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나를 매혹시킨 여성학자" 2강 정희진-사라 러딕
5월 29일 화요일 저녁,
여성주의 고전읽기 강좌 [나를 매혹시킨 여성학자] 두 번째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열정적인 강사님의 강의에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60여명의 참가자들이 열띤 표정으로 함께하였습니다^^
정희진 강사님은 사라 러딕의 <모성적 사유>에 대한 무성한 오해들 속에서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염두해야할 전제를 짚어주셨어요. 구구절절 페미니스트 유머^^를 구사하시며, 치열한 사유와 풍성한 예시들을 종횡무진 들려주셨습니다.
아래는 청정 님의 후기 입니다 :D
나의 오독과 오해가 확인되는 충격 속에서
청정
사라 러딕의 『모성적 사유』...도서관에 가는 인편에 부탁해서 책을 빌렸다. 금쪽같은 내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틈틈이 읽었다. 알 수 있는 부분은 알고 모르겠는 부분은 모르는 채, 책을 미리 읽었다는 자부심에 모범생이 된 기분으로 강의 장소로 향했다. 정희진선생님께서는 일찍부터 오셔서 책을 읽고 계셨다. 강의실은 금세 꽉 찼고 “사라 러딕의 이 책은 어렵다. 사라 러딕을 성역할고정론으로 읽는 것은 가장 큰 오독이며 오해다.”는 말로 강의는 시작되었다. 순간 1000톤짜리 해머로 머리를 맞는 충격... 내 머릿속은 백지가 되었다. 내가 사라 러딕의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성역할고정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라 러딕의 『모성적 사유』를 주제로 한 두 번째 강의는 나를 오독과 오해의 충격 속으로 밀어 넣었다.
강의는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정희진선생님 특유의 속사포 언설과 다수의 학자, 다양한 사례를 통한 명쾌한 강의 내용은 강의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게 했다. 정체성의 정치가 페미니즘의 시작이며 페미니즘은 인식론이라는 등의 페미니즘에 대한 개요부터 비트켄슈타인, 하버마스, 캐롤 길리건 등 사라 러딕을 이해하기 위한 필요한 전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는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 챙겨서 고민해야 할 것들에 대해 알게 했다. 사라 러딕이 거론한 ‘모성적 관행’이라는 어휘적 의미부터 번역과정 속에서 달라질 수 있는 뉘앙스, 그로인해 변질될 수 있는 의미, 그리고 젠더 관점까지 나의 독서 결과가 철저하게 오독과 오해였음을 확인시켜주는 강의 내용 속에서 내 눈과 귀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미리 책을 읽고 뿌듯해하던 ‘나’는 없어지고 오독과 오해를 확인한 충격 속에 헤매는 ‘나’만 남아 있었다. 앞선 강의에서 뛰어난 글재주를 가진 페미니스트, 여성들과 사랑을 하고 동지애를 나눈 페미니스트에 대해 알게 되었다면 이번 강의에서는 나의 선입견과 정형화된 사고로 인해 ‘모성’, ‘보살핌’ 등에 대해 너무 협소하게 파악하고 있는 나에 대해 다시 인식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남성다운 행위를 하다 보니 남성이 된 것이고 여성다운 행위를 하다 보니 여성이 된 것이라고 설명하는 사라 러딕,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의를 통해 행위와 행위자(본질적 정체성)의 무관함 그리고 공적영역을 움직이는 원리에 mothering을 추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 『모성적 사유』 책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면서 이 책이 어렵다는 말도 같이 이해되는 시간이었다.
누가 그렇게 말했다. 여성주의에 대해서 알게 되면 곧 새로운 세상이 보이지만 바로 사는 게 불편해진다고... 나도 그랬었다. 그리고 불편함은 현재에도 진행 중에 있다. 그런 나의 불편함에 대한 위로(?) 받을 수 있는 자리가 여성주의 강좌였다. 그러나 페미니스트이건 페미니스트가 아니건 여성주의에 대한 강의를 만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여성주의에 대해서는 언제나 목마르며 여성주의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여성주의 강좌를 찾고 신청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두 번의 ‘여성주의 고전읽기’ 강좌가 지나갔다. 세 번째 강좌에서는 어떤 감동과 충격을 주려나...자그마한 기대 속에서 세 번째 강좌를 기다린다. |
1강, 2강, 강좌를 열고 닫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 함께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든답니다. 마지막 강좌까지 신청은 계속 가능하니 주변에도 많이 알려 주세요:D
이제 민우회 여성주의 고전읽기 강좌 [나를 매혹시킨 여성학자] 남은 강좌는 3, 4, 5강!
6/5 김고연주- 캐슬린 배리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6/12 전혜은- 주디스 버틀러 <Bodies That Matter(중요한/물질인 몸)
6/19 전희경- 시몬느 드 보부아르 <노년>
남은 강좌도 기대가 됩니다^^ 다음 강좌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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