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복지 의제발굴 프로젝트]릴레이수다회2<건강>후기
릴레이 수다회 |
10/년/뒤 한/국/여/성/의 행/복/을/상/상/하/다 [성평등복지 의제발굴 프로젝트] | |
#2 "여자다워지느라 아프다 : 우리를 압박하는 모델과 마네킹, 변화는 정말 불가능할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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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7월 10일 저녁 ■ 암호명 : 다/시/쓰/는 여성건강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11명의 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각자의 경험에서 출발한 다른 이야기들이 여성건강에 대한 사회안전망이라는 한가지 바램으로 모아졌던 자리.
11명의 생생한 목소리들과 참가자 데조로의 비장한 후기를 전합니다. |
2012년 7월 10일 저녁 7:30 ~ 10:30 그날의 이야기들
"자궁이나 유방처럼, 여성 특정적인 신체질병만이 여성건강 문제로 이야기된다. 하지만 여자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건강 문제에는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가사노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등 노동하면서 겪는 문제, 결혼과 연애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예뻐지느라, 그리고 늙지 않으려고 겪는 문제들도 있다. 사실 이런 것들이 훨씬 더 많은 여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건강 문제인 것 같은데. 하지만 이런건 하나도 건강 문제로 다뤄지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성공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뭔가를 계속 참는 경험이고, 더구나 허기는 몸에서는 생명과 직결된 신호로 받아들일 텐데, 몸에도 마음에도 어떤 식으로든 무리, 후유증이 더 큰 게 아닐까? 여성들 사이에서 폭식증이나 거식증 같은 음식과 관련한 정서적인 증상이 늘고 있는 게 그래서가 아닐까."
"좀 통통한 중학교 2학년 조카가 다이어트한다고 밥을 안먹기 시작하더니, 그 후로 한 2년 동안 시원하게 밥 먹는 걸 못봤어요. 그러다가 그 조카가 위내시경 해봤더니 위벽이 위산에 노출되서 위벽 전체가 오돌토돌."
"성형정보 프로도 부작용에 대한 정보는 없고, 이거하면 다 예뻐질거라고 말하는데. 한참 지나서 보면 시사고발프로에서 이런 피해사례가 있다고 나오잖아요. 그게 무슨 소용이냐구요. 성형수술 광고가 예전엔 주로 비포애프터였는데, 요즘엔 재수술 광고가 많아요. 성형수술이 잘못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증거거든요."
"여성건강 검색하면 다이어트 성형이 뜨잖아요. 사실 20대 여성 저체중, 60대 빈곤층 여성 비만 증가같은 불균형이 더 큰 여성건강문제인데. 이런 건 정책적인 대책이 필요한 거 잖아요."
"여자들이 근육이 없어서 가장 쉽게 걸리는 병이 골다공증. 그리고 근육이 있어야 체력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근데 여자들은 타고난 종아리 근육도 제거하는 분위기니까."
"나이든 여성들 건강을 챙겨주는 건 두가지라고 생각해요. 식습관이랑 운동. 근데 주름 얘기와 주름 관련 상품만 많죠."
"사실 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 참 이상해요. 에이징을 안티하다니. 웰 에이징이어야 하지 않나?"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허용하는 몸생김새라는 것이 있다. 여자들은 일상적으로 이것을 체감한다. 그걸 몸규범이라고 한다면, 몸규범은 그걸 따르는 과정에서 오히려 여성의 건강을 후퇴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스스로 그 몸규범을 추구하게 하는 환경들이 있다. 여성 건강권을 사회적으로 보장하려면, 국가가 이런 환경들에 대해 정책적으로 한계를 설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다양한 몸, 변화하는 몸을 수용하는 사회가 되도록."
"한국에선 모두 20대 초반 여성의 몸을 쫓잖아요. 여중생도 20대 초반처럼 옷을 입고 화장하고 머리하고, 30대와 40대는 주름 없애고 날씬해지려고하고. 여자 몸은 그냥 20대 초반뿐인 거예요."
"남자는 식스팩 여자는 에스라인. 이걸 원하잖아요. 남자 몸에 대한 기대와 여자 몸에 대한 기대가 다르죠. 에스라인은 손잡이처럼 손에 잡히기 쉬운 몸이에요."
