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OO 성형외과 관련 서울시의 조치 마련을 촉구합니다.
[요구서] 그00 성형외과의 광고 게재 중단 및 불법 성형광고 등의 문제 해결에 대한 서울시의 조치 마련을 촉구합니다.
1. 최근 강남의 그00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다가 뇌사상태에 빠져 두 달째 의식 불명 상태인 여고생의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지난해 12월 9일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방문하여 쌍커풀 수술과 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과정에서 피해자가 뇌사상태에 빠진 이후에도 대기 중인 보호자에게 환자가 회복 중이라는 말 외에 어떤 언질도 없이 인근 응급실로 피해자를 이송했습니다. 이후 피해자 측이 수술 상황을 설명해줄 것을 병원에 요구하였고 경찰에 고소까지 했음에도, 병원은 어떠한 답변도 조치도 하지 않은 채 2개월이란 긴 시간을 무책임으로 일관했습니다. 결국 2월 11일 피해자의 가족과 친구들이 강원도 삼척에서 올라와 병원 앞에서 집회를 하자 그제서야 그00 성형외과는 피해자의 병원비를 지불하는 정도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피해자는 아직까지 의식을 잃은 상태로 입원 중입니다.
2. 한국사회의 과도한 성형 열풍이 많은 여성들 그리고 남성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공공연한 현실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이 있어 왔고,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성형외과 병원에서 의료기관으로서의 부작용 고지 의무를 위반하고 있고,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강남의 성형외과 중 응급의료장비를 구비한 곳은 1.2%에 그칩니다. 또한 많은 병원에서 생명을 앗아갈 가능성이 있는 명백한 의료시술도 간단한 것으로 포장하거나 100퍼센트 효과를 보장하는 등의 광고로 올바른 정보 제공을 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2년 사이 5배 이상 급증한 지하철 성형광고는 특정 외모를 비하하거나 미완성인 양 묘사하는 내용으로 지하철 이용자들에게 일상적으로 불쾌감을 주고 있고,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부추김으로써 여성을 비롯한 시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그00 성형외과 사건은 이러한 사회적 상황의 문제를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입니다.
3. 미용 성형은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광고 의존도가 높고, 광고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과대/불법 광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의료광고는 시민들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중하고 정교한 심의 과정을 거쳐 게재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그00 성형외과 뇌사 사건은 비단 ‘특수한’ 사건이 아니며 여성들이 성형시장에 얼마나 무차별적으로 놓여 있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여성들은 성형수술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수술대에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광고에 대한 심의는 거의 유명무실한 것이 현실입니다.
4. 작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시내버스 광고 중 성형광고의 비중을 5%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중교통 내의 성형 광고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고려한 방침이라고 사료됩니다. 또한 서울시는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6대 분야로 구성된 “여성의 삶을 바꾸는 서울비전”을 통해 “여성의 평생건강돌보기”를 주요 비전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로 미루어보았을 때 의료사고가 난 성형외과의 광고가 서울시 내의 대중교통 내에서 그대로 게재되어 있는 것과 이를 제지할 아무런 방침이 없는 것은 여성들의 건강 돌보기를 주요한 비전으로 삼고 있는 서울시의 정책 방향과는 맞지 않는 것입니다. 성형광고가 그대로 게재되어 있고 관련 병원에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2차, 3차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예고된 위험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은 시민 소통을 내세운 서울시의 모토와는 맞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성형이 여성들의 건강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서 목숨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성형이 명백히 의료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미디어나 광고 속에서 성형은 마치 누구나 아무런 제약이나 부작용 없이 할 수 있는 것으로 포장되고 있으며 경쟁의 심화는 이를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지하철 내 뷰티벨트라고 불리는 신사역, 압구정역 일대에서는 160여 개의 업체가 서로 경쟁하는 양상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쟁의 강화와 규제의 느슨함으로 성형 광고는 더 친밀하고 일상적으로 시민들의 삶에 파고들고 있으며 무방비로 노출된 과대광고는 시민의 건강을 잠재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성형수술의 부작용과 의료사고가 급증하는 현실에서 여성들을 불필요한 수술대로 이끌고 있는 성형산업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때입니다.
5. 이에, 본 단체는 서울시의 조치 마련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1) 현재 대중교통 내에 게재되고 있는 그00성형외과 광고 게재를 중단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시내버스 내의 성형광고 5%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계획을 보다 조속히 처리해주시기를 바라며 그00 성형외과뿐만 아니라 팽배하게 퍼져있는 불법 성형광고의 대대적인 규제를 요청합니다.
(2) 광고뿐만 아니라 현재 어떤 관리감독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성형수술 문제는 심각합니다. 서울시 내의 성형외과 난립의 문제, 부작용 고지 미비의 문제, 응급 의료시설 미비로 인한 의료 사고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관련 규제가 어렵다면 조례를 재정하는 등 보다 실효성 높은 방안 마련을 요청합니다.
위의 요구안에 대한 서울시 입장과 이후 계획을 조속히 밝혀주시기를 바랍니다.
2014년 2월 14일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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