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질해야할 것은 방송광고 규제가 아닌, 시청자를 위하지 않는 방통위 그 자체다!
■ 논평
손질해야할 것은 방송광고 규제가 아닌, 시청자를 위하지 않는 방통위 그 자체다!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입법예고 했던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4월 24일 전체회의를 통해 의결하였다. 개정안은 광고총량제 도입, 간접광고 허용시간 확대, 오락프로그램과 스포츠보도에서의 가상광고 허용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방송광고는 늘리고 시청권을 침해하겠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개정안에 대해 스포츠보도 프로그램도 보도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상광고를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스포츠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하게 될 것, 오락프로그램의 경우 간접광고와 가상광고가 모두 가능해져 프로그램의 질이 저하될 것,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총량제를 도입할 경우 시청자들은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위해 광고를 과도하게 많이 보게 될 것 등의 이유로 이를 반대한 바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러한 시청자들의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귀를 닫은 채 사업자들의 이익만을 위한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특히 방통위는 ‘창조경제의 핵심, 방송콘텐츠 경쟁력 향상을 위한 광고총량제 바로알기 Q&A’를 통해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방송사와 광고회사가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하는데, 이는 방통위가 ‘시청자의 권리’는 창조경제를 위해 버려도 되는 사소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지어 관련 보도에 따르면 전체회의에서 최성준 위원장은 “과거엔 방송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봤기 때문에 방송광고 금지품목을 광범위하게 설정했지만, 현재는 (방송에서 금지된) 병원광고만 하더라도 인터넷과 지하철 등 옥외광고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관계 부처와 협의해 개선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방송광고 금지품목은 주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 주류, 의약품 등으로 그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방송광고를 엄격히 제한한 것인데 이를 완화했을 때의 부작용은 매우 클 것이다. 사실상 지금도 의료광고가 금지되고 있다지만 병원협찬을 통한 광고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를 낸 의사가 TV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몰이를 한 병원이 돌연 폐업하는 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원광고를 허용하자는 취지의 발언은 취 위원장의 방송 실상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것이며, 나아가 방통위가 국민 건강은 아랑곳 하지 않는 어이없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4월 2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영화관이나 지하철 역사에서 성형수술 광고를 금지하는 등의 성형광고 방법제한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는 성형광고 등 의료광고가 국민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을 우려한 결과로 보인다. 그런데 최성준 위원장은 이러한 흐름을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묵은 방송광고 규제를 42년 만에 손질했다고 했지만, 정작 손질해야 할 것은 방송광고 규제보다는 시청자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낼 줄 모르는 방통위 그 자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우리는 방통위가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번 개정안을 재검토하고, 사업자도 광고주도 광고회사도 아닌 시청자의 권리를 우선으로 하는 개정안을 다시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15년 4월 24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