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요양보호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국가의 근간복지가 흔들립니다.
요양보호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국가의 근간복지가 흔들립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를 도입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돌봄을 국가가가 책임지는 시대를 시작했습니다. 날로 고령화되어가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해 보면 장기적으로 점차 확대되어야 하는 일자리이며 국가가 책임을 지고 가야하는 주요한 사회복지 영역입니다. 이 제도 안에서 일하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한 요양보호사들만 전국적으로 60만여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은 10만여명입니다. 이들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임금을 관리업체로부터 받고 일을 하는 노동자들입니다. 그러나 노동부가 근로복지공단의 질의에 대하여 지난 4월 ‘요양보호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회신을 한 이후, 현장에서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신규로 요양보호사에 대한 고용, 산재보험을 신청했으나 지방노동청에서 직접 찾아와 요양보호사를 근로자로 볼 수 없어 가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만 선택적으로 가입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마산에서는 기존에 가입했던 요양보호사가 실업급여를 신청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아 항의하자 고용보험료를 환급해주면 되지 않느냐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대구에서는 요양보호사는 근로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산재보험 가입이 불가하는 연락을 해 왔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4월 요양보호사 근로자성 문제에 대해 노동부에 질의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 질의서에서는 근로복지공단에서는 ▲ 산재보험 취지가 근로자 보호에 있고 ▲ 현재 요양보호사를 건강보험공단에서 직장가입자로 인정하고 있으며 ▲ 총 근무시간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점 등을 비춰볼 때 요양보호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 질의서에 대한 답변으로 노동부는 요양보호사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시급이 정해져 있는 등 형식적인 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도 있지만▲ 출·퇴근 시간이나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점, ▲ 업무수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점, ▲ 요양보호사 개인의 근무 가능 시간에 따라 요양보호 대상자수가 결정되는 점, ▲ 사업주의 업무지시를 거부하여도 별도의 제재가 없는 점, ▲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개인사업자 소득세를 납부해 온 점, ▲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라는 질의회시문을 보냈습니다.
노동부는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회시문을 보내면서도 ‘요양보호사의 운영형태 다양화 등으로 이를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으므로 당사자간에 체결한 계약의 내용, 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여부 등을 살펴보아 위에서 제시된 기준에 따라 개별적·구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는 것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또한 근로조건지도과 관계자는 “질의대상 요양보호사의 근무형태가 대법원 판례에 따른 10가지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모든 요양보호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노동부는 지금까지 총 2차례 질의회시에서 모두 요양보호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했습니다. 올 들어서만 요양기관이 요양보호사에 대한 신규 산재보험 가입을 신청했다가 반려된 사례가 8건이 넘고 있습니다.
■ 노동부 질의회시에 대한 반박
하지만 노동부가 요양보호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는 근거로 든 6가지 내용에 대해 살펴보면
1. 출·퇴근 시간이나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점
매월 이용대상자가 결정이 되면 출퇴근 시간, 근로시간이 정해집니다. 이 때 결정된 출퇴근시간이 최소 1개월 이상 대상자가 변경되기 전까지 유지됩니다. 매일매일 호출을 받아서 가는 노동형태가 아닌 것입니다.
2. 업무수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점
실제 요양보호사는 삼중의 지휘, 감독을 매일 받고 있습니다.
