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피임약 재분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아주 뜨거운 논란, 피임약 재분류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 의약품 재분류 안을 발표한 이후로 그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피임약'에 대한 논쟁과 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식약청이 발표한 안에 의하면 기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던 사전경구피임약을 전문의약품(병원처방)으로, 병원처방이 필요했던 사후응급피임약에 대해서는 일반의약품(약국판매)하도록 하였는데요.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응급피임약의 약국판매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사전에 규칙적으로 매일 한알씩 복용해야 하는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려는 안에 황당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단순히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부작용'만 가지고 재분류를 했다고 하는 식약청은 약이 단순히 효과성으로 복용되지만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걸까요?
여하튼, 그리하여 민우회를 비롯한 다양한 여성단체, 대학단위, 개별참가자 등이 6월 15일 11시, 보건복지부 앞에 모여 "사전 경구피임약, 사후 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분류와 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 및 의료접근권을 고려한 의료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사전 경구피임약, 사후 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분류와 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 및 의료접근권을 고려한 의료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일시 : 2012년 6월 15일(금) 오전 11시 •장소 : 보건복지부 앞
* 사회 : 란희(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 발언 :
여경鏡(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
송은정(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여성부장)
황지성(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쥬리(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
문계린(경구피임약 전문의약품 전환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 제안자)
* 기자회견문 낭독 :
나영(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사무국장)
두나(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
아주아주 뜨겁기는 하지만 이 안을 둘러싼 의사-약사 간 논쟁과 식약청의 해명, 미디어에서 양산해내고 있는 논조들은 그 어디에서도 진정 여성의 삶과 건강을 위한 의료 체계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태도는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지 않나 싶습니다.
2. [공청회] '피임제 재분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같은날 15일 3시에는 식약청에서 주관하는 공청회가 한국화재보험협회 강당에서 있었는데요. 민우회 김인숙대표님이 토론자로 참여하셨습니다. 한시간 전부터 종교관련 단체분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셨는데요. 그들의 입장은 아래 사진 피켓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여하튼 이렇게 가득찬 정부 공청회는 처음 보는 듯 했습니다-_- 기자회견을 마치고 공청회 자리에 다시 모인 우리들은 자석이 모자라 통로에 서서 공청회 전에 피켓팅을 하였는데 사진이 없네요. 여튼, 피켓팅으로 서로의 입장차이를 아주아주 확실히 확인한 후 공청회는 시작되었습니다.
"피임제 재분류(안)에 관한 공청회"
•일시: 2012년 6월 15일(금) 14:30~17:40 •장소: 한국화재보험협회 강당
* 발제 : 피임제 재분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선희 (식약청 의약품심사부장)
* 지정토론 : 조재국 (한의학정책연구원 원장) 강인숙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생명위원) 김대업 (대한약사회 부회장) 김영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인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회장) 양선희 (중앙일보 논설위원) 정승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 최안나 (대한의사협회/대한산부인과학회 청소년건강위원회·정책위원회 위원) 최정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홍석영 (한국생명윤리학회 윤리위원장/경상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이명숙 (대한변호사협회/법무법인 나·우리 대표변호사)
김인숙 대표님 발제문은 첨부파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이번 공청회의 토론자는 12명이나 됐었는데요. 워낙 신청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예상을 초과했다고 합니다. 토론이 이뤄지기에는 토론자가 너무 많기도 했고, 종합토론에서도 '응급피임약뿐만 아니라 루프도 낙태다'라고 주장하는 의견과 '낙태는 강아지도 안한다'는 피켓을 들고 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이 성문란을 가져온다는 주장만을 계속적으로 하시느라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렇게 한 번의 공청회로 의견수렴을 끝내지는 않겠지요?
모두다 여성건강을 이야기하는데 공허한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인숙대표님의 말처럼 "우리의 삶이 그렇듯, 피임제의 선택은 과학적 판단이나, 인체 안정성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텐데요. 정부가 진정 여성들의 건강을 우려한다면 모든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스스로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경구피임약과 사후 응급피임약을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허용하여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마무리로 1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외쳤던 요구사항을 적어봅니다.
<우리의 요구> -경구피임약과 사후 응급피임약을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허용하여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라! -여성들이 피임약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피임약에 대한 정보와 복약 안내를 의무화하라!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자유롭게 이용하며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과 의료 복지 확대, 의료 시스템 개편 방안을 마련하라! -피임과 임신, 출산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성교육 대중화 정책을 마련하라! |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