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바톤터치] 감자깡의 "더 이상 참지 않겠다! 포스트잇 액션"
안녕하세요, 감자 같고 낑깡 같은 감자깡입니다.
저의 외모수난사, 그리고 누군가에게 미움 받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저의 이야기를 들어봐 주시겠어요? :)
내가 너무 미워요!
저는 거울을 보며 표정을 연습합니다. 자연스럽게 웃기, 미소 짓기 등 호감이 들 만한
표정을 강박적으로 연습합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말을 들어왔기 때문일까요?
-이제까지 들었던 외모에 대한 여러 종류 말들-
얼굴이 무기다 이건 너무 흔할 말이죠? 흐흐 “너 피부 썩었잖아”, “일본 포르노 배우 닮았다.”,
“재 코끼리 다리잖아.”, “애 낳으면 피부 좋아져! 어서 결혼해서 애 낳아”, “엉덩이가 커서 애 잘 낳겠다!”
“(모르는 사람으로 가득한 곳에서)얼굴을 보니 위장과 자궁과 생식기 쪽이 안 좋으신 것 같네요.
제 말 맞죠?”, “(무슨 행동을 할 때 마다) 그러니까 살이 안 빠지지.”등등 너무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다 말 할 수도 없습니다.
옆 사람과 비교당하는 건 다반사. 제 얼굴을 보고 어젯밤 애인하고 뭐했냐는 질문은 대체 왜 하는 건지...
놀랍게도요, 저는 저 얘기를 들으며 그냥 웃었습니다. 못 들은 척 하기도 했고요.
다른 일들로는 ‘프로불편러’ 꼬리표를 자청하던 제가, 저의 외모가 주제가 되면 아무 말도 못했기 때문에...
사이다 경험은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어딘가 숨어버리고 싶은 끔찍한 기분을 느끼며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허둥지둥 할 뿐.
어느 순간, 거울 속의 내가 너무 못나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세상사에 서투르고 실수투성이인
저를 용서하는 것이 아주 많이 힘들어 졌습니다. 제가 이 세상 속에 섞여서 살만한 괜찮은 사람인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너무 미워서 얼굴에 멍이 들도록 스스로를 학대한 적도 있고,
손등을 물어뜯어 상처를 내기도 합니다.
너무 지쳐버린 나. 말하고 싶기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기도.
그렇지만 원할 때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있다는 건 중요하잖아요.
그것이 제가 민우회를 찾아온 이유이기도 하고요. 가까운 곳에 서로를 연결해줄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동네의 페미니스트 동료들을 수소문하여 행동과 치유를 위한
모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페북에서 과천여성주의연대를 검색해주세요 :0 ㅎㅎㅎ)
지역을 기반으로 우리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함께하자고 모인 우리는 책 읽기, 영화 감상,
손노동을 통한 공부도 하고 이런저런 이벤트를 상상하고 기획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간의 경험담, 고민거리, 사회 현안, 나의 상태.
아 세상은 나를 이렇게 속 시끄럽게 만들어놓고는 내 입을 막으려고만 하다니!
더 이상 참지 않겠다! 포스트잇 액션
우리 모임의 대외적인 첫 행동을 개시했어요! 이른 아침 각자 민우회에서 받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
포스트잇을 가지고 모여 동네 번화가를 쭉 돌았어요.
경찰서 바로 옆에서 ‘아가씨 00명 항시 대기!’, ‘북창동식 어쩌고~’라고 버젓이 광고하고 있는
업소들 앞에서 우리는 치를 떨며 포스트잇으로 도배해서 다 감춰버릴까 얘기도 했고요,
성형외과 광고에 ‘외모얘기 그만 좀’을 붙이면서 제가 성형외과에서 상담 받느라 날린
10만원을 떠올리며 애도했습니다.ㅠㅠ
성역할 의 고정관념을 강요하는 광고들에는‘고조선이야 뭐야’ 포스트잇을 붙였어요.
‘혼자이긴 아까운 당신’이라고? 내가 아직 결혼하기는 좀 아깝단 생각이 든단 말예요!
마지막으로 우리는 가슴팍에 첫사람 포스트잇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저를 이끌어준 많은 첫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너의 락앤롤에 맞추어!
다시 거울을 보고 얼굴에 힘을 빼봅니다.
드러난 멍한 표정에 눈에 힘을 주기도하고 , 코를 찡그려보고,
입을 크게 벌리며 표정을 바꿔봅니다. 째려 보기도하고, 있는 힘껏 불쾌한 표정을 지어보기도 해요.
you know you're doing all right (당신들은 모두 옳으니)
so hold on to each other (그러니 서로 꼭 안고)
you gotta hold on tonight (오늘밤을 보내)
<midnight radio>_Hedwig and the Angry Inch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한밤중의 라디오 같은 따뜻한 여성주의 세상을
넓혀갈 궁리를 하며 조금씩 극복하고 있는 감자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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