"미용제품 비교 프로그램들은 '여성들이여 당신도 관리를 하면 예뻐질 수 있다. 우리가 당신을 도와주겠다'고 하잖아요. 근데 아이러니 한건 그래서 여성들이 해야할게 더 많아졌거든요. 제모제품들이 등장하면서 요샌 겨드랑이 털만이 아니라 팔 다리 털도 여성적이려면 관리해야 하는 부위가 돼가고 있어요. 그게 함정인 것 같아요. 정보를 주지만, 그 정보가 사실 표준화된 몸이 되어야 한다는 불안을 만들어 내는거."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이십대 초반 여학생들과 실험을 한 적이 있어요. 일주일간 외모에 대한 코멘트를 몇번이나 하는지 세어 보는 거였는데, 한 여학생이 하루하고는 너무 충격을 받아서 못 했데요. 자기가 하룻에 86번 정도 외모에 대한 코멘트를 하더라는 거예요. 예쁘네, 화장이 떴네, 등등."
"사람들이랑 TV를 보는데 나이든 남자배우 보고는 잘 늙었다, 멋있다 그래요. 근데 여자배우가 주름진 얼굴로 나오면 자기관리가 안된다며 흠을 잡기 시작. 근데 또 나이들었는데도 얼굴이 팽팽하면 아휴 얼굴을 저렇게 당겨가지고 어쩌고 운운. 그럼 도대체 여자는 어떻게 늙으란 말인지."
"양악 수술을 한 여성 100명이 나온 프로를 본 적이 있는데, 하는 이야기가 정말 죽을만큼 아팠다고. 근데 울면서 그 이야기를 하면서도 다시 선택하라고 한다면 또 하겠다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죽을만큼 아픈데 그걸 감수하겠다는 건, 그 이상의 사회적인 압박을 느낀다는 반증인거 잖아요."
"여성들이 몸규범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여성 개인의 능력이나 인격, 취향에서는 찾기 어렵다. 이것은 우리가 스스로를 얼마나 건강할 수 있게 하는 환경에 처해있는 가에 대한 문제이고, 그 환경은 정책으로 만들수 있는 것이다."
"리얼리티 다이어트 프로에서 고도 비만 여성들을 혹독하게 운동시키는 걸 봤는데, 그런 식으로 운동을 했다간 생명이 위협받을 수도 있거든요. 분명히 근육이나 뼈에 실금이 다 가있을 거예요. 그런 위험한 장면을 계속 보여주는데, 전문가의 도움없이 함부로 따라하지 말라는 안내멘트라도 자막으로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정보가 불균형해요. 성형하면 어떻게 달라질 지에 대한 정보는 굉장히 디테일한데, 부작용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거나 너무 공포스럽게 보여줘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거나. 균형있는 건강 정보를 생산하는 것 자체가 정책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올해 초에 영국에서 케이트윈슬렛이 찍은 에스티로더 광고가 방송 금지 조치를 받았어요. 그 이유가 포토샵을 심하게 한 광고라서 국민들이 잘못된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거였고요."
"아르헨티나에는 법이 있데요. 모든 옷가게에 유행하는 사이즈만이 아니라 모든 사이즈를 갖다 놓게하는. 여성들이 옷사이즈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하기 위해서."
"여자의 나이든 몸은 아예 매체에 잘 등장하질 않아요. 메인 뉴스에서도 여자 앵커는 항상 젊고 예쁘잖아요. 나이든 여성이 메인뉴스 앵커하는 걸 볼 수 있다면 여자들이 젋은 몸으로 표준화되는 이 분위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꺼라 생각해요."
내 키보다 더 큰,
부리부리하게 커진 눈으로 날 쳐다보는 사진으로부터 도망치다시피 지하철을 탔는데,
지상으로 나가는 복도에,
잘라지고, 쪼그라지고, 무성해지거나 민둥해진 몸의 조각들을 지나 버스를 탔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살고 있는 걸까?
이곳은 내 남은 지방을 돈을 들여 클리닉에 맡기는 나라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우리가 건강할 권리는
멀쩡한 사람(특히 여자)을 자꾸 루저로 낙인찍어 절망을 주고,
by 데조로 | |
* 릴레이 수다회는 8월까지 계속됩니다. 이어지는 후기들도 기대해 주세요. 수다회의 자세한 내용은 성평등복지 의제 연구 과정에 반영되며 연구 결과는 하반기에 예정된 토론회에서 공개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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