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민우여성학교 <민주주의와 여성정치>
어쨌든 최초로 여성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이번 대선.
'(여자대통령으로) 여권신장'이니 '대한민국남자'니 하는 말들이 선전되는 걸 보며 착잡해지곤 하셨죠.
저는(제이) '너는 여성주의자니까 여자대통령을 지지하겠네'라고 묻는 지인의,
그것이 농담이나 비꼼이 아니라 진심어린 추측임을 알려주는 천진한 눈동자에 잠시 어질, 하기도 했는데요.
바로 이런 지금, 민우회는 지난 10월 16일,
민우여성학교 <생각의 채널을 돌려라> 중 권김현영 님 강의 <민주주의와 여성정치>를 통해
'여성과 정치'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생각을 정돈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강의 내용은 살짝, 참가자 이난의 후기로 공유하고자 합니다.
<민주주의와 여성정치> 강의 후기 _이난
최근의 어떤 대화 중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금 오그라들지만, 이건 비교적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소수자를 이해하는 사람이요.” 그러나 이어지는 “그럼 대선 후보 중 누구를 뽑고 싶어요?”라는 질문에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더라 하는 이야기다. 선거는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지만, 선택할 수 있는 ‘명분’만이라도 달라구, 싶은 마음이 자꾸 드는 요즘. 정치에 대한 나의 이런 피로감, 혹은 밑도 끝도 없는 불신을 어떻게 설명해내야 할까. 민우회의 ‘민주주의와 여성정치’ 강의는 이런 ‘닥치고 투표’할 수 없는 막막함을 안고 찾아간 자리였다. 나의 마음을 가장 건드렸던 이야기 중 하나는, ‘광장’에 나온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촛불소녀’, ‘삼국카페’, ‘유모차 부대’들로 일컬어지는,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여자들을 기억한다. 그동안 가장 ‘비정치적이었던’ 존재들이 외쳤던, ‘정치’일 수 없었던 영역을 ‘광장’이라는 정치적인 공간으로 끌고 나왔던 순간. ‘정치의 장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 정권 그 자체가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것을 말했던’ 사건이었다는 설명에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나 정치가 삶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되는 그 ‘정치적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다시 ‘정권교체’라는 협소한 욕망으로 수렴되었다는 부분에서도. 그래서 여성들의 정치적 욕망에 대해서 섬세하게 살피는 작업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니까 여자 뽑(아야)겠지’, ‘여자들은 얼굴 보고 뽑는다’ 수준의 언설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런 식으로 여성의 정치적 판단 능력에 대한 평가 절하가 계속되는 한, 결국 여성들의 정치적 욕망에 대해서 분석하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부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결국 변화를 기도하는 그 어떤 정치적 기획도 같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강의의 끝무렵, ‘약자를 대표하는 것이 보편을 대표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들었을 때, 정말 마음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런 이유였으리라. |
이날 강의의 강의안은 이런 글귀로 마무리되었어요.
'여자의 정치적 대표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한명의 여자대통령이 아니라
“여자들의 정치적 판단능력이 여성 개인들에게 있다”는 것을 공공의 상식으로 만드는 동시에,
여성들간의 차이가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것이 되도록 하는 기획일 것.'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강의 곳곳에 웃음 포인트가 깨알같이 박혀 있었답니다 : )
여성들을 위한, 그리고 그럼으로써 모두를 위한 정치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제 정말 대선날이 성큼성큼.
선거 승리를 위한 구호 속에 우리들의 삶이 묻히지 않기를,
여성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치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교육후기를 마칩니다> < (10/30 민우회에서 준비한 성평등복지 의제발표 토론회 놓치지 마시길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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