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민우회원액션데이: 재능교육 노동자와 함께한 촛불집회&연극
2월 14일 7시 30분 혜화동 재능본사 앞에서 촛불 집회 겸 기도회가 열렸습니다.
민우회에서는 바람, 폴, 민트, 제이, 눈사람, 여경과 하나, 승짱, 귄 님이 함께 했어요.
종탑농성중인 혜화동 성당과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촛불을 들었습니다.
종탑 위 오수영, 여민희 동지들의 조그만 실루엣을 보고 있자니,
지난 밤 따끈했던 이부자리가 괜시리 생각나더라고요.
승짱 님은 다소(소모임)의 마음이 담긴 모금봉투를 현장에서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연극을 보기 위해 일찍 나서는 발걸음조차 무거웠던 그날.
하지만 우리는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인 그들의 이야기를.
아래는 함께 집회 참석 후 연극을 관람한 귄 님의 후기입니다.
아름다운 동행
귄
혜화역 1번 출구로 나가 동성고를 지나 길을 건너면 촛불을 들고 모여 앉은 이들이 보인다. 만 5년이 넘도록 재능교육을 상대로 집회와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불꽃들이다. 재능교육에 의해 거리로 나온 이들은 혜화동 로터리에서 수년째 겨울바람을 맞다가 끝내는 종탑에 오르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연극인들이 재능교육의 해고 노동자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연극을 올린다는 소식과 함께. 2013년 2월 14일 목요일. 촛불을 들고 문화제에 참석했다가 끝까지 현장에 있을 이들을 남겨두고 자리를 빠져 나왔다. 잠시 머물렀을 뿐인데도 몸과 마음이 추워 종탑과 멀어지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으나, 연극 시작 시간에 맞추어야 했기에 서둘러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로 향했다. 그곳에서 <살인자의 수트케이스를 열면><잉여인간><비밀친구>라는 세 편의 연극을 차례로 보게 되었다. <살인자의 수트케이스를 열면> 철저한 무관심 속에 수트케이스에 들어가 죽어있는 이들이 얼마나 더 많을까. <잉여인간> 극 초반부에 성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옆자리 노부부의 긴장감과 불편함이 감지되었다. 성에 관한 그 어떤 표현도 우리 사회에서는 불편함이 먼저인가 싶다. <비밀친구> 연극이 끝났는데도 관객들이 밖으로 선뜻 나서지 못한 것은 이불 속에 남아 있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 존재 때문이었으려나. 저 높이 종탑 위에 오른 해고 노동자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거기 있기에 마음이 쓰이는 것처럼.
“혹한의 겨울보다 두려운 것은 잊혀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 재능교육 유명자 지부장
종탑에 오르며 다른 현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까 걱정했다는 재능교육의 해고 노동자들. 집회와 농성 현장에 사는 이들은 이렇게 서로에 대한 걱정과 관심의 끈을 놓지 않건만, 일상의 삶을 영위하는 나는 종종 이들을 잊는다. 미안하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동행자로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자꾸만 생각하고 지지를 보내고 주변에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써 미안한 마음을 덜해보려 한다. 우리 함께 기억하고 같이 가자, 고.
월 21일 현재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사측은 여전히 단체협약 체결과 해고자 전원복직 요구에 대해 불가방침을 고수 하고 있고요.
언제쯤 오수영, 여민희 조합원은 종탑에서 내려와 웃을 수 있을지...
다음 주 월요일인 25일은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이 있는 날입니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만큼 재능교육 노동자들에 대한 현명한 조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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