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다방] 스머프가 만난 옥돌
[탐나는 다방 - 스머프가 만난 옥돌]
2014년 다섯 번째 <탐나는 다방>은 네 번째 <탐나는 다방>의 변주! 이번엔 자리를 바꾸어 스머프가 옥돌을 인터뷰했습니다.
2년 전 여름 민우회 회원이 된 옥돌은 여성주의 책읽기 소모임 ‘여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드로잉소모임 ‘그림일기’와 ‘BODY 프로젝트’ 활동도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면 소모임 활동을 세 개나 할 수 있는지 신기해하는 목소리에 “잘 해야 한다는 욕심만 버린다면 이루지 못 할 것이 없습니다. 이 모임 내용이 결국은 저 모임 내용이며 그 결과물이 또 이 모임이니 이 모임 저모임은 결국 하나이지요.”라고 답하기도 했던 옥돌도사(!)님의 n차원급 매력에 빠져보아용.
“반짝이는 옥돌을 만나다”
글 : 스머프
비가 내릴 듯 말 듯 애매한 날씨, 습하고 푹푹 찌던 지난 주, 나는 옥돌을 만났다. 빨리 인터뷰를 끝내리라, 빨리 인터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 밑에서 낮잠이나 자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옥돌을 만나자 더위가 무색하게 우리는 선정릉 주변을 한참을 걸었다. 동네에 얽힌 에피소드, 옥돌이 자주 걷는 산책길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시종일관 깔깔거렸다. 덕분에 더위 탓에 처져 있던 나의 기분도 금세 상쾌해졌다.
탐나는 다방 인터뷰어 제의를 받았을 때부터, 내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옥돌이었다. 사실 옥돌과 알게 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무색하게 우리는 이미 알던 사람처럼 친해졌다. 서로 꼭 닮았다는 여백 회원들 말처럼, 피곤하건 날이 덥건 우리는 만나면 시종일관 깔깔거렸다. 마치 자매처럼, 혹은 학교 선후배처럼, 혹은 또래 친구처럼. 이런 옥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던 건 당연지사. 손사래를 치는 옥돌을 겨우 설득해 인터뷰이 자리에 앉혔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해도 들어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옥돌에게 처음 던진 질문은 당연 ‘왜 민우회로 왔나?’였다. 별나다면 별난 옥돌이라면 민우회에 들어온 이유도 뭔가 특별하지 않을까? ‘계기? 계기가 너무 많은데?’라며 깔깔거리던 옥돌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예전에 레드 마리아라는 영화를 봤는데 말이야. 그 때 그 영화가 되게 인상적이었어, 트위터에다가 막 이런저런 후기를 썼는데 그런 말을 썼더라고. ‘내 이야기를 해도 누군가에게 지지 받을 수 있겠다. 누군가가 들어 줄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
뭔가 알쏭달쏭한 이야기. 나는 옥돌에게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말했다.
“영화 상영 때 GV가 있었는데 되게 와 닿는 얘기들이 많았어. 근데 감독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 감독한테 딸이 있대. 언젠가는 첫 경험을 하게 될 것 아냐. 그래서 딸한테 너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소중한 첫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은연중에 했대. 근데 영화를 마무리 할 때쯤 후회 했다고 하더라고. 첫 경험이라는 건 어느 날 갑자기 왔다 가는 거고 갑자기 이뤄지는 건데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하고. 우리는 항상 멋진 첫 경험 같은 걸 꿈꾸잖아. 근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자기 자존감을 많이 떨어트리게 되는 계기가 되는 거 같아. 나도 그런 자기 학대 같은 게 있었는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에 내 얘기를 누군가에게 해도 들어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항상 밝은 모습만 보았던 옥돌에게 이런 고민과 속내를 들으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나 또한 그런 순간, 혹은 생각은 없었는지 돌아보았다. 옥돌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야기를 이었다.
“사회에서 여성들에 대한 이런 틀? 그런 게 있는데, 나는 여자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분열에 대해서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았어.”
“나는 굉장히 겁이 많았던 사람 같아.”
“그런데 지금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어”
그날 GV를 계기로 옥돌은 스스로를 ‘해석’해보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돌아보고 싶은 거야?’라고 묻는 나에게 옥돌은 한사코 ‘해석’이라고 이야기 했다. 우리의 분열은 그 만큼 복잡하고 깊은 것일까. 옥돌은 스스로가 왜 그러는지, 해석해보고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옥돌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성과가 좀 있었어?’ 옥돌은 ‘음’하며 잠시 가만히 고민했다.
“있었던 것 같아. 이제는 나에 대해 조금씩 해석이 잘 돼. 예전에는 무의식적인 게 구체적이 되기도 하고, 내 안에 있는 게 더 선명하게 보이기도 하고?”
나는 옥돌에게 그 구체적이고 선명한 이야기들을 알려달라고 졸랐다.
