위에서 우리는 어떠한 정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대학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대학을 청소하고 유지하는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과 양립할 수 있습니까?
여성의 권리 신장을 이야기하는 정부와 국회에 묻습니다. 시급 4,320원의 최저임금 위에서, 법에 보장된 휴게실조차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열악한 노동조건 위에서 여성의 권리 신장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법에 근거해 대학은 용역회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용역회사는 대학을 핑계대고 있습니다. 서로의 책임 회피 속에 청소노동자와 수많은 여성 비정규직노동자의 권리는 설 곳이 없습니다. 청소노동자의 저임금과 고용불안, 열악한 노동조건은 정부와 국회가 만든 정책과 법 위에 뿌리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요구하는 청소노동자의 외침에 정부와 국회는 무어라 답할 수 있습니까?
대학도, 용역회사도, 정부도, 국회도 외면한 권리,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찾기 위해 오늘 청소노동자들이 총파업투쟁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이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수많은 시민, 학생, 네티즌이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불의한 현실을 드러내는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감히 그 수많은 이들의 지지를 대신하여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또한 우리는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단지 860여 명 만의 투쟁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40만 청소노동자들과 수많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하는 희망 메시지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청소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써내려가는 희망 메시지가 온전히 이 사회에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성의 날의 의미를 자신의 당당한 투쟁으로 전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에게 모든 이들의 경의와 연대의 마음을 담아 ‘투쟁’의 인사를 전합니다. 파업투쟁 승리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 투쟁!
2011년 3월 8일
청소노동자 파업투쟁을 지지하는 여성계 및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생생여성노동행동,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단, 인권운동단체,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전국여성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전국여성노동조합, 다함께,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인권운동사랑방, 사회진보연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민주노총 서울본부, 전국학생행진, 병원노동자 희망터, 서부비정규센터,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다산인권센터, 민주노동자연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페미니즘학교(NGA), 민변 노동위원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상 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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