1) 보건복지가족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에서 ‘장기요양급여제공기록지’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별지 제16호 서식에는 재가요양서비스의 업무가 규정되어 이 범위 내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일할 것을 지시하고 있으며 노인장기요양사업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노인요양 현장이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 건강보험공단
요양보호사가 이용대상자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어떻게 매일 요양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요양계획을 공단 홈페이지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공단은 이 등록 일정을 근거로 요양보호사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전화와 현장방문을 통해 감시감독을 합니다. 최근에는 200명의 암행감찰반이 요양보호사의 실제 업무 여부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3) 기관
요양보호사를 이용대상자에게 배정할 시에 이용대상자의 상태와 요구에 따라 주로 해야 할 업무와 주의할 점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도중에도 지시한 대로 업무를 수행하는지 이용대상자와의 문제는 없는지 점검하며, 이용대상자와의 마찰이 있을 시에 갈등을 조정하며 새로운 업무지시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일 장기요양급여제공기록지를 작성하여 요양 항목별로 요양 시간을 기입하고 요양대상자와 요양보호사의 날인이나 서명을 받아 주1회나 월 1회 기관에 들러서 제출하도록 하고, 이 제공기록지를 토대로 건강보험공단에 급여를 신청하고 5년간 이 기록지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3. 요양보호사 개인의 근무 가능 시간에 따라 요양보호 대상자수가 결정되는 점
요양보호사가 자신의 재량에 따라 요양보호사대상자를 결정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는 요양보호대상자의 이용시간대와 이용시간량에 따라 이에 적합한 요양보호사를 재가요양기관이 배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요양보호사의 근무가능시간과 요양보호대상자의 서비스요청시간을 협의하나 이것은 업무조정의 문제이며 최종적으로 재가요양기관이 승인해야만 가능하므로 결국 근무시간에 대한 지정권은 시설에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4. 사업주의 업무지시를 거부하여도 별도의 제재가 없는 점
요양보호사의 업무가 미흡하거나 적절치 않을 시에 재가요양기관에서 요양보호사를 관리하는 자가 업무에 대한 지시를 하고 있으며, 이를 따르지 않았을 시에 이용대상자를 배정해 주지 않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5.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개인사업자 소득세를 납부해 온 점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는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요양보호사에게 지급하는 대가는 소득세법 제20조에 따른 근로소득이라는 보건복지가족부 지침[요양보험운영과-4762(09.09.21) 방문요양기관 운영 관련 협조요청]에 의한 것입니다. 일부 고용주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기관이 요양보호사로 하여금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도록 유도하고 있을 뿐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요양보호사를 개인사업자로 등록하지 못하도록 한 이유는 요양서비스가 노인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어 있는 서비스이므로 서비스 제공 과정과 결과를 공적으로 감시통제, 책임지기 위함이었습니다. 개인사업자로 이 사업이 진행되면 사업 중 발생하는 사고와 돌봄의 결과를 요양보호사 개인이 책임지게 됩니다. 결국 노인의 건강과 안전은 제도 내에서 담보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습니다.
6.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점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는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2008년 요양보호사협회 조사결과 76.7%, 2009년 사회공공연구소 조사결과 86.6%였습니다.
■ 제도의 운영에 관한 문제제기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는 국가가 고령이 되어 운신이 불편한 노인의 돌봄을 책임지고자 운영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노동부가 회시한 대로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가 운용되고 있다고 한다면 이는 이 제도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는 국가의 사업입니다. 국가의 사업에 봉직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이 △출·퇴근 시간이나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 업무수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으며 △요양보호사 개인의 근무 가능 시간에 따라 요양보호 대상자수가 결정되고 △사업주의 업무지시를 거부하여도 별도의 제재가 없다면 본 제도는 누구의 관리하에 놓여져 있는 것입니까. 국민들이 건강보험에서 별도로 내는 장기요양보험비가 제대로 된 관리감독도 없이 쓰여지고 있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만약 노동부에서 질의회시한대로 본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면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는 설계부터 철저하게 재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요양보호사들이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개인사업자 소득세를 납부해 왔고,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국가는 60만여명의 자영업자를 양산한 것입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의 윤리강령에 ‘인도주의 정신 및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대상자의 인권을 옹호하고’라는 대목이 있는 것처럼, 요양보호사는 국가의 사업에 봉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노동자입니다. 더욱이 요양보호사들은 대부분이 여성들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에게 4대보험의 혜택조차 주지 않는다면 열악한 여성일자리의 대규모 양산이라는 결론 밖에 나지 않습니다. 이에 생생여성행동은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부 기관들이 4대보험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요양보호사들을 개인사업자로 등록케 하여 사업을 운영하여 왔다면 노동부는 이를 관리감독하여 4대보험을 납부토록해야합니다. 하지만 노동부의 질의회시에서는 이런 노동부의 기본 책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기관들의 불편부당한 편법을 관리감독하지 않고 인정하면서 요양보호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노동부 역시도 고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날로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복지에 큰 구멍이 뚫리게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곧 국가의 관리감독 없이 국가의 중요 사업을 맡긴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이에 노동부는 그간 요양보호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의견에 대해서 즉시 철회하고 요양보호사들이 노동자로서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합니다. 요양보호사들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여 관리하고 있는 기관들에게 4대보험 가입의 의무를 주지시켜 즉시 가입케 해야합니다.
생생여성행동
경주여성노동자회(추) 광주여성노동자회 기독여민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여성노동자회 대전여성단체연합(준) 마창여성노동자회 민변여성인권위 부산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수원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회 안산여성노동자회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인천여성노동자회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전국여성노동조합(서울지부, 경기지부, 인천지부, 대전충청지부, 부산지부, 울산지부, 대구경북지부, 경남지부, 광주전남지부, 전북지부) 전국여성연대 전북여성노동자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한국노총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다함께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