“나는 굉장히 겁이 많았던 사람 같아. 되게 무서움이 많았던 사람 같아. 나는 말을 많이 안 하는 사람이었어. 반응도 사실 잘 안보이고. 나를 가둬둔 건 아닌데 굳이 소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어. 내가 남을 왕따 시키는 사람이었거든.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그럴 때도 문제제기를 막 못했던 것 같아. 그런데 지금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어. 굳이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았던 게 관계를 밀착시키는 것을 어려워해서 그랬던 것 같아.”
나는 지금은 그럼 옥돌이 변화한 것이냐고 물었다.
“아니, 그렇기 보단, 그런 나를 조금 더 의식하게 된 것 같아.”
“자기 인식을 넓히려면 자기 얘기를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것 같아.
그래서 여성주의가 필요한 것 아닐까?“
처음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막막하던 인터뷰가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커피를 사이에 놓고 쭈뼛쭈뼛하던 우리는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나는 옥돌에게 여성주의란 어떤 것인지를 질문했다.
“기준이나 시각이 절대적인 사람이 많은 것 같아. 근데 그 기준이라는 게 뭘 우선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너무나 그 가정, 기억, 자기가 접했던 것만 생각하는 사람을 봤거든. 자기 인식을 넓혀야 하는데, 이게 자기 얘기를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 한 것 같아. 그래서 여성주의가 필요한 것 아닐까?”
그 순간에 속으로, 와 옥돌 멋지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농담이나 주고받고, 깔깔 거리며 수다만 떨던 옥돌에게 이런 면이 있었다니. 이런 옥돌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내 질문에 옥돌은 고등학교 생활 자신을 만든 게 많다고 말했다. 억지로 참석했던 야간 자율학습시간 내내 들었던 음악들, 혹은 보았던 영화들이 지금까지 자기에게 계속 영향을 미쳤다고 그랬다.
“난 막 메탈이나 자극적인 밴드들 영향을 되게 많이 받았었어. 막 그래서 대학 때는 찢어지고 남루하고 이런 옷 입고 그랬다니까?”
남루한 옷을 입고 캠퍼스를 활보하는 옥돌을 상상하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물론 단정하게 입고 인터뷰를 하던 옥돌은, 얼핏 보기엔 그런 열정과 강렬함이 이미 지난 일인 것 같았다. 하지만 두 시간 넘게 눈을 반짝이며 삶과 여성주의, 영화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옥돌의 눈빛엔 여전히 남루한 옷을 입고 강렬한 음악을 듣던 옥돌이 남아 있었다. 오랜 시간, 민우회에서 옥돌의 이 빵빵한 기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인터뷰어 스머프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새침새침.
알면 알수록 농약같은 매력의 옥돌과 이번엔 인터뷰어로 나서준 스머프 수고하셨습니다 만세! 여섯 번째 <탐나는 다방>은 8월에 돌아오겠습니다 (불끈) 인터뷰어, 혹은 인터뷰이로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회원팀으로 연락주세요~! [email protected] / 02-737-5763 회원팀 꼬깜, 반아, 제이, 스누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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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도르 농
프랑스 가면 옥도르 농이라고 해 옥도르
농약같은 여자라...왠지 농촌의 비극이 떠올려지기도 하고..농약? 감이안와요 혜영 ㅋㅋ
옥돌과 이야기를 텄던 이태원 피자집에서의 감회가 새삼 떠올라. 지금까지 한번도 같지 않았던 느낌도. 그래서 농약같은 여자인거야!
그 사람이 사는 동네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산책하는 거 참 좋은 시간이지- 사진 이쁘게 잘 나왔다!
호호 나무를 인터뷰해봐야 겠는 걸
“자기 인식을 넓히려면 자기 얘기를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것 같아. 그래서 여성주의가 필요한 것 아닐까?" 나도 조금씩이라도 자라고 단단해지기 시작한건 내 얘기를 할 수 있었지면서 였던것 같아요. 그전엔 머릿속에 혼란과 고민만 가득했던....그리고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내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어쩌면 아무데서나 아무에게나 내 얘기를 한다는 것은 무모하고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도 하게된 것 같아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맘 놓고 할 수 있는 곳에서, 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아마도, 그래서 나는 민우회에 점철된 삶을 선택한 것일지도~~ㅋㅋㅋ
옥돌-스머프, 스머프-옥돌~ 탐나는다방 덕분에 두 분을 저도 이렇게 솔솔 알게 되어 좋아요. 더 알고 싶어지네요! 두 차례의 인터뷰 고맙습니당^^
옥도르^^ 내가 알 수없는 깊이가 느껴집니다. 옥도르를 집중탐구해 보고싶어 지내요. 함께해서 항상 즐거워요~
아이고 사진 좋다 ㅎㅎ 스머프는 언제까지 새침할꼬에요~ ? 홍홍홍
인터뷰 내용 진하게 잘 읽었어요. 옥돌의 매력에 더 빠지는 것 같아요. 옥도르옥도르
(반아) 옥돌 사진 예쁘네요 꺄르르_ 겁이 많았던 옥돌이 옥돌도사가 되기까지.. 옥돌이란 보낸 시간을 새삼 돌아보게 되네요. 옥돌의 변화 기대되어요. 락하는 옥돌의 모습도 보고 싶네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