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나를 매혹시킨 여성학자" 3강 김고연주-캐슬린 배리
여성주의 고전읽기 강좌 [나를 매혹시킨 여성학자]- 세 번째 강좌가 6월 첫 화요일에 열렸습니다.
이번엔 김고연주 강사님께서 들려주시는 여성주의 고전, 캐슬린 배리의 <섹슈얼리티의 매춘화>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김고연주 님께서는 책의 주요한 구절들뿐만 아니라 그 책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 책의 현재적 의미 등등까지 꼼꼼하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어요. 강의에 뒤이은 질문답변 시간엔 강사님과 참여자분들의 보다 생생한 고민들도 들을 수 있었답니다.
이번에도 많은 분들이 늦은 시각까지 함께해 주셨습니다. :-)
아래는 3강을 듣고 토리 님이 써주신 글이에요:-)
‘나를 매혹시킨 여성학자’ 3강 후기
토리(@treehuman) 여성학자들의 삶과 이론의 배경을 따라가다 보면 수많은 여성들의 삶과 싸움의 결과들 속에서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역사는 반드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진화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미국에서 살아온 학자의 문제의식을 내가 있는 이 사회에도 시간과 장소의 경계에 상관없이 적용시킬 수 있음에 여성범주의 공통된 삶의 문제들을 느낀다. ‘나를 매혹시킨 여성학자’ 강의 세 번째 시간에는 김고연주 선생님이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를 중심으로 캐슬린배리를 소개했다. 캐슬린배리는 성매매문제를 여성운동의 핵심의제로 제기하며 성매매근절주의 이론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대표적인 학자이다. ‘여성이 참정권을 얻은 순간부터 여성운동은 죽어가기 시작했다’는 그의 말은 제도화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결과의 한계를 고민하고있는 여성운동가들에게 시사점을 준다. ‘성매매 특별법(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정과 관련하여 여성주의자들은 성매매 현장에 있는 성판매 여성들의 주체성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논쟁해왔다. 성매매 담론에 대한 입장에 상관없이 성매매에 대한 새로운 사고는 남성중심 문화와 담론들을 낙후시키는데 맥락을 같이한다. 하지만 성매매 피해자와 성노동자라는 두 가지 명명 사이에 놓인 여성들의 경험을 설명하는데 가장 단단한 사회적 담론은 여전히 ‘창녀’라는 명명과 편견으로 이루어져 있다. 운동이 무엇이고 실천이 무엇일까 계속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성매매를 자본주의와 성별권력의 문제라고 봤을 때, 실제 성매매 특별법이 성매수를 원하는 ‘남성’들(수요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효과가 있는가는 알 수 없다. 추측컨대 성매수를 하고 싶지만 경로를 알지 못해서 포기하는 남성은 없을 것이다. 캐슬린배리의 이야기에 따르면 여성들은 남성중심 사회 안에서 ‘결국 섹스로 환원되고 착취되는’ 삶을 살아간다. 예스럽고 재미없는 성별이분법적 사고는 여전히 다양하게 변형되어 삶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어떤 새로운 이론과 라이프스타일이 등장하더라도 그것은 착시효과이고 변형된 모습일 뿐 젠더체계는 그대로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경제력을 갖춘 여성 인물들이 대중에게 매력적인 존재가 되려면 ‘성적’존재로 소환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남성에게 위협적이지 않고 모두에게 낯설지 않은 인물이 된다. 여성들은 결국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강의 참여자들은 강의가 끝난 후 성매매와 여성주체성(행위성)에 대한 고민들을 이야기했고 김고연주 선생님은 성매매 근절주의에 적극 동의한다고 해도 누구도 성판매 여성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부정하여 말할 순 없다는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참여자 질문을 들으며 여성의 행위성과 주체성을 논하는 것은 젠더체계의 문제를 논하는 것과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노동과 반성매매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는 것이 편치 않은 이유이다. 자신의 성별을 이유로 폭력을 경험해선 안 되며, 누구나 충분한 자기 돌봄과 성장의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은 모든 여성주의자들이 바라는 인간 삶의 모습일 것이다. 이제 두 번 남은 강의들에서 이런 삶의 아이디어를 더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다음 강의에는 이름만 떠올려도 마음이 좋아지는 버틀러가 등장한다. 다시 버틀러의 삶과 그의 이론으로 들어가서, 내 운동과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일주일 후가 기다려진다. |
앞서 존재했던 여성주의자들의 삶/실천에 지금의 나를 연결짓는 일은, 내가 놓고 있던 고민을 다시 상기시키고 다시 동력과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습니다. 때론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기도 하지만요.^^
민우회의 여성주의 고전읽기강좌 [나를 매혹시킨 여성학자], 이제 4강과 5강- 두 번 남았습니다!
4강 6/12 전혜은 - 주디스 버틀러 <Bodies That Matter(중요한/물질인 몸)>
5강 6/19 전희경 - 시몬느 드 보부아르 <노년>
계속해서 많은 분들과 함께하길 바랍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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