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나를 매혹시킨 여성학자" 5강 전희경-시몬 드 보봐르
여성주의 고전읽기 강좌 <나를 매혹시킨 여성학자> 다섯 번째 강좌가 진행되었습니다.
6월 19일 저녁, 마지막 강좌인 5강에서는 전희경 님이 시몬느 드 보부아르, 그리고 그녀의 저작 <노년>에 대해 강의해주셨어요.
마지막 강의는 특별히, 민우회의 훌륭하고 소중한 회원 빠른거북이 님이 열었습니다. :-)
이어서 강의:-)
전희경 강사님께서는 보봐르의 실천적 행보- 낙태권 운동, 반성폭력 운동, 급진 페미니즘 잡지 편집장 역임 등- 와 보봐르 이론이 위치한 시대적 배경을 꼼꼼하고 생생하게 소개해 주셨습니다.
여성 참정권이 확보된 지 고작 5년 후, 여성은 남편 동의 없이 은행 계좌도 개설할 수 없었던 시대에 쓰인 <제 2의 성>은 정말 문제작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젊음의 에너지가 들끓던-.- 68혁명 2년 뒤에 쓰인 <노년>의 파장은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고요. 저(제이)는 젊은 여성들과 여성의 권리를 위해 함께 투쟁하면서 계속해서 자신을 성찰하고 수정하고 또 그것을 발언했던 보봐르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참.. 어째 (5명 다들) 그토록 똑똑하시면서 멋지기까지 하셨나요..ㅎ
"보편적 늙음은 없다. ...노년은 단지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문화적 현상이기도 하다."
"노인은 실천, 즉 행동이 아닌 존재로 규정된다."
보봐르는 <제 2의 성>에서 여성에 대해 논할 때도 주요하게 적용되었던 反생물학주의를 <노년>에서도 견지하고 있었어요. 여성과 노인이 자꾸 비슷하게 또 다르게 겹쳐 떠오르면서, 여성뿐만 아니라 노인(의 삶)에 대한 '정치적'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구나 싶었습니다.
<제2의 성>이라는 기념비적인 여성학책을 썼던 보봐르뿐만 아니라, 선배 여성주의 활동가이자 나이듦에 대해 최초로 심도 깊은 연구 저작을 남긴 여성학자 보봐르를 새롭게 만나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래는 면진 님의 후기입니다.:D
여성주의 고전읽기 ‘나를 매혹시킨 여성학자’ 5강 후기 - 시몬 드 보부아르, <노년> -
면진
바쁘다는, 약속이 겹쳤다는 핑계로 1강, 2강, 3강, 4강 모두 참여하지 못했던 열독! 그래도 보부아르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5강은 가서 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이름 모를 의무감에 지방출장을 다녀온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문턱 없는 밥집’ 교육장으로 향했다. 강의 시작 10분전, 이미 빼곡히 앉아 있는 멋진 여성주의자들! 군데군데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리에 앉았다. 빠른거북이님의 소개로 시작된 강의는 전희경님 특유의 입담과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
<노년>의 주요 내용 중에서도 보부아르가 제시한 ‘상황성’은, 그동안 보부아르가 비판받은 지점들, 혹은 그 당시 실존주의 철학에 대한 한계들을 보충설명하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이것은 바로 인간의 상황이 외면성(그 상황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가)과 내면성(주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 초월해 나가는가)의 변증법 속에서 고찰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나이듦’ 역시 그 사람의 계급과 직종과 같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본질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를 뛰어 넘는 제3섹터로서의 페미니즘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보부아르는 <제2의성>이라는 저작과 샤르트르와의 계약결혼 스토리로 워낙 유명하지만, 그 외 저작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강의를 통해 새로운 저작을 알게 되어 참 기뻤고, 그동안 간과하고 살았던 ‘나이듦’에 대한 단상들이 ‘아차!’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민우회에는 왜 노인회원이 없을까’, ‘나에게도 할머니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듦을 넘어 여성의 죽음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해보고 싶다’는 생각들. 그리고 <노년>이 쓰여진 배경과는 달리, 현대 한국사회는 자본주의와 유교문화가 결합하여 자본을 획득한 남성노인들은 오히려 젊은 여성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마르크스나 프로이트 같은 남성 학자들의 학문은 계보별로 정리하여 파고들어 공부하곤 하는데, 왜 여성학자들의 계보와 학파는 뚜렷하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이는 바로 남성 중심 학문과 같은 커뮤니티가 없기 때문이다. 전희경 님 말처럼, 지금 우리부터 서로 긴 인생의 목격자가 되어주고 페미니스트들의 독자가 되어주며 공부를 하는 건 어떨까. 그렇게 기억하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만 페미니즘 학문과 운동의 비약적 발전이 있지 않을까? ‘고전은 그것을 계속해서 읽고 인용하는 커뮤니티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전희경님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
이로써 매주 2명, 총 10명의 여성학자들을 만날 수 있었던 5주의 시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전희경 님은 강의를 닫으시며, 여성들이 긴 시간동안 서로의 삶에 함께하면서 연대하고, 서로를, 앞선 여성들을 같이 기억하는 일에 대해 (감동적으로ㅜ) 말씀해주셨어요.
이번 민우회 고전읽기 강좌도 어느순간 누군가들에게는, 많은 여성들을 이어주고 엮어주었던 자리였기를, 앞으로의 삶을 함께하기위한 힘을 보태주었던 자리였기를 바랍니다:-)
<나를 매혹시킨 여성학자> 후속모임이 꾸려집니다. 한 번의 강의로 넘어가기엔 아쉬운 책들이었죠. 같이 읽어봐요! 우선 1강때 다뤘던 아드리앤 리치의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를 함께 읽을 예정입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02-737-5763(민우회 교육팀/제이, 폴)로 전화주시거나, [email protected] 로 메일 주시면 됩니다. 문의 전화도 환영합니다> < 참여 신청은 6월 28일까지 해주세요! 첫 모임은 7월 3일, 저녁 7시 30분 민우회 사무실입니다. 첫모임까지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 1,2장을 읽어오기로 해요! 강좌의 좋은 기운을 이어받아, 같이 모여 열공도 하고 얘기도 하는 재밌는 모임이 이어져나가길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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