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여성노동상담경향 분석③ 성차별 상담
올해 상담중 임신, 출산을 이유로 한 불이익, 부당한 대우, 산전후휴가 등 임신, 출산 관련 상담은 전체의 15.4%(74건)로 작년의 11.2%(47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상반기 경제위기담론에 편승해 임신, 출산을 이유로 한 성차별적 해고가 이어졌다. 일․가정 양립의 중요성은 확산되는 가운데, 임신, 출산, 양육을 하며 일하는 여성에 대한 적대적 환경과 고정관념 등은 여전해 일하는 현장에서 법정 휴가등 최소한의 권리라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지하는 담론이 필요하다.
1. 정부는 출산이 애국이라지만, 임신, 출산하면 해고!
상반기 경제위기 담론이 적극적으로 유포되면서 여성들은 일차적인 정리해고 대상이 되었다. 특히, 임신․출산을 앞둔 여성들은 산전후휴가 등 법정휴가를 사용하는 대신 일자리를 잃었다. 사례21), 사례22)는 회사가 경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하여 임신한 여성들에게 부당한 퇴사 압력을 준 사실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사례23)과 같이 회사가 어렵지 않더라도 임신, 출산은 여성을 해고하는 주된 사유가 된다. ‘임신한 사람은 고용도 안 한다’는 생각을 스스로 가지게 된 데는 끝까지 괴롭혀서 스스로 사직서를 쓰게 만드는 회사의 태도가 만든 당연한 생각이다. 임신, 출산을 사유로 한 해고통보는 명백한 성차별 해고로 형식상 ‘자진이직’이라고 하더라도 그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여성노동권을 위협하는 일차적 원인인 임신, 출산해고를 근절해야만 평등한 노동권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다.
● 사례21) 임신 3개월이다. 회사에서 25일까지만 근무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나가라고 하는 거면, 권고사직 아닌가? 회사가 어렵긴 한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임신 중인 나보고는 사직서를 쓰라고 한다. 내가 원해서 나가는 게 아닌데 왜 쓰라고 하는 건가? 이런 경우에 권고사직으로 해서 나가야 되는데 임신부기 때문에 취직도 안 되는데 너무 답답하다. 요즘 임신한 사람은 고용도 안 한다. 최근에 어떤 분은 출산하기 바로 전에 밝히고 출산휴가 받았는데, 악착같이 버텨가지고 배부른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그래도 결국 휴가 끝나고 잘렸다. (2009.3.20.)
● 사례23) 나는 임신 5개월이고 다른 동료는 임신 7개월째이다. 회사에서는 임신을 이유로 “그만두라.”고 계속 압력을 준다. “계속 다닐 것이다.” 고 말하니 “너 괴롭힘 당하다가 실업급여도 못 받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여직원들이 출산휴가를 사용한 적도, 일터로 다시 돌아온 사례가 없다. (200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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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임신/출산 여성에 대한 차별 담론 허물기!
임신, 출산, 양육을 하는 직장여성에 대한 적대 담론은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회사는 이런 고정관념에 근거해 여성들을 차별하고 결국은 일할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사례24)와 같이 육아휴직기간을 개인의 ‘혜택’으로 보는 상사와 동료들의 고정관념은 사례27)과 같이 육아시간 제도가 있는데도 스스로 사용을 꺼리게 만든다. 일찍 퇴근하는 것에 대한 눈치주기나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사용 후 복귀한 여성들에 대한 업무배제, 책상빼기, 컴퓨터 제거 등은 이런 맥락에서 반복되는 행위이다. 사례25)와 사례26)도 임신한 여성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보여준다. 회사는‘일을 마음대로 못 시킨다’, ‘윗분들이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를 통보한다. 보다 많은 여성이 평등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을 양립을 위한 육아휴직, 육아시간, 직장보육시설 등의 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사, 상사, 동료 등이 임신, 출산, 양육하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적대적 담론을 권리담론으로 전환해야 가능하다.
● 사례24) 우리 회사는 연초 목표에 대한 성과등급에 따라 성과급여와 연봉인상율을 결정합니다. 팀원 간 상대평가로 A,B,C를 일정 비율로 부여하도록 되어 있죠. 저는 3개월 산전후휴가, 4개월 육아휴직을 했고 결론적으론 올해 5개월 근무했습니다. 저는 4개월 근무기간 동안 최대의 성과를 냈으므로 A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보는데, 팀장님은 4개월의 성과로 A를 주게 되면 12개월 근무한 자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줄 수 없다고 하시네요. 또 육아휴직은 어떤 측면에서 타 팀원에 비해 ‘혜택’이 아니냐고 반문합니다.(2009.1.2.)
● 사례25) 임신6개월째 접어든 예비 엄마입니다. 오늘 6월 말까지 하고 그만두라는 말을 이사님께 들었습니다. 9월까지 하고 출산휴가까지만 받게 해달라고 했지만 6월 말까지만하고 나가라는 말뿐이었습니다. 권고사직의 이유는 임신했기 때문에 일을 맘대로 못시키겠다는 겁니다. 임신한 거 알면서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워댄 사장이 한말이라곤 믿어지지 않습니다. 회사가 일본사람들이 자주 찾는 편입니다. 임신하기 전에는 손님 오면 술자리를 하면서 통역도 해주고 했는데 술자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009.6.11.)
● 사례27)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데 육아시간제도가 있는데도 못 쓰고 정시에 출근하고 있다. 교무부장이 행정실 앞에서 출근시간 체크한다. “육아시간 쓸 거면 그만둬야지!” 라고 하면서 말이다. 하루 한 시간 일찍 퇴근하거나 늦게 퇴근하거나 하는 게 육아시간 제도인데 우리 행정실 다른 직원도 나도 육아시간을 안 쓰기로 했다. 갓난아이를 어린이 집에 맡기고 출근하는 심정이 말이 아니다. (200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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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제위기, 일자리 부족 ‘여자 역할’을 잘해라?
경제위기 담론 속에서 여성들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여성성’을 요구받았다. 사례28)은 극심한 고용불안 속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여자’로서 역할을 잘하느냐가 고용을 유지하는 요인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시간외 근무를 하는 것 외에도 여성들은 술자리 참석, 안마하기 등의 성적인 접대 요구에도 부응하고자 노력하는 내면의 갈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례29)에서는 순종적이고 친절한 여성에 대한 역할기대가 상사의 발언을 통해 잘 드러난다. ‘사무실의 꽃’으로서의 역할이란 결국,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발현하는 것이다. 외모와 용모에 대한 평가기준을 고객서비스의 한 항목으로 평가하는 것도 이러한 경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 사례28) 12월말부터 과장이 성적인 접대를 기대했지만 도망 다녔습니다. 음담패설은 기본이고 여사원을 ‘아가씨’라고 부릅니다. 외모로 평가하고 남자친구 유무를 물어보기도 하고요. 각 부서에 한두 명 씩 파견여사원이 있는데 이 파견직 여사원들한테 안마를 요구하기도 하고 ‘여자’로서의 서비스를 기대합니다. 불경기에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 버텼습니다. 수당 없이 시간외 근무를 하기도 했고 밤 11시까지 남아서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소위 '여자'역할도 나름대로 한다고 사무시간에 빵도 사다주고 술도 마셔주고 노력하는 시늉을 했습니다.(2009.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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