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쿱 생협 강좌 후기] 여성, 정치, 지역을 말하다
민우회는 지난 9월 아이쿱 생협과 함께 아이쿱 생협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iCOOP시민 정치 강좌 시리즈 <2012 희망을 여는 새 바람>을 공동주관했습니다.
강좌 한 지역당 이틀씩 총 4강이 진행되었고, 민우회는 그 중 이틀째 강의인 3, 4강을 맡아 강의를 기획하고 진행하였어요. 권김현영 님과 김민문정 님께서 한 강의씩 맡아 네 지역을 모두 함께해 주셨습니다. 강의는 서울(9/11), 대전(9/13), 광주(9/18), 부산(9/25) 에서 진행되었습니다.
iCOOP, 정치를 말하다- 민주주의와 여성정치
- 권김현영 (여성학 강사/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
iCOOP, 새 바람을 일구다- 부엌에서 세상을 보고 성평등의 가치로 지역을 디자인하다
- 김민문정 (고양파주여성민우회 대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어떤 교육이었는지를 간단히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D
우선 오전 강의였던 <민주주의와 여성정치>.
권김현영 선생님께서는 최근의 정치 현상을 한국 사회의 시대적 흐름 속에 놓고 설명해 주셨어요.
무릎을 치며 강의를 듣다 보면 여성으로서 어떤 시각으로 정치를 봐야 하는지,
대선을 앞두고 어떤 판단기준과 틀을 가지고 정치를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심오한 내용이었음에도 틈틈이 유머가 섞여 있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
하지만 이 강의는 자세히 소개하지 않을게요. 스포일러니까!
강의가 너무 재밌고 좋았어서, 민우회 안에서도,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민우회 본부에서도 같은 강의를 10월 16일(화) 저녁 7시반에 진행합니다. (지금 바로 신청!-> [email protected] ㅋ )
민우회 다른 지부들에서도 진행을 추진해 보고 있답니다.
2012 대선을 앞둔 요즘- 여성과 정치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중심을 잡도록 돕는 강의였습니다. : )
점심 먹고 나서 오후 강의, <부엌에서 세상을 보고 성평등의 가치로 지역을 디자인하다>
김민문정 선생님은 '육교가 있는 사거리 사진'으로 강의를 열었습니다.
오래 전, 아이와 함께 매일 사거리를 건너면서 '왜 여기에 육교가 있어야 하느냐'는 아이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던 것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고 하셨어요. ‘사소해 보여도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결정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그 결정은 어떤 근거로 내려지나?'라는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요. 이렇게 개인적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며, 지역에서 고양파주여성민우회가 오랜 시간 일구어온 지역여성운동의 구체적 사례들을 들려 주었습니다.
고양지역에 신도시가 생기고 아직 학교도 없이 횡 하니 아파트만 들어서 있던 시기. 내가 살 동네가 어떻게 구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답답함과 궁금함을 갖고 있던 몇몇 여성들이 모여 지역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리고 '바른의정을 위한 여성 모임'을 만들어 시의회 방청을 했고, 그때 시의회의 충격적인 풍경들- _-;을 마주했다고 합니다. 반쯤은 텅빈 의석, 졸고 있거나 대낮부터 만취한 의원들.
이에 고양의 여성들은 지역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주민들에게 이를 알리고,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정치에 반영시키는 활동을 활발히 해나갑니다. 이러한 활동의 한 예로 소개된 '노래하는 분수대 건립 저지 운동'. 여성, 복지, 보육 예산이 부족하다던 고양시였으나, 시정을 살펴보던 중 대규모 건설사업에 엄청난 예산이 잡히고, 심지어 사업 진행 과정에서 애초 승인되었던 예산의 500% 가까이 사업비가 불어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고양민우회를 비롯한 지역 여성들은 '우리는 분수대가 멋있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예산에는 우선순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라는 플랜카드를 내걸어 이러한 상황을 지역에 알려 내었고, 건설 예산 축소 및 복지예산 확대에 기여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의회에서 '아줌마들이 무슨 방청이냐'는 말을 들었던 여성들은 아무리 외쳐도 바뀌지 않는 한심한 시의회를 보며 '차라리 우리가 하는 게 낫겠다'는 마음을 먹게 됩니다. 그래서 98년, 여성 의원을 만드는 데에 도전합니다. 자전거 유세 등 새로운 방식의 선거운동과 전에 없던 구체적 예산/정책 설명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간 결과, 두 명의 여성후보는 상대 후보였던 재선 의원들을 압도적 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되었다고 해요.
이 밖에도 많은 사례들을 통해, 김민문정 선생님은 삶의 모든 문제들은 정책과 연결되어 있고, 그렇기에 '어떤 것이 의제로 다루어지고 어떤 것은 다루어지지 않는가, 어떤 관점으로 다루어지는가'는 바로 내 삶의 문제임을 보여주었어요.
거창한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 나가고 뜻을 같이 할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지역 정치 운동의 시작이며, 그 속에서 여성들이 정치적 주체로서 스스로를 새로이 정체화하게 되는 것도 큰 의미임을 지적해주셨어요. 강의가 끝나고, 구체적인 지역운동 사례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으신 많은 조합원 분들께서 자신의 활동을 고민하며 깨알같은 질문들을 해주시기도 했답니다.
'생활이 곧 정치다'라는 말은 너무나 옳지만 그렇기에 뻔해서 별 힘을 받지 못하는 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강의를 통해 '생활 정치'라는 것을 단지 이론이나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사례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생활 속 여성운동' 이라는 민우회의 오랜 가치를 아이쿱 생협 조합원들과도 나눌 수 있었던 자리여서 뿌듯하기도 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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